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논단] /재계 금권정치 위협/장상환/경상대 교수·경제학
양식 있는 국회의원들이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면 처벌한 다는 조항
을 없애기로 한 것을 두고, 재계가 자신들의 의견을 대 변할 의원을 선별해 정
치자금을 지원하고 조직적 낙선운동을 펴는 등 정치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나서
소동이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난센스이며, 자칫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위협
할 수 있는 행태라 고 하겠다.
노동조합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벌금 까지 물리
도록 한 것은 노동법의 기본정신과도 위배되고 실효성도 없다. 감히 노동조합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텐데 만약 이 법 이 그대로 시행되면 어떻게 되겠는
가.
노동조합으로서는 조합비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로서는 추가적
부담을 원치 않을 것이고, 당연히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감당할 만큼의 조합
비 인상을 위해 추가적 임금 인상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이렇
게 주나 저렇게 주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노동조합의 협력을 얻어내는 데는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 급하는 것
이 유리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어용조합만 있 고 민주적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은 노조를 어용으로
유지시키는 주요한 방법이었다 . 그러다가 87년 6월항쟁에 이어 일어난 7~9월
노동자 대투쟁 이 후 민주적 노동조합이 자본가와 대결 자세를 취하자 이를 꺾
기 위 해 태도를 바꿨다. 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어날 경우 사소한 절차를 문
제삼아 불법파업으로 몰아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이번에 쟁점 이 된 노조전임
자 임금지급 금지를 추진하였다.
하지만 이는 모두 노동조합의 도전을 합리적으로 수용하지 못하 고 결국은
주고 말 것을, 갈등만 잔뜩 부추기고 주는 어리석은 짓 일 따름이다. 재계에서
도 머리좋은 인재들이 많을 것이니 궁지에 몰린 쥐처럼 허둥대지 말 일이다.
`조삼모사’의 교훈을 잘 새겨 보길 바란다.
또 이런 형편없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돈으로 국회의원들에 게 노골적
인 협박을 하겠는 것 역시 부작용만 크고 국민들로부터 고립화만 초래할 뿐이
다. 정치인들을 재계의 심부름이나 하는 하 수인으로 만들게 되면 도대체 국가
관리는 어떻게 되겠는가.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사태가 초래된 원인이 정경유착으로 정부가 재벌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데도 있는 것 아닌가. 자본주의 국 가는 총자본의 이익
을 대변하는 것이지 개별 자본의 직접적 이익 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정치학에서는 상식이다.
재벌을 강력하게 개혁하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사회주의 적인 방식’
이라고 매도한 한나라당도 너무했지만 국가가 개별자본 의 어리석은 요구를 실
천하도록 강요하는 우리 재계는 정말 위험 하다.
민법에 대한 특별법으로 노동법이 존재하고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은, 노
동자들이 자본가들에 대하여 일대일로 맞설 경우 반드시 불리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특정후보 지지, 정치자금 제공 등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허용한
것 또한 개별적인 정치활동으로 는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자본가에 비해 불리
하기 때문이다. 자본 가는 개인으로 하는 일을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통하여 할
수 있도 록 하는 것이다.
자본가들로서는 이른바 `후원회’ 등을 통해 정치인에게 정치자금 을 기부하
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 다 만 기업이 정치자금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의 부가가치는 노동자와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배당받 은 이윤 가운데 일부를 정치자금으로 제공하면
된다.
이제 우리 사회도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선진 자 본주의국
가처럼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이 정치적으로 대립되 는 시대로 접어들었
다. 정치제도도 선진 자본주의국가에서 확립된 질서를 참고하여 합리적인 절
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 99년12월07일18시11분 한겨레 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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