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립회관공대위 “이겼다”

중증장애인, 노동자가 함께한 투쟁, 점거 농성 231일 만에 합의
공대위, 절반의 승리 그러나 자랑스러운 피눈물의 성과

지난 1월 28일 광진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약식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정립회관 공대위가 사회복지 시설 민주화 투쟁의 새역사를 만들어 냈다. 공대위와 정립회관은 2월 5일 ‘이완수 관장퇴진, 징계 완화, 고소고발’ 등 핵심 쟁점 사항에 합의해, 검거농성 231일 만에 ‘공대위’의 승리로 ‘정립회관 사태’가 마무리 됐다. 정립회관민주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7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그간의 투쟁을 “절반의 승리, 그러나 자랑스런 피눈물의 성과”로 평가하며 “이후 지속적인 전체 사회복지시설 민주화 쟁취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적절한 시기 관장 퇴진, 징계 완화, 고소고발 철회 등 승리적 합의

공대위는 11년의 임기를 마치고 변칙적으로 정년을 연장 시켰던 이완수 관장과 한국소아마비 협회 이사회의 잘못된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관장 퇴진과 사회복지 시설의 민주적 운영을 쟁취하기 위해 231일의 정립회관 점거 농성을 전개해 왔다. 변칙 연장, 관련 복지사들 해고, 곰두리 봉사대 폭력 사태 등 정립회관 사태를 둘러싼 이완수 관장과 소아마비협회 측의 도덕적 명분이 떨어져 다각적인 압박이 가해졌다. 그 가운데, 지난 1월 19일 광진구청이 정립회관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안을 제시하며 양측의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광진구청은 △이완수 관장 6월 30일 퇴임 △수습대책위원회 구성 △해고자 4명중 3명의 해고결정 철회 등 3개항의 중재안을 양측에 제시했다. 이에 공대위는 “부족하지만 수용”의 입장을 밝혔고, 정립회관측에서는 ‘관장 퇴임일을 거론하는 합의를 할 수 없다’며 중재안을 거부하고 광진구청에 강하게 반발했었다. 이후 공대위는 광진구청 앞에서 기자회견, 1인 시위 등 관리감독 기관으로써의 광진구청을 압박해 왔고, 지난 2월 5일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측과 정립회관 공대위가 수정된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정립회관 사태는 극적인 타결을 이뤄냈다.

이번 합의문에는 △시설정상화 이후 적절한 시기에 이완수 관장 퇴임 △8명의 노동조합 징계자들 중 7명에 대한 징계완화 △각 고소고발 철회 및 추가고소, 징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장애인, 노동자, 연대의 힘으로 쟁취한 승리

공대위는 합의에 따라 2월 7일 231일째 점거 농성을 마무리 한다고 밝혔고, 정립회관 민주화 투쟁 승리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고대회에서 공대위는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중증장애인과 노동자들의 231일 점거농성은 이 땅의 왜곡된 봉건적 사회복지구조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피눈물나는 소중한 투쟁이었다”라고 평가하며 “이후 정립회관의 민주적 운영과 진정한 장애인자립생활 쟁취,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 사회복지시설의 시설민주화를 쟁취하는 그날까지 더 힘찬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이완수 관장의 즉각 퇴진과 장애인이용당사자와 노동자가 참여하는 민주적 운영구조 설치, 노동조합 활동 등 공대위의 요구안 중 미완의 과제로 남은 사항들에 대해 “이번 합의가 결코 문제해결의 끝이 아니라 시설민주화라는 목표를 위한 하나의 성과임을 분명히 한 것이며, 이후 남은 과제들에 맞부딪혀 싸울 수 있는 자신감과 정당성을 확인했기에 우리 투쟁이 승리했다는 사실과 남은 과제들 또한 승리할 수 있음을 확신한다”며 이후 투쟁을 기약했다.

이번 정립회관 사태의 해결은 7년을 넘게 투쟁해 민주적 이사진을 선출해 냈던 에바다 사태에 이은 사회복지시설의 민주화 투쟁의 또하나의 승리로 평가 받을 수 있다. 관장의 변칙적 연임으로 표현됐던 공공 사회복지 시설의 사유화에 대해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키고, 정부 및 지자체등의 관리감독의 책임성을 강화시켜 냈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다. 또한 복지사들 뿐만 아니라 시설을 이용하는 중증장애인들이 함께 이뤄낸 공동투쟁이기 때문에 ‘승리’의 의미성이 더욱 각별해 진다.

공대위는 “사회복지시설운영에서 왜곡된 사회복지 구조 속에 무책임한 정부, 자신의 권위와 기득권 안에서 개혁을 거부하는 이사회, 그리고 이러한 모순을 배경으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라고 지적하며 “잘못된 사회구조와 현장에서의 구체적 차별이라는 이중의 장벽을 언제나 경험해왔던 우리는 이제 그 봉건적 사회복지제도를 개혁하고, 복지시설이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진정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향한 투쟁”을 선포했다.

전체 사회복지시설이 원래의 공공성을 되찾고, 이용당사자와 노동자가 주체로 서는 민주적 운영을 위해 정립회관 투쟁의 성과는 이후 사회복지 시설민주화 투쟁의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적절한 시기 관장 사임”과 관련해 공대위는 “이완수 관장이 약속대로 시설정상화 조치 이후에 적절한 시기에 퇴임할 것을 믿는다”라며 “만약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더 큰 분노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한다”는 경고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