아이엠에프 이후 30대그룹의 절반 이상이 해체되고 5대그룹의 사업구조도 주력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현대의 독주는 거대한‘1대재벌’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새로운 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현대는 자동차 전자 중화학 건설 금융·서비스 등 5개를 주력업종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중화학과 서비스의 업종영역이 광범위해 사실상 기존 영토를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다른 5대그룹들이 주력업종을 3 4개로 한정한 것과 대비되고, 핵심부문에 집중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재벌개혁 취지도 무색케 한다.

현대의 기아, 엘지반도체, 한화에너지 인수와 금강산개발에는 10조 2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해, 금융권 지원이 뒤 따를 경우 금융자금 독점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특정재벌의 금융 독점은 자금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

더욱이 현대는 지난해 초 기준 부채비율이 572%로 5대그룹 중 가장 높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하다. 인수기업 경영정상화 자금 까지 끌어다 쓴 현대가 실패할 경우 대규모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면서, 최악의 경우 아이엠에프 위기탈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현대는 천문학적인 인수비용과 재무구조 개선자금을 계열사 및 사업 매각, 증자, 외자유치를 통해 조달한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았지만 우려를 씻기에는 부족하다. 계열사 매각과 계열분리, 청산, 합병 등을 통해 연말까지 자산과 매출을 20 30%씩 줄이겠다고한 지난 8일의 발표도 시행계획이 분명하지 않다.

게다가 상당 부분을 정주영 명예회장 2세들의 계열분리로 처리하게 돼있어 구조조정이라고 하기에는 과대포장된 측면이 강하다. 오히려 현대의 아메바식 세포분열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범 현대’의 비중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많다. 현대가 전자 중화학 건설 등의 분리시기를 2005년으로 멀찍이 잡은 것도 여론 무마나 시간끌기용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현대가 몸집 불리기에 대한 비판에 분가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한 투명한 자금조달 보다는 계열사 출자에 의존하려 하고 있다”면서 “소유-지배구조 개선안이 없는 한 무의미 하다”고 지적했다.

현대 독주는 정부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5대그룹의 한 임원은 “재벌정책에 거꾸로 가는 현대가 가장 잘 나가고, 정부와 밀월관계에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현대의 독주가 검은 돈을 매개로 한 정경유착의 결과가 아니더라도 빅딜 뒷처리 과정에서 금융지원이 수반될 경우 그 화살은 정부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아이엠에프 위기 극복의 최대과제가 재무구조 개선에 있는 만큼 정부가 빅딜 이후 현대에 대한 사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한 임원은 “지금까지는 정 명예회장의 불도저식 경영이 통했지만 21세기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인정했다. (곽정수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