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노동거부권 찾아 문화생활 갖자>

『노동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나머지 시간은 「비생산적인」 여가

와 「쓸데없는」 사변을 위해 쓰여야 한다. 타인을 부려먹는 자만이 노동의

가치를 찬양한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 1970)은 35년 「게

으름에 대한 찬양」이란 에세이집에서 노동을 인생의 목표인 양 내세우고

있는 산업사회를 통박했다.

기술·기계문명의 발전으로 일이 줄어들고 여가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됐

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점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강내희 중앙대 영문학과 은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노동권에는 노동을 할 수 있는 권리뿐만 아 니

라 노동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있다』며 「노동거부권」을 주장했다. 그

는 『삶의 원천이 되는 노동을 거부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임금노동을 지 나

치게 강요하는 사회적 요구를 거부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강교수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노동사회」였지만 21세기엔 문화적 생활

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가는 「문화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를 위해 노동시간의 단축은 시급한 과제이다. 그는 『노동이 삶을 지배하지

않을 정도로 노동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돼야 다양한 문화적 활동이 가능하

다』고 주장했다.

강교수는 「문화사회」의 건설을 가로막는 가장 큰 현실적 장애물로 끊

임없이 노동을 강요하는 자본주의적 상품경제를 꼽았다. 하나의 물건이 돈

을 매개로 주고받는 「상품」으로 취급돼야 할 필연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

다. 자본주의사회에선 「이 물건은 어느 정도의 화폐와 맞바꿀 수 있다」는

교환가치가 우선되지만 실제는 「이 물건은 이러저러한 쓸모가 있다」는 사

용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물건들을 화폐라는 매개 없이 주고

받는다면 노동시간이 지금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그는 사용가치에 근거한 교환의 대표적인 예로 「카피 레프트 운동」을

들었다. 지식과 정보를 독점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함으로써

사회를 윤택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사용가치가 교환되는 전범인 것이다. 또

영국·독일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역화폐운동도 마찬가지. 일정 공동체 안에

서 화폐의 교환 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서로 제공하는 운동이다. 그는 정부

가 공적 재원을 적극 쏟아부어 이같은 운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운동이 공익성을 지향하는 만큼 대중으로부터 거둔 세금이 공공영역에

투입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그는 공적 재원은 정부에 애원해서가 아

니라 사회운동을 통한 압력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의 주장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강교수는 『꿈을 열심히 꾸

면 현실이 된다』고 말했다.

[저 자] 박성휴 기자

[출 처] 경향신문

[발 행 일] 1999.12.01

[발 행 처] 경향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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