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의 세계를 민중의 관점으로 골라 매일 저녁 전합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 이태원 참사 4주기를 이틀 앞두고 특조위가 첫 중간보고를 냈다. 대통령 지시가 관계기관에 닿는 데 55분이 걸린 밤의 기록을 심층 ①이 따라간다.
- 반도체 공장에 실습을 나간 열여덟 학생이 1년 만에 간을 이식했다. 산재가 아니라고 한 1심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았는지 심층 ②가 따진다.
- 채수근 해병 순직 3년 3개월 만에 임성근 전 사단장의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유죄와 무죄가 한 판결문에 같이 담긴 사정은 오늘의 말에서 이어진다.
- 국민연금이 이스라엘 국채 434억 원을 들고 있다는 자료가 국회 앞에서 낭독됐다. 노후자금이 전쟁 자금이 되는 경로를 국정감사가 다루라고 노조와 시민단체가 요구했다.
-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고, 보수지와 진보지가 드물게 같은 방향으로 “재판 독립”을 말했다. 사설 비평이 그 겹침과 어긋남을 가른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마약 형사 49명이 있던 골목에, 인파를 맡은 경찰은 한 명도 없었다
「이태원 참사 당시 경비기동대 ‘0명’…대통령 지시 55분 늑장 전파」 아시아투데이 · 10/27 함께 볼 기사 「“현장 경비기동대 0명”…이태원참사 막을 경찰 없었다」 이데일리 · 10/27 함께 볼 기사 「이태원특조위 “대통령 지시 55분간 전파 안돼…재난부처 피하고자”」 노컷뉴스 · 10/27 함께 볼 기사 「李대통령 “이태원 참사 4주기…국민 모두 안전한 일상, 아직 갈 길 멀다”」 미디어오늘 · 10/27
중간보고가 처음 내놓은 숫자는 무엇인가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2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2024년 9월 출범한 뒤 처음으로 조사 결과를 숫자로 내놓았다. 참사 당일 밤 10시 이태원 현장에 배치된 경찰은 120명이었다. 그중 49명은 마약 단속 형사였고, 인파를 관리하는 경비기동대는 한 명도 없었다. 서울 시내 기동부대 81개 가운데 67개는 그날 집회·시위 대응에 나가 있었고, 용산경찰서는 기동대 지원을 정식으로 요청하지 않았다. 압사 위험을 알린 112 신고 11건 가운데 경찰이 실제로 간 곳은 특조위가 보기에 없다. 경찰은 4건에 출동했다고 설명해 왔지만, 특조위는 그 출동 기록이 두 차례 고쳐진 정황을 확인했다.
지시는 어디서 55분을 돌았나
행정안전부는 참사 33분 뒤인 밤 10시 48분에 상황을 알았고, 장관에게 첫 보고가 올라간 것은 11시 31분이었다. 대통령 지시는 밤 11시 21분에 나왔는데 관계기관에 전달된 시각은 다음 날 0시 16분이다. 55분이 비었다. 특조위가 확보한 행안부 간부의 진술은 그 공백의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전파하면 행안부가 재난부처가 될 것 같다.” 재난을 총괄하는 부처가 이 참사의 책임 부서로 이름이 오르기를 꺼렸다는 뜻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주관 부서는 새벽 2시 1분께에야 정해졌고 첫 회의는 아침 10시에 열렸다. 대통령실은 2022년 7월부터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에서 재난 컨트롤타워를 명시한 문구를 지우는 개정을 추진해 이듬해 3월 대통령 결재로 삭제했다.
구청과 병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용산구 당직자 두 명은 참사 당일 저녁 정부 비판 전단지를 떼라는 지시를 받고 전쟁기념관으로 갔다. 재난안전상황실은 약 1시간 15분 비어 있었다. 구청은 참사가 난 골목 주변의 불법 증축물을 2014년부터 적발하고도 철거 명령 없이 이행강제금만 물렸다. 수용 여력이 8명이던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79명이 옮겨졌고, 희생자들은 44곳으로 흩어졌다. 사망 서류 158건 가운데 105건은 사인 판정이 서로 맞지 않았다. 피해 신고 314명 중 구호금을 실제로 받은 사람은 4명이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는 넉 달 만에 문을 닫았다.
