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정치활동 선언배경>재계, 정치권에 불만 폭발
재계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에 맞서 정치활동 선언이란 맞불 작전에 나선
것은 우선은 [시위성]이 강하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에서 [노동자표]를 의
식,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의원입법으로 서둘러 처리하려 하자 그 동
안 숨 죽이고 관망하던 재계가 한꺼번에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재계는 정부가 재계에는 강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인력 감축은 삼가라
]는 식의 모순된 논리를 구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노동계 개혁에는 상
대적으로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재계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받
아들이고 있다. 재계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함으로써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동안 산업현장에는 [노조활동 지상주
의]가 만연하면서 정상적인 활동범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 바탕을
둔 것이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을 사용자들이 부담해 노조 인원이 과다
하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임자의 임금을 노조에서 지급하게 된다
면 자연히 노조전임자 수는 줄어들고 생산현장으로 복귀하는 인원이 많아져
경영합리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날 재계의 정치활동 선언이 실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자금 공동조성]만 하더라도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다. 재계
는 본질적으로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하나의 정치적 사안을 놓
고 일사불란하게 행동을 통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재계 인사들이 직접 총선에 출마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재계가 공동으로 [돈과 인력]을 동원한다면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날 선언대로 의정 감시활동이나 이해를
같이하는 의원들에게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방법도 상당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정치권은 재계의 정치활동 선언에 대해 상반된 견해을 보이고 있다. 여당
은 적지 않은 불만을
표시했다. 국민회의 임채정(임채정) 정책위의장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
제는 노사합의로 원만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논평했다.
반면 한나라당 정창화(정창화) 정책위의장은 {민주국가에서 자신의 집단적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특정 정치세력을 지원하거나 안된다}고 전제한 뒤 {노사대립을 심화시키거나 화합을 깨는 방향으로 가지
만 않으면 된다}고 평가했다.
노동계는 재계의 정치활동 선언을 일종의 [항의성] 엄포로 보고 있다. 그
러나 재계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내년 총선에 뛰어들 경우 노동계 인사들과의 맞대결이
벌어질지 몰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한국노총은 내년 총선에서
20석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내년 2월 노총과 정책 방향을 같이하는
정당과 제휴할 계획이다. 민주노총도 독자적으로 노동계 후보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현기환(현기환) 정치국장은 {재계의 정치활동 선언은 자신들의 이
익을 관철하려는 저급한 술수}라며 {실제 재계 인사들이 총선에 출마한다면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유급으로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관행에 의해 제도로 정착되어 있다}고 강조했
다.
한국노총은 {올 6월 정부가 노정합의를 통해 연말까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을 개정하기로 약속해 놓고 아직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15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처벌조항
]의 무효화를 요구하며 노사정위원회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17일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저 자] 이위재 기자
[출 처] 조선
[발 행 일] 1999.12.04
[발 행 처] 조선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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