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고대에서 열린 ‘성노동자 운동, 가능한가’ 토론회에는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 날 토론회에 발제자로는 ‘한국 성노동자 운동과 세계여성행진:젠더-섹슈얼리티 정의에 입각한 어나더 월드 이즈 뽀시블’이란 주제로 고정갑희 여성이/론 편집주간, ‘세계화 시대, 성매매를 저항의 공간으로’란 주제로 엄혜진 세계화반대여성연대 활동가, ‘성노동자 투쟁에 연대하자!’란 주제로 김정은 사회진보연대 여성부장, ‘한국의 성매매 특별법이 성노동자들에게 끼친 영향’란 주제로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에서 나섰다. 토론회에서는 성노동의 의미와 국제적으로 성매매의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성매매특별법이 현재 성매매를 근절 할 수 있는지, 성노동자 운동의 가능성은 어디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성매매 현장의 이야기 등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었다.
“여성의 빈곤과 가부장제는 성노동과 관계를 가진다”
▲ 고정갑희 여성이/론 편집주간 |
성매매가 어떤 과정에서 생겨나고 있으며, 이것이 왜 폭력으로 인식되는 가에 대해 고정갑희 편집주간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은 빈곤하며, 여성의 70%가 비정규직이고 비정규직의 70% 이상이 여성인 사회 속에서 여성의 빈곤과 성노동은 관계를 가진다. 성노동을 하는 여성들의 상당수가 빈곤에서 출발하며, 남성 전체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이 빈곤한 것은 오래된 가부장제에 기인한다”며 여성의 빈곤과 성매매의 관계를 설명하였다. 그녀는 “여성을 남성의 생산노동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위치 지운 가부장제, 현재는 자본적의적 가부장제가 여성의 빈곤을 재생산 하며, 상당수의 여성들이 가사노동 혹은 성노동자로 있게 한다”고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서 여성의 빈곤이 성매매로 연결되고 있는 과정을 밝혔다.
이어 엄혜진 활동가는 “ILO에 따르면 1994년 전 세계 노동력의 30%가 실업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최저 생계 이하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성산업은 이러한 개도국들의 새로운 이윤 창출 산업으로 크게 부각되며 개방 경제 및 수출 지향적 발전 전략을 지원하는 세계은행의 정책은 저개발국가의 관광산업 및 성산업의 비대화와 확장의 적극적인 추동자였다. 결국 전자, 컴퓨터, 사치재 산업과 다불어 성산업은 197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하였고, 성차별, 인종주의 군사주의 등의 제 문화적 요소를 통해 강화되어 섹스 쇼, 섹스 샵 마시지, 에스코트 서비스, 폰섹스 서비스, 섹스 관광 등으로 퍼져나갔다”며 세계화 과정에서 성산업의 발달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성 산업은 이미 수십 억 달러 규모의 고이윤 부가가치의 산업이 되었다. 이렇게 확대된 성산업의 공급은 농촌 공동체의 해산과 도시 실업 인구 증가, 그리고 실질임금의 하락으로 인한 빈곤의 증가 등 새로운 경제 질서에 의해 크게 위축된 빈민계층의 여성들에 의해 채워졌다”고 밝혔다.
“성노동자들이 받는 억압은 성노동 그 자체에서 보다 성노동자들이 하는 일에 대한 사회적 낙인”
▲ 엄혜진 세계화반대여성연대 활동가 |
이러한 성매매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만든 산업이며 이것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만든 성적 폭력이지만, 성노동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 재정의 해야 한다는 제기가 있었다. 고정갑희 편집주간은 “무엇을 폭력으로 볼 것인가는 현재 성노동자들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여성운동과 일부 여성주의는 성을 사고 파는 일 자체가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폭력은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하에서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겪는 문제이며, 지금까지 성노동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 다시 정의해야 할 단계에 있다”며 성노동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녀는 “성노동자들이 받는 억압은 성노동 그 자체에서 보다 성노동자들이 하는 일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서 오며, 이 낙인에 기반하여 성노동은 근절되어야 하며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분명히 사회 안에 있는데도 ‘사회 바깥’에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만약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의 피해자를 말한다면 현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유독 성노동자들에게만 노동권과 생존권을 빼앗고 있다”며 성매매 여성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폭력을 설명했다.
이렇게 성노동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폭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도 많은 논쟁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엄혜진 활동가는 “‘여성인권 증진에 있어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전기’로 평가받고 있는 베이징 행동강령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성매매에 관련해서 페미니스트 내부의 차이가 처음으로 가시화 되었는데, 베이징 대회에는 성매매 노동자들은 물론 상반된 입장을 지난 성매매 관련 NGO들이 결합하여 로비활동을 벌였다. 많은 논쟁 끝에 결국 강령은 강제적인 성매매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귀결되었다. 이는 베이징 대회를 통해 국제적인 논의의 장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직접 자신들의 권리를 기입하기 위해 공개적인 선언을 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없어져야 하지만 현재 존재할 수밖에 없는 노동
이어 성매매 여성들을 노동자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출되었다. 고정갑희 편집주간은 “성노동자 여성을 성매매피해여성이라고 놓으면 이들은 구제와 자활정책의 대상이 된다. 지금까지 자신과 때로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일을 한 여성들을 사회적으로 부를 만한 언어가 없다. 여성의 일이 노동임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된 노동시장을 제외하고 여성의 일이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 곳이 많다. 집안일과 성매매 여성의 일은 ‘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서비스 산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 영역에서의 일 또한 제대로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성매매는 성적 착취라고 보면서 이일이 고된 일(노동)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에서 자본에 대한 노동착취는 흔히 말해진다. 그리고 이것은 노동이라는 이름을 가진다. 하지만 성을 파는 행위는 노동이 아니라 불법행위로 간주되어 왔다. 물론 가사노동과 성노동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의 일이 사회적으로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진다. 한 쪽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노동을 하고 다른 한 쪽은 돈으로 환산되지만 노동이라 불리지 않는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엄혜진 활동가는 “한국의 경우 성매매는 페미니즘 이론적 논의에서 조차 다소 윤리적인 지평으로 다루어져 왔다. 인신매매, 구타, 감금, 폭력, 심지어 살인으로 이어지는 성매매를 둘러싼 범죄적 현상과 성매매 여성의 극악한 현실은 이러한 상황에 힘을 실어 주었고, 소수의 반성매매 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은폐된 성매매의 실태를 폭로하고 관심을 폭발시킨 활동이 이론적 회의와 반론을 압도해 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비롯하여 주변화된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과 성매매 여성들의 자기 권리 선언은 성매매를 박제된 근절론의 공간이 아닌 저항의 공간으로 사고하도록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의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논의 과정을 설명하였다.
