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금융시장 혼란,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확산
대우 채권을 온전히 회수하려는 국내외 채권단의 이해관계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이 이제 채권시장만이 아니라 주식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주가는 800
선 붕괴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 주가하락은 외국인 주식자금이 급속히 이탈하면
서 주도되고 있다. 채권시장의 혼란은 회사채 금리가 등락을 거듭하는 등 정부
의 1차 금융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금융시장의 불안이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확산되자, 정부는 당초 11
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던 2단계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10월 중순으로 앞당기기로
하는 등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그리고 국내외 금융자본과 그 이해관계를 대변
하는 제도언론에서는 금융시장 불안 해소를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 대규모 공적
자금을 조기 투입하여 대우문제를 조속히 처리하고 투신사 구조조정을 조기에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가급락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주일간 종합주가지수는 120포인트가 급락하였다. 10월 1일에는 800선
붕괴 직전까지 갔다가 839.35로 마무리되었다. 이러한 주가급락은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의 이탈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이탈 규모는 9월 말 현재 27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
다. 특히 외국인은 9월 한달 동안에만 1조 5127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는
등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이탈 규모는 갈수록 큰 폭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주가급락은 외국인 매도에 의해 주도되는 측면
이 강하다. 투신사들이 대우사태와 투신구조조정 위기감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한 만큼 이 같은 외국계 자본의 증시주도 현상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계 주식투자자금의 이러한 급속한 이탈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째 요인으로는 미국 뉴욕증시 불안에 따른 환매요구
자금을 미리 비축하려는 외국계 투자가들의 내부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제시되고
있다. 또다른 보다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국내 증시에 투자했던 외국인 투자자들
이 평균 15-21%나 헐값으로 발행되는 우리나라의 해외DR을 노리며 국내 증시에
서 빠져나가고 있는 점이다. 지난 한빛은행의 해외DR 할인 발행 이후 외국인들
은 해외DR과 국내 원주값 사이의 차익을 노려 국내 주식을 팔고 해외DR을 매입
하고 있다. 해외 DR은 지난 7월 대우사태 발생 이전에는 국내 주가가 계속 상승
하고 있는 사정을 반영하여 국내 주가보다 20% 안팎의 웃돈을 받고 발행되었다.
그런데 대우사태 이후 상황이 반전되어 헐값으로 발행되고 있다.
따라서 초국적 자본의 주식시장 이탈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
상되고 있다. 우선 미국증시는 거품조정국면에 접어들어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
고 급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안정감을 회
복할 때까지 외국자본의 매도행진은 계속될 것이다. 또한 해외DR은 9월 말까지
66억 달러 발행에 이어 연말까지 50억 달러가 추가 발행될 예정으로 있어서 차
익을 노린 외국계 자본은 국내 증시에서 계속 빠져나갈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
의 혼란으로 유상증자가 어려워진 국내 은행·기업들은 (은행은 BIS기준, 기업
은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해) 해외DR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밖
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적 요인에 의해서도 주식시장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대우문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심리의 확산으로 인해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
증권뿐만 아니라 주식형 수익증권으로도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 주식형 펀
드로의 유입자금은 지난 7월 한달 동안 10조 원에서 9월에는 4,800억 원으로 급
락했다. 주식투자자금이 거의 유입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식형 수익증권의 환매사태가 발생할 가능성
이 커지고 있다. 주식형 수익증권은 올해 들어 주가지수 900 이상에서 36%, 800
이상에서 53%가 유입되었다. 따라서 주가지수가 800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손실
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환매요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당장 10월부터는
800 이상에서 설정되어 만기상환이 가능한 수익증권 등 10조 원 가까이가 손해
없이 환매될 수 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주가가 급락하여 800선 마저 붕괴할
위험에 놓이자 한국투신, 대한투신, 현대투신운용 등 대형 3개 사는 주가추가하
락 저지를 위해 공동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투신사들은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대량환매 요구 가능성에 이어 주식형
수익증권의 대량환매 요구 가능성에 압박을 받고 있다.
