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조가 파업중단을 선언한 이튿날, 주요 일간지에는 일제히 고건

서울시장의 인터뷰기사가 실렸다. 인터뷰 가운데 눈길이 가는 곳은 “다시

는 지하철 파업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목.

그런데 시장의 말은 앞으로 구조조정을 합리적으로 하거나, 또는 노동자들

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함으로써 파업의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것이 아니

었다. 오히려 징계와 고소고발 등 ‘보복’을 강화함으로써 집단행동(파업)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협박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일부 시민단체들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파업철회는 다행”이라

는 입장을 발표했다는 소식도 눈에 띄었다.

시장과 시민단체들의 언급을 곱씹다보면 우리사회에서 ‘파업권’은 아직 요

원한 ‘인권’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들의 의식 속에서 지하철 노동자들

은 파업의 권리조차 행사해서는 안 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들도 할말

은 있을 것이다. 이번 파업은 ‘불법’이었다고. 맞다. 엄연한 불법이었다. 하

지만 생존의 위협아래 놓인 지하철 노동자들이 현행 노동법 아래서 집단행

동에 나설 수 있는 길은 법을 어기는 길뿐이라는 점을 그들은 끝내 감췄

다.

한편으론, ‘불편’을 내세워 ‘생존권’을 ‘왕따’시킬 수 있는 우리사회의 모

습을 바라보며 무서움을 감출 수가 없다.

1999년 4월 28일 수요일 제1357호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