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법 개정 ‘뜨거운 감자’>노-사-정 3자3색

《내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둘러싼 노사충돌의 틈바구니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발단은 여야 의원 3 0여명

이 노동조합법을 개정, 2002년부터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한 기업을 처

벌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의원입법을 추진 중인 것이 외부

에 알려진 데서 비롯됐다. ‘돈줄’을 쥐고 있는 재계는 당장 “내년 총선 때

정치인들의 성향을 파악, 이들의 당락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며 정치활동을

선언했다. 그러자 노동계는 “재계의 주장은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려는

경거망동”이라고 비난하면서 정치권에 대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

및 처벌조항의 무효화를 요구하고 나 섰다.》

▼정치권 “잘못 편들다…”▼

여야 지도부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 조항을 둘러싼 노사양측의 대 립

과 관련,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때 처벌하도록 한 규정의 삭제를 골자로 한 노

동조합법 개정안은 조성준(趙誠俊·국민회의) 등 노동계 출신 여야의원 들이

의원입법으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아직 관련 상임위인 환경노동

위에 정식으로 상정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회의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노사정위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만큼 협

상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국민회의에 우호 적인

한국노총이 법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이들의 목소리를 의식하 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이 안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사업장이 300명 이 하

의 소규모사업장인데 한국노총의 80%가 이들 사업장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

다.

국민회의 일부 당직자들은 전경련이 이와 관련해 정치활동까지 선언하 는

등 초강수를 들고나오자 “그렇다면 정경유착을 공식화하겠다는 말이 냐”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는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사안의 민감성 때

문에 공식논평도 내지 않는 등 조심스러운 태도다. 다만 이부영(李富榮 )원내

총무는 5일 “이해당사자가 정치전면에 나서거나 정치권이 이해관계 자들의 볼

모로 잡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사대립이 정치권으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이총무는 그러면서도 “모든 문 제가 대화로 풀려야

한다”는 원칙론을 밝혔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재계 “총선서 보자”▼

재계는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에 관한 한 ‘절대 허용 불가’ 를

고수하고 있다. “이미 여야 합의로 얘기가 다 끝난 사항이기 때문에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노동법 재개정 움직임에 대한 대응은 전에 없이 강경하

다. 경제5단체 상근 부회장들이 3일 긴급회동을 갖고 “노조의 정치활동 에 상

응하는 정치활동을 벌여나가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4일에는 손병 두(孫炳斗)

전경련부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손부회장은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한 노동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 을

보이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낙선운동을 벌일 수도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같은 재계의 민감한 반응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이 재계 입장으 로

서는 힘겹게 얻어낸 ‘투쟁의 산물’이기 때문. 97년 3월 노동법 개정 당시

재계는 복수노조와 제3자 개입허용을 양보하는 대신 이 조항을 따냈 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야말로 노조의 힘을 ‘무력화’할 수 있는 실

질적 무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재계는 전임자 임금지급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사실상 파괴하는 것

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명분상으로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것.

재계는 3일 경제5단체와 업종별단체로 구성된 경제단체협의회 안에 정 치

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구체적인 방향까지 제시했다.

재계의 이런 움직임은 일단은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하려는 일부 의원들 을

‘압박’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노동계 “冬鬪 본격화”▼

한국노총 박인상(朴仁相)위원장은 7일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 전임자 에

대한 임금지급을 처벌토록 한 노동관계법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노사 정위 탈

퇴는 물론 대정부 대사용자 전면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취 지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또 17일 산하 전 사업장 노조가 참여하는 시한부 총파업투 쟁

을 계획중에 있으며 정기국회가 폐회하는 18일까지 노동관계법을 개정 하지 않

을 경우 노사정위를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어 정부여당의 ‘공약위반’과 사용자측의 ‘노조탄압’을 규탄하는 대

정부 대사용자 전면투쟁을 벌인다는 것.

한편 민주노총도 1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조합원 2만여명이 참여하 는

제2차 ‘민중대회’를 열어 법정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정부와 사용자 측의 태

도변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6일부터 정기국회가 끝나는 18일까지

매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노동시간단축 개혁입법 쟁취

결의대회’를 가진 뒤 이달말경 총파업 투쟁에 들어가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특히 핵심 현안에 대한 정부와 사용자측의 태도 변

화가 없을 경우 연대 총파업투쟁에 나서는 방안도 모색중인 것으로 알 려져 노

동계의 ‘겨울투쟁’ 파고가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정위는 이에 따라 공익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잇따라 대책회의를 열

고 노동 현안에 대한 절충안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노사 모두를 만족시 킬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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