조사는 누구에게까지 가는가
특조위는 11월에 소방청과 행안부를, 12월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을 직접 조사할 계획이다. 보고회가 끝나고 송두환 위원장이 자리를 뜨려 하자 유가족은 “질문을 안 받습니까”라고 물었고, 40여 분의 질의응답이 추가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다시는 국가의 부재로 억울한 죽음이 생기는 참혹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 부재가 어떤 결정들로 만들어졌는지는 이제 숫자로 나와 있다. 12월 조사가 그 결정을 내린 사람까지 가는지는 특조위 활동이 끝나는 2027년 9월 16일 전에 드러난다.
#이태원참사 #특조위 #경비기동대 #마약단속 #행안부 #컨트롤타워 #4주기
실습 1년 만에 간을 바꿨다, 법원이 본 것은 회사가 낸 목록이었다
「19살에 간 녹은 반도체 노동자, ‘독성 간 질환’ 산재 1심 패소…노동계 “부실 판결”」 프레시안 · 10/27 함께 볼 기사 「[단독]반도체고 인기 느는데…현장실습생 질병 산재는 관리 사각지대」 경향신문 · 10/27 함께 볼 기사 「반도체공정 1년 뒤 간이 녹은 실습생…회사는 보도한 기자 형사고소」 미디어오늘(2024년) · 12/11 함께 볼 기사 「[규탄성명] 스태츠칩팩코리아 간독성질환 1심판결은 부실조사와 의학감정에 기댄 부당한 판결이다」 반올림 · 10/27
열여덟의 실습생은 1년 뒤 어디에 있었나
2002년생 A씨는 2020년 10월 울산의 마이스터고 3학년 현장실습생으로 인천 영종도의 반도체 후공정 회사 스태츠칩팩코리아에 들어갔다. 칩을 기판에 붙이는 공정, 4조 3교대였다. 1년 뒤 멍과 코피, 구토가 시작됐고 2021년 12월 급성 간염을 동반한 독성 간질환과 무형성 빈혈 진단을 받았다. 2022년 1월, 간을 이식했다. 열아홉이었다. 집도의는 간이 “완전히 녹아내려 형체가 없었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4년 5월 산재를 불승인했고, A씨는 그해 8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은 지난 9월 16일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프레시안이 27일 보도한 판결문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노출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고” 발병에는 “백신 접종과 관련된 것으로, 업무 외 면역학적 요인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회사가 낸 목록 바깥에는 무엇이 있었나
재판부가 노출이 낮다고 본 근거는 회사가 제출한 물질안전보건자료와 작업환경측정 결과다. 물질안전보건자료는 회사가 쓰는 화학물질의 이름과 위험을 적은 서류인데, 거기에 급성 독성 간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주요 물질이 없고 측정값도 대부분 기준 농도 아래였다는 것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을 지원해 온 단체 반올림은 27일 성명에서 현장에서 쓰인 화학제품이 그 자료보다 많았고 역학조사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2017년 대법원은 삼성전자 LCD 노동자 사건에서 기준 하나를 세웠다. 첨단산업의 희귀질환은 행정청의 조사가 부실하고 사업주가 협조하지 않은 사정을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올림은 이번 1심이 그 기준을 쓰지 않았다고 본다. A씨는 10월 14일 항소했다.
왜 질병은 집계에 없나
경향신문이 27일 단독으로 보도한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반도체 현장실습생 산재는 5건이고 전부 사고다. 질병은 0건이다. 교육부 집계는 재학 중에 일어난 사고를 센다. A씨처럼 졸업하고 나서 나타나는 병은 그 틀 바깥에 있고, 교육부도 학교도 산재 신청을 도울 근거가 없었다. 반면 반도체산업협회 소속 304개사에서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산재로 숨진 사람의 70.1%는 질병이 원인이었다. 전 산업 평균 57.8%보다 높다. 2019년 도입된 학교 배정 노무사 제도가 반도체 실습생에게 안전 상담을 한 횟수는 2023년부터 3년간 7건이다. 실습생은 자기가 다루는 약품의 이름을 모르고, 계약이 불안해 묻지 못한다.
