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에서 파업을 해야 할지 어떨지 정말 고민입니다. 일단 회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며 대책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인천지역의 대우계열사 노조의 한 간부의 고민이다. 올해 대우차, 대우중 등에서 대폭적인 임금삭감안이 제시되자 노조는 파업으로 맞섰다. 노조로서는 임단협이라는 합법적 공간을 활용해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계획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그룹 전체의 위기’라는 태풍이 그들을 덮쳤다.

그 거대한 태풍 앞에서 노조는 고민에 빠졌다. 파업을 계속해 나가자니 여론의 비난이나 경영에 미칠 영향에 신경이 쓰이고, 파업을 중단하자니 고용안정, 노동조건 유지 등을 위한 무기를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씻을 수 없다.

* 경영위기 상황, 노조는 무엇을 할 것인가

회사가 경영위기에 빠졌을 때 노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 대우그룹노조는 이 고민에 해답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경영참여에 대한 고민이나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회사의 경영위기라는 큰 변화 앞에서 경영혁신 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고용·노조·단협 승계’ 등을 우선적으로 주장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요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노조들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먼저 대우그룹 노조들로서는 그룹총수인 김우중 회장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김우중 회장은 25일 대우그룹 위기 타결이 마무리짓는 시점에 경영일선에서 물러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그 동안 그룹이나 계열사의 중대한 업무를 대부분 직접 처리해왔기 때문에 김 회장의 퇴진에 직원들의 불안감은 높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실제 김 회장이 퇴진할지는 “가봐야 알 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그동안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고 재벌총수의 개인 재산 헌납” 등을 주장해 왔는데, 물러서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향후 경영진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하나의 고민은 현재 최대 핵심과제가 되고 있는 부채 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통분담이 요구될텐데 이에 대해 노조가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설득력과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벌 규모 2위를 점하던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필요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에 이를 반대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노조, ‘대우경영 연구팀’ 구성해 대응키로

대우그룹 노조들 사이에서도 이런 고민들에 대한 정책대안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중공업노조의 한 관계자는 “금속산업연맹이나 대우노조협의회 차원에서 관련 학자나 상급단체나 단위노조의 정책담당자들이 참석하는 대우경영연구팀을 구성해 단기적인 투쟁 방향뿐만이 아니라 중단기적인 계획을 마련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요구에 힘입어 대노협은 26일 노조와 시민단체 전문가를 포함한 ‘대우사태 원인 및 책임규명과 그 해결을 위한 범국민대책위’를 구성하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고 나서 이후 추이가 주목된다.

[저 자] 진숙경 기자

[출 처] 매일노동뉴스

[발 행 일] 1999.07.27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