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합법화시대’ 무엇이 달라지나-(2)사회·정치적 위상 변화
명실상부한 민중대변자로
“정책참여 과정에서 이해·요구 반영해야”
민주노총 합법화가 몰고올 변화는 노동계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일차적으로 소속 조합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조직이지만, 그 위상이나 영향력이 그것으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96∼97년 총파업이 몰고온 사회·정치적 파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스스로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민주노총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합법화 이후 그 무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실 조직내부에서 민주노총 합법화가 가져올 사회·정치적 위상변화를 피부로 느끼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합법화는 기층민중운동조직이 투쟁을 통해 합법화된 초유의 사건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반공이데올로기와 극우보수주의에 찌든 한국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민주노총이 노동자 뿐만아니라 4천만 민중을 대표해 그들의 이해와 요구도 대변해야 하는 임무를 명실상부하게 떠맡았음을 뜻한다.
이같은 임무는 노동정책은 물론 고용정책과 산업안전보건정책, 4대 사회보험, 여성정책·모성보호, 경제정책·산업정책 등 기층민중의 이해가 걸린 정책현안에 반영하는 것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는 국무총리실, 노동부, 재정경제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실타래가 풀릴 전망이다. 이를 통해 합법공간에 들어온 민주노총의 존재가 확연히 드러나는 만큼 정책참여에 따른 책임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뻣뻣하고 구부러진 노동행정, 보수적인 행정관료로 대표되는 의식과 관행, 제도를 바꿔내야 하는 책무를 떠맡게 된 것이다. 한편 정부·자본과 접촉면이 넓어지는 과정에서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검토·조율하고 중앙의 정책방침에 녹여내는 일 또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노중기 한신대교수(국제사회학부)는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당연히 ‘들러리식’ 참여로는 안되고, 그 때문에 조직내부 준비가 시급하다”며 “정책역량에 따라 향후 2∼3년은 대중에게 민주노총의 위치와 역할을 각인시키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와 함께 그동안 비판받아온 ‘대규모·남성·조직노동자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국민적 이해와 요구를 대변해야 하는 임무도 떠안게 됐다. 조직노동자의의 이해와 직결된 문제뿐만 아니라 농민·빈민·여성·미조직노동자에도 관심을 갖고 ‘국민적 계급’으로 태어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민주노총 이수호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의 역사와 활동내용, 도덕성과 민주성을 볼 때 민족민주운동 내에서 노동운동이 건강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가와 언론에 의해 왜곡됐던 기층대중운동이 제대로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겨레> 여론매체부 조준상기자는 “민주노총의 교섭경험은 노개위와 노사정위가 전부인데 앞으로 확대될 대정부·자본 교섭에 앞서 이를 재평가해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중앙뿐 아니라 지역본부 차원에서도 지자체와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수희 서울본부장은 “민주노총 중앙과 중앙정부가 대립하고 교섭하는 과정이 크게 부각된데 비해 그 합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시행할 지자체의 역할은 별반 없었다”며 “앞으로 서울시가 서울시민과 노동자들을 위해 내실 있는 사업을 하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넓어진 공간에서 민주노총이 국민을 대표하는 계급으로 부상하는 것은 전적으로 민주노총의 역량과 노력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이 그간 법외단체라고 해서 활동을 못한 것은 없다. 민주노총 이상학 대외협력실장은 “민주노총이 법외단체였다고 해도 정부는 민주노총을 무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중요한 것은 세력관계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정책역량 강화나 조직력 확대가 앞으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말해줄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편 합법화를 이유로 지금껏 견지해온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훼손하거나 정치권과 자본이 그어놓은 제도권의 틀 안에 안주해서는 이같은 희망은 ‘꿈’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상업연맹 김형근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조직내부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거나 정부지원금을 받는 문제 등 적잖은 고민거리가 있다”면서 “모든 문제를 투명하게 처리해야 하며 특히 재정문제의 경우 경각심을 갖고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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