앞으로 무엇이 갈리나
첫째, 서울고법 항소심이 회사 자료 바깥의 노출을 어디까지 조사하느냐가 2017년 판례의 효력을 가른다. 둘째, 강경숙 의원이 요구한 질병 산재까지 포함한 실태 파악과, 전문가들이 말하는 졸업 이후의 건강 추적이 제도가 되느냐다. 셋째, 반도체 특구와 특례를 추진하는 정부가 이 산업의 질병 사망 비율 70.1%를 특구법 심사 자료에 넣을 것인가다. 스물넷이 된 A씨의 항소심은 회사가 낸 서류 말고 무엇을 더 볼 것인지에서 시작한다.
#스태츠칩팩코리아 #현장실습생 #독성간질환 #산재 #반올림 #근로복지공단 #반도체
03 한 장의 세계

“조례는 통과됐다, 노동자는 16일째 승강장 바닥에 있다”
자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텔레그램 공개 사진(2026.10.27 08:12 게시) · 원문 보기 →
조례는 통과됐다, 노동자는 16일째 승강장 바닥에 있다
27일 아침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승강장, 최중증장애인 노동자가 “이것도 노동이다” 펼침막 앞에 앉아 있다. 바닥을 기어 나아가는 시위인 포체투지의 16일째다. 서울시의회가 9월 11일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에도 오세훈 시장은 공포하지 않았고, 2024년 1월 해고된 400명의 자리는 2년 9개월째 비어 있다. 경기도는 같은 이름의 일자리 880명분을 2027년 예산 기초안에서 0원으로 잡았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근로기준법이 세지 않는 노동자들이 헌법재판소 앞에 섰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부당해고를 당해도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없다. 27일 그 조항의 위헌을 묻는 헌법소원이 접수됐다. 국세청 자료로 ‘가짜 5인 미만’이 의심되는 사업장이 15만 곳에 이른다는 국정감사 지적 뒤에 나온 청구다.
국회 정문 앞 회견과 의원실로 가는 문자, 초광역특구법 반대는 두 갈래로 움직였다
대기업 투자 지역에 노동시간·환경평가·농지 규제의 예외를 묶어 주는 초광역특구법을 두고, 민주노총은 27일 오후 공동발의 의원에게 항의 문자를 보내자는 행동을 조합원에게 요청했다. 문자에 적힌 조항은 넷이다. 유급휴일을 주지 않아도 되고, 연구관리직은 노동시간 상한에서 빠지며, 주 52시간을 평균으로 맞추는 기간이 6개월로 늘고, 기간제 계약이 4년까지 가능해진다. 같은 시각 국회 정문 앞에서는 양대 노총과 농민·환경·보건의료 단체들의 회견이 열렸다. 그 발언은 오늘의 주장에서 이어진다.
오늘의 논쟁
룰라는 왜 이겼나, 바루파키스는 ‘혁명가가 아니다’부터 적었다
결선 역전의 원인을 두고 해석이 갈린다. 바루파키스는 룰라가 “계급의 언어”를 되찾고 월 5천 헤알 이하 소득세 면제와 공공 결제망 픽스(Pix)로 카드 수수료를 걷는 쪽을 겨눴기 때문이라고 쓴다. 한겨레 사설은 주 5일제와 최저임금 같은 ‘체감형 민생’에서 답을 찾고, 참세상이 옮긴 자코뱅은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이 거꾸로 결집을 불렀다는 점을 앞세운다. 한 사건을 각각 계급, 민생, 지정학으로 푸는 셈이다. 전지윤은 스페인 산체스 총리가 “브라질이 할 수 있으면 스페인도 할 수 있다”고 11월 29일 총선에 끌어다 쓴 장면을 짚는다. 바루파키스 자신도 “룰라는 혁명가가 아니다”라며 의회와 중앙은행이 그대로라는 단서를 붙였다.
긴축은 국가폭력인가, 경기도 장애인 일자리 880개가 논쟁이 됐다
추미애 경기지사가 26일 밤 페이스북에 “장애인 관련 예산은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아직 내년도 예산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라고 쓴 뒤, 긴축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논쟁이 됐다. 김정희원은 긴축이 국가폭력인 이유를 약자의 몫이 가장 먼저 잘리는 순서에서 찾고, 노동당은 서울의 400명 해고와 경기도가 127억 원을 0원으로 만든 예산안을 나란히 놓은 ‘다른 그림 찾기’로 응수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7일 예고했던 단식을 유보하고 요구안을 도에 넘겼다. 도 대변인은 쓸 수 있는 돈이 예년의 40~45%라고 설명해 왔다. 논쟁은 그 줄어든 돈에서 왜 장애인 일자리가 먼저 지워졌느냐에 있다.
