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청와대, 공기업 전면 실사 들어가
청와대가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공기업과 그 자회사 및 정부 출연·위
탁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공공부문 개혁 점검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청와대 민
정수석실은 곧 이들 기관에 대한 실태 점검을 마무리한 뒤 후속 개혁방안을 마
련해 오는 15일쯤 김대통령에게 종합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민정수석실은
이미 55개 공기업과 그 자회사, 1백31개 정부 출연 위탁 기관 등 총 1백86개 기
관을 대상으로 1차로 서면 자료를 제출 받아 인사, 재정, 경영 등의 구조조정
및 경영합리화 실태에 대해 서면실사를 벌이고 있다. 민정수석실은 8일부터 1주
일 간 규모가 큰 한국전력, 포항제철, 마사회 등 10여 개 주요 기관을 직접 방
문해 정밀 현장 조사를 벌인다.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작년 6월부터 끊임없이 공기업 구조조
정의 일정을 밝혀왔다. 포철, 한전 등 54개 공기업을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2002년까지 단계적으로 민영화한다는 것이다. 7월에는 포철, 한국중공업, 한국
종합화학, 종합기술금융, 국정교과서 등 5개 공기업과 21개 자회사가 즉각 매각
절차에 들어가 경영권을 민간에 넘기겠다고 했다. 8월에는 조정계획이 발표되고
9월에는 세부계획이 나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추진은 지방 공기업 구조조정을
제외하고는 별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내에서조차 공기업 개혁이 미진하면 내년 총선에서 악재로
작용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또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대한 기존 관료조직의
반발도 만만치가 않다. 특히 산업자원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지난 4월에 물러난
장영식 전 한전 사장은 최근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공기업에 최대한 자율권
을 준다는 대통령의 뜻에 반해 산자부에서는 한전 사장의 부사장 이하 집행간부
임명권을 장관이 빼앗아간 개혁 역행 처사가 자행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반대는 노동자로부터 제기되
고 있다.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사실은 초국적 자본에 헐값으로 분할 매각하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것이다. 한국전력 노조는 한정의 분할 매각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결의해 놓은 상태이고, 한국가스공사 노조도 분할 매각에 반
대하며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노조의 투쟁과 공기업 관료조직의 반발 등으로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미진하자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점검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선 청와대가 공공부문 개혁을 직접 점검하고 미진한 기업에 대해서는
기관장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관료조직을 압박하고 있다. 그리고 구조조정 실적
에 따라 공기업 임금인상을 차등화 하겠다고 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6일
‘2,000년도 정부투자기관 예산편성 지침’을 확정·발표했는데, 그 주요 내용은
한국전력, 조폐공사, 주택공사 등 13개 공기업 임직원의 내년도 임금을 총 인건
비 기준으로 99년보다 5.5% 인상하기로 하면서(공무원 임금인상 6.7%보다 1.2%
낮다) 구조조정 노력 여하에 따라 총 인건비의 3%를 전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
조조정 실적에 따라 임금이 최대 8.5%까지 인상할 수 있도록 차등화 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대책이 제대로 실행될 지는 미지수이다. 그 동안 졸속
으로 추진되어 왔던 공기업 민영화 일정도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늦춰지고 있
다. 올 연말에 집중됐던 일부 공기업의 주식매각 등 민영화 일정이 금융시장 위
기로 인한 증시물량 부담으로 인해 규모도 산업자원부는 8, 9일로 예정됐던 한국가스공사의 증자를 22, 23일로 연기하고
물량도 당초 4천만 주(액면가 5천 원 기준 2천억 원)에서 3천만 주(1천5백억
원)로 축소키로 했다. 또 올 연말까지 정부의 잔여 보유지분(12.84%)을 증시에
서 매각키로 했던 포항제철도 물량을 나눠 단계적으로 매각하거나 내년 초로 연
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현재 대우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에 따라
불안한 증시상황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매각물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
다.
또 한국가스공사 도입 및 도매부문 매각 일정이 당초 목표보다 늦춰졌다. 정
부는 가스산업 구조개편안을 마련하면서 도입 및 도매부문을 2001년에 3개 자회
사로 분리하고 2002년 말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스공사 노조가 강력히
반대하고 졸속매각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2001년에 3개 자회사로 분리는
하지만 매각 일정은 추후 협의하는 것으로 한발 후퇴한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