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법안 자통법..재경위 법안심사소위 통과

18일 재경위 전체회의 관문.. 초대형 금융 구조조정 예고

한미FTA 사전 합의로 문제가 됐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안(자통법)’이 15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금융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자통법은 오는 18일 재경위 전체회의를 통과해야 법제 사법위원회 및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제정안의 유예기간은 1년 6개월로, 만약 6월 임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오는 2009년부터 시행되게 된다. 현재 관련 업계와 정부는 6월 임시국회 통과를 낙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앞에서 단식을 하며 ‘법안 저지’ 싸움에 나섰던 증권노조는 재경위 규탄 성명을 발표했고,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일부 재벌과 투기자본을 위한 법안이므로 반대 한다”는 요지의 논평을 냈다.

  자통법이 발의된 시점은 한미FTA 개시 선언 직후였고, 한미FTA 협정의 내용도 사실상 자통법 입법을 전제로 한 합의였다. 노동사회단체들은 '한미FTA 사전, 국내 법률 정비 작업'으로 자통법을 규정한 바 있다.

상상할 수도 없는, 구조조정이 예고된다

자통법안은 지금까지 제 2금융권으로 분류되던,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투자자문회사, 증권사 등과 관련된 개별 법안들을 자통법으로 통합하고, 나머지는 관련 규정으로 정비해 ‘금융회사 간 장벽을 제거’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자통법에 따르면, 상품개발 방식도 열거주의 방식이 아니라, 포괄주의로 전환되고, 겸업도 허용되고, 금융투자업을 한꺼번에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대형 투자은행(IB) 설립이 가능해 진다. 사실상 금융시장은 은행, 보험, 금융투자회사(증권사) 등 3대 축으로 재편되는 그림이다.

그간 쟁점이 됐던 ‘지급결제 기능’은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의 합의안을 반영해 모든 증권사들이 직접 지급결제시스템에 참여하도록 허용키로 했다. 지급결제 허용시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급격한 자금이동을 막기 위해 증권사에 개인자금에 한해서만 소액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됐고, 한국은행은 증권사의 지급결제 위험을 감독할 수 있도록 공동검사 요구권 등의 일부 감독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와 관련해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증권금융을 통한 간접결제방식에 대해서는 리스크 확대 등을 이유로 반대해오던 한국은행이 직접참가방식에 갑자기 합의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회사(증권사) 직접 참가방식의 지급결제기능을 허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금융투자회사(증권사)에 은행에 준하는 기능을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증권계좌와 은행계좌 사이의 구분이 없어지게 되면, 은행 예금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보장하는 증권사들의 자산관리계좌(CMA)로 자금이 이동할 수도 있고, 경쟁 과정에서 이용 수수료가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증권이 금융투자회사가 될 경우,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엄격히 제한하는 금산분리의 원칙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지급결제를 위하여 50-100억원의 추가적인 IT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100-300억원 수준의 은행공동 결제망 참가비와 대행은행수수료는 중소증권사에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모든 증권사에게 기회를 열어 놨다 하여도 사실상 '선별 허용'인 셈이다. 아울러 이런 개별 직접 참가 방식은 대표금융기관을 통하는 방식에 비해 과도한 중복투자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한국은행 및 은행권이 제기해 왔던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 금산분리 훼손, 은행 고유업무 침해 등의 주장과는 모순되는 내용들이다.

심상정 의원은 “증권사 추가진입허용 발언과 이번 지급결제방식을 볼 때, 중소형 증권사들을 궁지로 몰고 인위적인 빅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고, 재경부, 한은, 금감위가 한통속이 되어 재벌 특히 삼성과 암묵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자통법 통과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2일 사무금융연맹 소속 증권노동자들은 국회앞에서 규탄 집회를 갖고 '자통법 입법 철회'를 주장했다.

이해 상충, 대규모 구조조정의 후유증이 심각할 것

자통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시행후를 염두해, 시행에 앞서 업계에서는 증권업, 자산운용업, 선물업 간의 장벽이 무너지는 동시에 자본시장 안팎에서의 대규모 지각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규모 투자은행(IB)이 되기 위해 ‘몸집’을 불리거나, 중개, 자산운용 등 특정분야 영업을 특화한 소규모 회사들로 이분화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 속에서 외국IB의 국내시장 공략, 금융투자기관 간 인수합병(M&A) 등 지각변동과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충분히 예상된다.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던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증권유관기관노동조합협의회 등 증권업종 20개 노조들은 15일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노동조합들은 “자통법은 사모펀드 등 각종 규제 완화에, 외국자본이 물밀 듯이 들어와 직접 자본시장이 투기자본의 천국에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법안이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있음을 지적했다. 나아가 “자통법의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현재의 자본시장법에는 ‘투자자권유제도’, ‘내부관리시스템 구축 의무화’, ’chinese wall’ 등의 이해상충 방지제도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자통법으로 인해 업종간 겸업허용, 상품의 포괄주의가 도입된다면 고객자산(펀드)과 회사 고유자산간, 펀드와 펀드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동일한 주주가 복수의 금융투자업 영위 시 회사 간에도 동일한 이해상충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심상정 의원도 15일 논평을 통해 “자통법은 일부 재벌과 투기자본을 위한 법안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자통법이 정부안대로 통과된다면 심각한 이해상충으로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되고, 인위적인 빅뱅유도로 대규모 구조조정의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