오늘의 단어
특별연장근로 근로기준법 53조 4항이 정한 예외다. 재해 수습이나 돌발 상황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노동부 인가를 받아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게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반도체 업계가 이 인가 절차가 번거롭다고 하자 “포괄적으로 미리 해주면 되지”라고 답했고, 노동부에 시행령 수정을 검토하라고 했다. 미리 포괄적으로 인가된 연장근로는 더는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 노동법 쪽의 반론이다. 초광역특구법에서 빠질 수 있는 52시간 특례가 이 단어를 통해 시행령으로 돌아올 수 있어, 지금 싸움은 이 단어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늘의 말
[주목] “명령위반에 면죄부를 준 대법원”
대법원은 27일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의 징역 3년을 확정하면서, 부대를 지휘할 권한(작전통제권)이 다른 부대로 넘어간 뒤에도 수색을 계속하게 한 명령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그대로 두었다. 유가족은 “원통함”을, 군인권센터는 “작전통제권이 없는 지휘관의 개입을 인정하면서도 명령위반의 책임을 부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판단”이라고 썼다. 병사를 물에 들여보낸 과실은 유죄인데, 권한 없이 작전을 지시한 일은 죄가 되지 않았다. 성명은 이 두 판단이 한 판결문에 같이 있을 수 있느냐를 따진다.
05 오늘의 주장
1. 초광역특구법은 27일 국회 앞에서 노동·농민·환경·보건의료 단체의 공동 과녁이 됐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초광역특구(메가특구)법 반대 단체들이 꾸린 메가규탄행동은 “두 개의 법안 중 하나를 고르라는 악마적 선택을 강요하지 말라”며 박상혁·최기상 두 민주당 의원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노동특례가 빠진 안까지 철회 대상에 넣었고, 농민회는 농지전용 완화와 농업용수를, 녹색연합은 환경영향평가 협의기간을 30일로 묶는 조항을,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외국인 법인의 병원 개설 예외를 각각 문제 삼았다. 노동당은 27일 「재벌의 사업계획서에 미래를 맡기는 초광역특구법 반대한다」에서 특구가 기업의 투자 약속을 법으로 바꾸는 장치라고 썼다. 입장들은 노동특례의 유무를 넘어 법의 구조 자체를 문제 삼는 쪽으로 모인다. 회견은 참세상이 27일 오후 보도했다.
2. 경기도 장애인 예산을 두고는 도지사의 글 한 편이 나온 뒤에도 성명이 이어졌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추미애 지사의 “세심히 살피겠다”는 입장을 환영하면서도 “우리는 밧줄에 매달려 재주를 부리는 광대가 아닙니다”라며 880명 고용의 1년 보장과 다섯 명당 전담인력 한 명, 최저임금 인상률 반영을 요구했다.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는 인원을 줄이거나 사업을 조정하지 않고 2027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밝히라고 했다. 환영과 요구가 한 문서에 담긴 것은, 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동안 예산 기초안의 0이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3. 한편 법원과 원청, 국회와 원안위에 각각 답을 요구한 성명 네 건이 있다. 반올림은 스태츠칩팩코리아 간독성질환 1심 판결이 “부실조사와 의학감정에 기댄 부당한 판결”이라며 항소심에서 사업주 비협조를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보라는 2017년 대법원 판례를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는 즉각 원청교섭에 응하라」에서 노란봉투법이 시행됐는데도 원청이 교섭 요구에 답하지 않고 있다고 썼다. 참여연대는 전세사기 예방 입법을 정부와 국회가 언제까지 미룰 것인지 물었고, 녹색당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거수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네 성명이 겨눈 곳은 다르지만, 답해야 할 기관이 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같다.
