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주간전망대> 전임자 임금 문제를 둘러싼 ‘정치역학’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조항을 둘러싸고 노사간에 치열한 정치투쟁이 전
개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합의사항 이행 차원에서 전임자임금 지
급 금지조항을 연내에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의원 30여명이 전임
자 임금관련 조항의 개정을 요구하는 법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여기에 한국노총은 12월17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이에 대한 경영계측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경제5단체는 지난 3일 전임자
임금지급금지조항을 개정하려 할 경우 경영계 차원의 정치활동을 통해서 저
지하겠다며 맞대응을 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노사문제에 대한 국회의원들
의 의정활동을 평가해 기업에 홍보하는 등 압박작전을 펼 수도 있다며 정치
권을 견제하고 있다. 경영계는 여기에 한발 더 나가 재계 입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는 노골적인 카드까지 내비치고 있
다.
왜 이 시기에 전임자 임금지급문제가 정치적인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일까.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조항의 개정에 가장 적극적인 쪽은 한국노총이다. 한
국노총의 박인상 위원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올해안에 법개정을 관철시키겠
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노총의 요구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간접화법으로
긍정적인 검토의견이 흘러나오기도 했었다. 이런 정황들로 한국노총 내에서
는 전임자임금 조항을 올해 안에 개정하는 것이 큰 숙제로 돼온 게 사실이
다.
*한국노총 지도부의 정공법
그러나 정기국회에 접어드는 시점부터 여야는 옷로비 사건, 언론대책 문
건 등으로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치열한 정쟁에 휘말려 들어갔다. 결국
각종 민생법안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다. 전임자 임금관련 법개정도 마찬가지의 운명에 처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한국노총 지도부는 정공법을 택했다. 12월17일 총
파업 돌입이라는 승부수를 띄워서라도 전임자 임금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
다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치
권을 압박해 들어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나 정당제휴를 선언해 놓고 있는 마당에 목소리를 높이면 높일수록 협상력
이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는 한국노총이 이런 정공법을 선택하게 된데는 지도부의 고
민도 배어 있는 것 같다. 한국노총이 점잖게 대응을 하다가 법개정도 안되
고 올해를 넘길 경우 지도부로서는 책임논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책임논쟁은 내년 봄 총선에 대응할 한국노총 지도부의 정치적인
운신폭을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결국 한국노총의 12월 17일 총파업이라는 승부수는 안팎을 겨냥한 다목적
포석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여당의 ‘묘수풀이’ 능력
물론 이런 한국노총의 정공법이 얼마나 통할 것인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
다. 정치활동까지 거론하며 맞대응하고 나선 경영계의 서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여당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도 불투명하
다. 벌써 정부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법개정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여당으로서도 국정 장악력이 상당히 떨어지고 지지율이
20%대까지 내려가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힘있게 밀어붙이기가 만만치 않
은 상황이다.
이렇게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될 경우 고민스런 선택의 열쇠는 정부 여당
으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로 예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전임자 임금관련법조항을 올해 개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경영계의 반발을 고려할 때 경영계에 반대급부를 주거나 경
영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을 해야만 한다. 어떤 경우든 정부 여당의 부
담은 클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길은 전임자 임금관련법조항의 개정원칙만 확인하고 법개정의
과제는 내년으로 넘기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노총으로서는 당장 손에 쥐는
것이 없기 때문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두가지 길 사이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해
답도 그 사에에서 찾아질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그것은 한국노총과 노동
계의 투쟁 집중력과 협상력, 그리고 경영계의 견제력, 정부여당의 국정 장
악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차원 함수다. 지금 한국노총과 정부 여당은
17일까지 이 다차원함수의 해법을 찾아야만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나 할
까.
[저 자] 이성희 편집국장
[출 처] 센터
[발 행 일] 1999.12.06
[발 행 처] (주)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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