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침의향기] /유해한 업무처리 나쁜꾀/장재연/아주의대 교수

우리가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하는 가정도 알고 보면 위험한 요인이

많은 곳이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5살 이하의 어린이들이 가정에서 합성세제

를 마시는 등 독성물질에 노출되는 사고만 해 도 연간 100만건 가까이 발생한

다고 한다.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안전문제

가 항상 신경이 쓰이곤 했다.

첫아이는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러운 성격이어서 별 탈이 없이 컸 다. 문지

방을 넘어갈 때조차 뒤로 돌아서 기어 넘어가고, 맑은 물 과 우유 이외에는 보

리차도 색깔이 이상하다고 입에 대지 않고, 낯선 물건은 손가락 끝을 살짝 대

본 뒤에야 잡을 정도였다. 두 살 터울의 둘째 아이는 크게 달랐다. 아무 것이

나 입에 넣고, 집어 당기고, 올라가는 식이었다.

그래서 집안에서 아이 손이 닿는 곳의 물건들을 모두 치우고, 전 기 콘센트

에는 안전플러그를 꽂아 두었다. 비상열쇠를 준비해 두 고 심지어 멀쩡한 탁자

의 뾰족한 모서리를 모두 톱으로 잘라내기 도 했다. 아이들을 돌보는 구실은

아이들 엄마가 주로 했지만 안 전문제는 대부분 나의 몫이었다. 그것은 가장으

로서 당연히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처럼

상식적 인 이치가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여러 공장의 노동환경을 조사하다 보면, 같은 공장 안에서도 특 히 유해한

부서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그 부서를 하청을 주어 버린 것을

보게 되는데, 이런 현상은 대기업일수록 흔한 일이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설을 하자니 돈이 아깝고 , 산재나 직업병 환자가 생기면 골치 아프니 손쉬

운 방법으로 하 청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나 의심된다. 노동환경도 나쁘고 작업

강 도도 무척 높지만 그 공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공정인 경우가 대부 분이기

때문이다. 영세한 하청기업이 제대로 안전조처나 시설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모기업에서 책임의 식을 갖고 안전조처를 취하는 것

이 당연한 일이다. 만일 하청을 주었으니 책임이 없다고 한다면, 경제적인 미

끼로 힘없는 사람들 을 질병과 죽음의 위험에 빠지게 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

하지 않 을까?

민간기업도 아닌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는 공기업에서도 유해부 주기도 한다. 그런 부서에서 직업병 환자들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

다. 가끔 이런 소식이 들릴 때마다 일부 기업 들의 비정함에 온몸이 떨리곤 한

다. 언제쯤 우리도 신뢰할 수 있 고 사랑할 수 있는 기업들을 가질 수 있을지

답답한 마음이다.

◐ 99년12월13일18시57분 한겨레 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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