또한 김정은 사회진보연대 여성부장은 “성매매를 통해 생존을 유지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성노동이 자아실현을 위한 ‘노동’이 될 수 없으며 종국에는 폐절되어야 한다는 지향은 명확하다. 물론 성매매가 진정한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 ‘노동’이 아닌 것은 현재 자본주의에서 존재하는 대다수의 노동이 그러한 ‘노동’이 아닌 것과 같으며, 성매매는 여성의 육체와 성의 성품화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여성 일반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매매 폐절의 과정은 성매매 근절을 당위적으로 되뇌이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의 원인인 자본주의, 가부장제, 성의 상품화 등 사회구조적인 원인들을 제거하는 투쟁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여성들이 자신의 육체와 성적 이미지를 통제 할 수 있는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노동권 등을 인식하고 요구하는 운동의 과정 속에서 그 한 형태인 성매매 또한 폐절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여성의 주체적 운동으로서 성노동자 운동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성매매를 비범죄화 하자“
▲ 김정은 사회진보연대 여성부장 |
성매매 여성들이 자신을 성노동자라고 이야기 하게 된 계기는 작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이다. 김정은 여성부장은 “성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고 권리 쟁취를 위한 조직화를 가능케 하기 위해 성매매의 비범죄화는 필연적인 요구이다. 금지주의는 성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지도 못하고 온갖 폭력에 노출시켰다. 포주와 남성 구매자들은 성노도자들이 범죄자라는 신분을 악용하여 그녀에게 폭력과 착취를 휘둘렀으며, 성노동자들은 처벌이 두려워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할 수 없었다. 비범죄주의가 성매매를 둘러싼 모든 법률을 제거하는 것은 아니며, 영국, 프랑스 등의 비범죄주의 국가에서 매춘을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 상업적 목적을 위한 아동과 성인에 대한 성적 착취에 가담한 자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는 것처럼 법률의 개입이 성매매를 금지하는 지점이 아니라 성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지점이어야 한다. 포주로부터 부당하게 임금을 착취당하지 않을 권리, 남성 구매자의 폭력과 강간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남성 구매자를 처벌할 권리, 평생직업도 아닌 성매매를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권리,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인신매매 되지 않을 권리 등은 성매매를 금지하는 형법이 아닌 노동법이나 상법, 민법과 같은 법률로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며 성매매의 비범죄화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정갑희 편집주간은 “성매매는 남성 집단이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성이라는 사회적 힘을 활용하여 여성을 찾는 행위이다. 이러한 성별화 된 관계, 성별화 된 매매의 형태는 분명 잘못된 구조다. 이러한 구조를 없애기 위해서는 남성들이 대상화하며, 남성들의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은 직업인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보고 이를 비범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지주의 또한 피해를 보는 쪽은 여전히 여성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이 남성구매자를 처벌한다 할지라도 그들을 처벌하기 위해 여성들도 함께 범법자로 남게 되거나, 생존이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 29일 열린 '성노동자 축제' |
"성노동자 운동에 연대하자“
마지막으로 성노동자 운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행동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되었다. 고정갑희 편집주간은 “성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국가적/자본주의적/성차별적 폭력을 함께 말할 수 있는 장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성노동자우동은 성노동자의 권리운동에서부터 출발하되, 전지구적 군사주의에 대해서도 다른 여성운동들과 함께 맞서고, 신자유주의에 맞서며 대안적인 경제를 꿈꾸며, 그것을 실현할 국제연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중에서 특히 한국 내에서 성노동자의 권리운동이 먼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며 성노동자의 권리운동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엄혜진 활동가는 “지금껏 성매매 관련 국제적인 논의의 장에서 성매매는 저항의 언어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인한 성산업 및 성매매의 확대 속에서 확산되어 가는 여성들의 성산업 유입 증가 양상은 성매매 여성들을 단순히 피해자로 환원시키는 것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김정은 여성부장은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이 박정희 군사정부가 ‘사회악’을 근절한다는 차원에서 제정되었듯, 2004년 제정된 성매매방지법도 ‘국가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것이지 진정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여성부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하지만, 턱없이 적은 자활 생계비가 탈성매매라는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이야기하면서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문제는 가벼운 문제쯤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성노동자들과 그녀들의 생존을 건 요구를 법 논리라는 빌미로 억압하고 방관하는 정부를 규탄한다”며 성노동자들에게 여성운동이 적극적으로 연대할 것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