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제2회 청년의 날 행사를 규탄하며 "시혜적 청년정책이 아닌 보편적 권리보장을, 체제유지가 아닌 전환을" 외친 청년 활동가들이 2,300만 원의 벌금 폭탄을 맞았다. 이들은 "벌금으로 체제전환의 목소리를 막을 수 없다"며 정식재판으로 체제전환 요구의 정당함을 더 너르게 알리겠다고 나섰다.
체제전환을 위한 청년시국회의 재판 투쟁 돌입 기자회견. 청년시국회의 제공
‘체제전환을 위한 청년시국회의’는 지난 2021년 9월 17일 청년의 날,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정부 청년의 날 기념식 규탄 청년행동"을 통해 △시혜적 청년정책 중단 △사회적 기본권의 보편적 보장체계 마련 △기후정의 △성평등, 성소수자 권리보장 △학력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유지한 채 청년을 선별적·시혜적 지원 대상으로 취급하는 국가 정책을 규탄했다.
당시 경찰은 30분 만에 청년 활동가 12명의 손과 발을 잡아 연행했고, 3년 후인 2024년 10월 윤석열 정부 시기 검찰은 이들을 무더기 약식기소하며 총 2,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청년시국회의는 이를 “총선 패배 이후 정치 위기에 몰린 정권이 불법계엄을 앞두고 3년 전 사건을 이용해 청년 활동가들을 입막음하기 위한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청년시국회의 활동가들은 지난 10일 첫 공판에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식재판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이번에 기소된 청년들은 노동·기후·인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대부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활동비로 생계를 이어가는 현실이다. 청년시국회의는 이번 재판투쟁이 “단순한 벌금 문제가 아니라, 체제전환의 정당성을 법정에서 증명하는 싸움”이라며 시민사회의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사자인 황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우리는 정부를 향한 의견 표출을 억압하는 국가를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면서 "국가는 청년의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약식 기소로 벌금 2,300만 원을 부과한 억지스럽고 줏대 없는 경찰과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황나라 활동가는 또한 “정부가 기껏 내놓는 청년 정책이라는 것이 학자금 대출, 신혼부부 지원, 월세 일부 지원뿐인데, 저는 이런 시혜적이고 단편적인 정책은 필요 없다”고도 소리 높였다. 그는 “내 친구가 일하다 죽지 않고, 혐오범죄에 노출되지 않고, 고향에 갈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은 왜 외면하느냐”며, “국가가 말하는 청년에는 장애인도, 여성도, 퀴어도, 가난한 사람도 없다. 진짜 청년은 여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혐오정치 일삼는 정치인이나 잡아가라. 우리는 진짜 청년의 이름으로 이 재판투쟁을 통해 더 많은 청년 의제를 수면 위로 올릴 것”이라고 힘 주어 말했다.
"정부가 말하는 청년에 성소수자 청년이 있습니까". 청년시국회의 제공
유진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연대 발언에서 “청년들이 외친 것은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모든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권리였다”며 “장애인의 목소리와 닮아있는 청년의 목소리가, 청년도 함께 살자라는 외침이 외면당하지 않도록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봉 노동당 부대표는 “권리는 외면하고, 권리를 요구하니 벌금으로 폭탄을 때렸다”면서 “애초에 없었던 권리이기에 빼앗겼다는 말조차도 할 수 없는 청년의 현실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김 부대표는 이어서 “먹고 떨어지라는 시혜적 정책이 아니라 노동권, 교육권, 주거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청년들이 체제전환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건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당이 말해온 체제전환과 청년들의 요구는 다르지 않다. 청년들의 투쟁에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겨울 탄핵 광장에서 외쳐온 평등과 존엄의 권리가 대선 기간 사라졌다”고 지적하고, “문재인 정부가 그랬듯 광장의 사회대개혁 요구는 이재명 정부에서도 뒷순위로 밀려 청년들은 다시 그 요구들을 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들의 투쟁이 외롭지 않도록 끝까지 연대하고 세상에 알리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첫 공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물 확인과 증인 신청이 진행됐고,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7월 24일 오후 2시 50분(서울중앙지법 서관 519호 법정)으로 지정했다.
체제전환을 위한 청년시국회의는 향후 재판 투쟁을 이어가면서 방청 연대와 투쟁기금 모금을 조직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시민사회 각계에서 지지와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부당한 탄압에 저항하는 것, 그것은 함께하는 것입니다. 돈으로 죽이려는 자들에게 십시일반으로 포위하는 것입니다"라는 재판투쟁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도 "정부가 주최한 청년의 날 행사에 청년들이 모여 버겁고도 불안정한 삶의 현실에 대해 알렸습니다. 그 대가로 2,300만 원의 벌금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토록 부당하고 과도한 벌금형에 굴복하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저항의 몸짓에 응답하고 연대하는 정치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길 바랍니다"라고 지지를 표했다.
민희 플랫폼C 상임활동가도 "이 체제를 바꾸자고 나선 청년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큰 희망이 됩니다. 그 용기는 벌금으로 꺾일 수 없고, 우리는 그 용기를 함께 지켜낼 것입니다. 세상에 맞서 투쟁하는 발걸음에 함께 손을 얹어주세요.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라며 마음을 전했다.
청년 활동가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싶은 이들은 [투쟁기금 모금 계좌] 카카오뱅크 33333-3547-7994 (예금주: ㅇㄱㅁ)를 통해 마음을 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