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후보로만 거론되던 독일작가 귄터 그라스가 30일 금세기 마지막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대표작 `양철북'(을유문화사)이 88년 상·하 두권으로 번역·출간되면서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어 장편 `무당개구리 울음'(풀빛)이 93년 번역되고, 단편 <나는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는 것을 좋아한다>가 95년 고려원에 의해 소개되기도 했다.

93년 청목사가 재출간한 `양철북’은 귄터 그라스를 독일의 유명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출세작이었다. 작가의 삶과 독일의 현대사가 그대로 농축돼 있는 이 작품은 익살스런 세부묘사와 화법을 바탕삼아 얘기를 끝없이 이어나가고 있다.

주인공 오스카르는 1900년에서 1954년까지 산 독일 세대의 상징적 인물. 소설은 `나’로 등장하는 오스카르가 정신병원에 수감돼 전쟁 전후 시대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현실에 내재된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다.

스승 베브라는 소설 속의 오스카르를 이해하는 유일한 인물이며 오스카르는 그를 통해 정치상황에 눈을 뜨고 특정계층을 대표하는 소시민의 세계에서 벗어난다는 내용이다. 베브라는 정치상황을 명확히 감지하면서도 나치 선전관이 됨으로써 예술가나 지식인이 어떻게 부정적 상황에 동화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오스카르 역시 스승과 함께 전선 극장에 따라가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대서양 요새에서 수녀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의 모습은 잔학행위에 대한방관과 동조가 거리상 멀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내용은 소설의 무대 단치히(현 폴란드령)에서 태어나 14살 때 히틀러 소년단에 편입한뒤 17살 때 전차병으로 전쟁에 직접 참여했던 작가의 삶을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반면 `무당 개구리 울음’은 에로틱한 분위기가 가미된 연애담이라고 할 수 있다·정년을 앞둔 노교수인 알렉산더 레쉬케와 폐경기를 넘긴 홀어미로 고미술품 복원이 주업무인 여류 도금사 알렉산드라 피야트코프스카의 그들이다. 귄터 그라스는 이 소설에서 노인의 연애를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 잔잔하게 묘사했다.

단편 <나는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3쪽에 불과한 작품. 마리아를 독일 북부 항구도시 브레머하펜으로 가는 급행열차에 태워보낸 주인공 `나’가멀어져가는 열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느낀 단상을 그려냈다.

이 작품은 크리스타 라이니히의 <전갈>,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체조 시간>, 토마스 만의 <실망> 등과 함께 실려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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