06 사설·칼럼 비평
[주목] 브라질의 선거를 워싱턴의 패배로 놓는 글
「룰라의 승리는 도널드 트럼프와 MAGA의 패배다」 브랑코 마르체티치(자코뱅) · 하주영 번역 참세상 · 10/27
한국 신문들이 룰라의 ‘기적’을 민생에서 찾을 때, 이 글은 같은 결과를 미국의 실패로 놓고 본다. 50% 관세와 대법관 제재, 메타의 노출 조정 의혹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꺼낸 수단을 차례로 세운 뒤, 라틴아메리카의 한 나라가 그 개입에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고 쓴다. 글이 말하지 않는 것은 룰라가 의회에서 마주할 보우소나루주의 다수와 높은 금리다. 오늘의 논쟁에 소개한 바루파키스의 단서와 함께 읽으면 승리의 크기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주목] 대통령이 말한 ‘작은 차이’를 조문으로 되묻는 글
「대통령과 메가특구 ‘52시간제 예외’ 논란의 쟁점」 김기덕 매일노동뉴스 · 10/27
노동계가 수당 미지급을 걱정한다는 대통령의 전제가 성명서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글이다. 필자는 쟁점을 임금에서 주 52시간이라는 상한 자체로 되돌리고, ‘포괄 사전 인가’가 근로기준법 53조 4항의 ‘특별한 사정’과 양립할 수 없다고 조문으로 짚는다. 건강권만 담보되면 된다는 발언에는, 법정근로시간이 노사가 합의해도 넘길 수 없는 국가의 상한이라는 점이 빠져 있다. 오늘의 단어에서 소개한 특별연장근로를 조문으로 따진 글이다.
[비판] 집은 ‘징벌’, 코인은 ‘유예’, 저울은 하나가 아니었다
「집은 징벌 과세, 코인은 유예, 조세 정의도 선택적」 조선일보 · 10/27
보유세는 ‘징벌’이라 부르고 코인 과세 유예는 ‘선택적 정의’라 부른다. 두 세금을 한 저울에 올리지 않은 사설이다. 유예를 조세 원칙의 훼손으로 본 판단 자체는 한겨레 사설과 겹치는데, 보유세를 올린 쪽이 누구에게 얼마를 더 물리는지는 적지 않는다. 20·30대 지지율을 유예의 동기로 짚은 대목은 정확하다. 다만 참여연대가 전한 대로 그 세대 코인 보유자의 65%가 50만 원 미만을 들고 있다면, 유예로 이익을 보는 쪽이 누구인지가 사설의 제목과 다르게 보인다.
[비판] ‘땜질’이라는 말에 이미 특례가 들어 있다
「‘52시간 특례’ 입법 대신 시행령 ‘땜질’… 속도전 가능할까」 동아일보 · 10/26
“노동계는 특구법을 대기업 특혜법이라 몰아세우지만”에서 ‘몰아세우지만’이라는 동사 하나가 사설의 입장을 정한다. 특례는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고, 반대는 몰아세움이다. 특례가 법에서 빠질 가능성을 ‘무산’이라 부르고 시행령 보완을 땜질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전제 위에 선다. 사설이 나온 지 반나절 뒤 국정감사에서 노동부 장관은 특구법 132조의 위헌 지적에 “그런 주장이 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다. 장시간 노동은 건강권과 보상으로 풀자는 결론은 매일노동뉴스 칼럼이 짚은 ‘상한’의 문제를 비켜 간다.
[논쟁] 판결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판결로 탄핵할 수는 없다는 선 긋기
「법원 판결을 문제 삼은 대법원장 탄핵 주장 우려한다」 경향신문 · 10/26
판결에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적지 않다”고 쓴 신문이, 그 대목을 따질 길로 대법원장 탄핵은 안 된다고 했다.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면 탄핵이 아니라 수사라는 것이 사설의 답이다. 민주당이 27일 오후 국정조사를 결정하기 전에 나온 중앙과 조선 사설은 같은 논리를 ‘겁박’과 ‘국민의 삶과 무관한 문제’로 더 세게 썼다. 논쟁의 축은 다른 데 있다.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인 명태균 사건의 피고인 셋이 잇달아 무죄를 받은 흐름을 사법의 독립으로 볼 것인가, 독립이라는 말이 가리는 일관된 방향으로 볼 것인가다. 경향은 전자를 택하되 후자의 의심을 지우지 않았고, 보수지는 의심 자체를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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