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소속 해고노동자 10여 명이 18일 자정을 기해 삼성 본관 앞 집회신고를 내러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했으나, 먼저 집회신고를 내는 방식으로 사옥 앞 집회를 통제해왔던 사측 직원 50여 명이 나와 해고노동자들을 강제로 밀어내는 통에 양측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 18일 자정, 집회신고를 내러 온 삼성에스원 해고노동자 10여 명과 삼성 직원 50여 명이 남대문경찰서 앞에 모여 있다./안창영 기자 |
삼성 본관 앞은 집회금지구역?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그룹 본관은 그동안 기존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서 '외국 공관 100미터 이내 집회 금지' 규정을 이용해 크로아티아 명예 대사관, 도미니카 공화국 대사관, 엘살바도르 대사관 등을 본관 양 옆의 태평로 빌딩과 삼성생명 빌딩에 입주시켰다. 그러나 지난 2003년 10월에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외국 공관 인접 지역이더라도 공관이 직접 대상이 아니라면 휴일에 한해 시위를 허용하도록 집시법이 개정된 바 있다.
이에 삼성 측은 거의 매일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캠페인'이라는 실제론 열리지 않는 집회 신고를 내놓고 있으며, 관련 규정상 최초 집회 시작 이후 한 달을 초과하면 매일 신고를 갱신해야 하기 때문에 날마다 집회 신고를 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를 비롯한 삼성그룹과 관련된 노동자들의 집회나 시위는 늘 삼성 본관 맞은편 인도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7월 충남지역노조 노비타지부(삼성전자 자회사)가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며칠간 노숙하며 삼성 직원들과 몸싸움 끝에 먼저 집회신고를 접수해, 최초로 삼성 본관 앞에서 합법적인 노동자 집회가 열리는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됐으나 집회 이틀 전 사측과 극적인 타결을 이뤄 집회가 취소됐었다.
▲ 집회신고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집회를 막아 온 삼성 직원들이 해고노동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안창영 기자 |
"삼성이 365일 독점... 노동자에게 단 하루만 내달라"
19일 새벽까지 남대문경찰서에서 집회신고를 접수하기 위해 대기하던 삼성에스원 해고노동자들은 "삼성에서 (본사 앞을) 1년 365일 독점적으로 신고해왔는데 노동자들이 살겠다고 단 하루 집회라도 신고하려는 마음을 알아달라"며 경찰에 호소했다. 동일한 장소의 경우 먼저 신고한 집회가 접수되는 만큼 남대문경찰서는 그동안 민원실 소파에 먼저 도착해 앉아있는 민원인의 접수를 받아왔고 이 소파엔 삼성 직원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대문경찰서 측이 중재를 위해 삼성에스원 사측 직원과 김오근 삼성노동자연대 위원장을 입장시킨 후, 19일 오전 9시까지 대기시켰으나 난처한 상황을 회피하려 한듯 양쪽 다에 금지 통보를 내렸다.
김오근 위원장은 "경찰측도 삼성 측의 편법 집회신고를 인정하면서도 '현행 법률로서는 아무런 제재 방법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하고 "집회신고는 다시 한번 시도해 볼 생각이며, 안된다면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꼭 집회를 성사시켜 우리의 부당함을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 안창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