채권시장의 불안은 1차 금융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채권시장 안정대책으로 채권시장안정기금을 조성하고 투신사의 채권을
매입함에 따라 회사채 수익률이 한자리수로 하락하는 등 일시적으로 금리폭등세
가 진정되었다. 그러나 한국은행 총재의 긴축통화정책 시사 발언에 따라 다시
금리가 두자릿수로 상승하는 등 채권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1차 채권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불안요인은 계속 남아 있다. 그것은
채권안정기금이 우량채권만 사들이기 때문에 투신사가 공사채형 수익증권에 유
입된 자금으로 사들여 운용하고 있는 회사채 가운데 BBB-이하 등급(투기등급)
물량은(20조 원으로 추정) 여전히 부실화된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가
운데 10조원 가량은 발행기업이 이미 부도 또는 워크아웃이 결정돼 부실이 현재
화했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잠재부실 상태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대
우 계열사 발행 회사채와 기업어음 24조원 어치가 더해지면 투신사 공사채형 수
익증권 내 자산으로 운용중인 부실채권은 대략 35조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 2단계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 앞당겨 발표할 예정
금융감독위원회는 당초 11월 초순에 발표할 예정이던 2단계 금융시장 안정대
책을 10월 중순에 발표하기로 하였다. 채권시장의 붕괴가 주식시장으로까지 확
산되자 앞당겨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첫째 대우중공업, 대우전
자 등 4개 대우 계열사의 회사채를 정상거래 채권으로 바꿔 대우 부실채권 규모
를 줄임으로서 환매사태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투신사의 부실화 우려에
따른 환매를 방지하기 위해 비우량채권도 주식형 펀드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하
고, 기존 펀드는 내년 7월 다. 셋째는 회사채 수익률을 연 8%대로 낮추기 위해 한국은행이 은행은 물론 투
신사가 보유한 국공채도 직접 매입해 유동성을 대폭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책은 발표 전부터 벌써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
다. 예컨대 대우의 채권을 정상채로 바꿔주어 채권 환매를 방지한다는 대책의
경우 오히려 불안을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우 4개 계열사에 대한
실사를 10월 중순에 끝내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해
외에 사업장이 60여 개나 되는 대우전자 등에 대해선 아직 실사에 착수하지도
못한 단계에서 정부가 할인율을 10∼20%로 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당
장의 금융시장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위험한 미봉책이다. 기아자동차 실사
결과 3조 원의 추가부실이 발견되었듯이 대우계열사들 역시 상당한 분식 가능성
이 있는 만큼 정확한 실사에 기초한 할인율 결정이 요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대우 기업의 부채가 개략적인 실사 규모보다 크게 나올 경우 새로 발행
하는 회사채를 보증한 채권은행이나 투신사들의 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
기 때문에 공사채 수익증권에 대한 환매요구를 방지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기존 펀드에 대한 시가평가제 실시 유보나 비우량채권의 주식형 펀드로
의 전환을 허용한다고 해서 수익증권의 환매요구를 방지할 수 있을 지도 의문시
되고 있다. 투신사의 부실화와 그에 따른 구조조정의 실시가 근본적으로 우려되
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금융자본은 대규모 공적자금의 조기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채권시장의 붕괴에서 주식시장의 불안으로까지 확산되고
있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자 국내외 금융자본은 정
부의 대책을 ‘대증요법’으로 비난하면서 정부가 조기에 공적자금을 대규모로 투
입하여 대우문제를 조기처리하고 부실 투신사의 구조조정을 조기에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자본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이러한 요구는 제도언론를 통해
연일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초국적 자본은 대우 계열사들의 해외매각 협상을 대부분 중단하여 대우
문제 처리를 지연시키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우기전
등에 이어 최근 대우전자의 해외매각협상이 중단되었다. 또 GM은 대우자동차를
헐값에 인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인수협상에 나서는 등 대
우 계열사들의 해외매각은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대우의 해외채권
단은 채권의 온전한 회수를 위해 정부지급 보증을 계속 요구하면서 압박을 가하
고 있다.
국내외 금융자본의 이러한 압박에 대해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수순을 신중하게 밟아가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이
헌재 금감위 위원장은 투신권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요구에 대해 “문제를 더 이
상 방치할 수 없는 최악의 단계에서나 공적자금 투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
고 답변했다. 또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은 같은 날 “투신사 구조조정에 대해
주주인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이 손실을 분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정
부의 책임에 대해서는 “낼 사람이 다 내고 난 후에도 남는다면 정부의 몫이 되
겠지만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국내외 금융자본의 이해관계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실물부문에서 그 여파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 주요 도시 중소기
업의 부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7대 도시의 부도업체 수는 지난 7월
말 35개, 8월 말 55개에서 9월 말에는 103개로 급증하고 있다. 대우 계열사들이
발행한 어음할인이 불가능해지고 대우 협력업체와 하도급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
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부도업체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대우문제로 비롯된 금융시장의 혼란이 계속되면서 투신사의 구조조정 문제가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채권시장, 주식시장의 불안이 모두 투신
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확산되거나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투신사 구조조정을 통해 공적자금이 막대하게 투입되어 국내외 금융자본의 이해
관계가 확실하게 보장될 때까지 국내외 금융자본은 금융시장을 계속 교란하며
혼란을 증폭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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