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없는데...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20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울산 북구 후보단일화를 위한 실무협의를 연다. 이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민주노동당은 당내 후보 경선 문제로 진보신당과 실무협의 일정을 미뤄왔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사실상 오는 25일까지로 후보단일화 시한을 못 박으면서 긴급히 실무회의를 제안했다. 24일이나 돼야 최종적으로 당 내 후보를 확정하는 민주노동당 상황에서 사실상 후보가 확정된 진보신당에 비해 민주노총이 제안한 후보단일화 마지노선까지 시간상 압박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김창현 민주노동당 예비후보는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그은 후보단일화 시한을 언급하며 “(그 때까지 후보단일화를 못하면) 단일화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절박함이 있다. 시간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이 당내 후보단일화를 이루기 전이라도 조승수 진보신당 예비후보와의 만남을 통해 후보단일화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제안이었다.
조승수 진보신당 예비후보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당내 경선의 필요로 상대당의 후보를 이용하는 모양새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쪽에서는 김창현 후보가 당 내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여론전을 하고 있다고 해석한 것.
김창현 후보는 참세상과 전화통화에서 “후보단일화는 (진보 진영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 조건 없이 만나서 얘기하자는 제안을 한 것인데 달은 안보고 왜 손가락 끝만 보고 있냐”고 반박했다.
김창현 후보가 긴급히 조승수 후보와 직접 회동이라는 방식을 제안한 데는 중앙당 차원에서 진행하는 실무협의에 대한 불만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창현 후보는 중앙당 간 실무협의에 대해 “안 만나는 것보다 낫지만 지금 시기는 좋은 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울산 북구 관계자들이 직접 참여하지 않은 실무협의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의견 차이는 여전하고
실제 중앙당 차원의 실무협의에서 후보단일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출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후보단일화 방식에 대한 양 당의 의견 차가 여전하기 때문.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노동자를 중심으로 세우는 선거 전략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며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를 중심으로 하는 민중경선제로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참세상과 전화통화에서 “진보신당의 경우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막혀 제대로 정치활동을 해오지 못한 상황”이라며 민주노총의 의견을 중심으로 하는 후보단일화에 대해 반대했다. 김종철 대변인은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 민주노총 조합원 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여론조사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우위영 대변인은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북구 주민 여론조사 방식만이 울산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라는 주장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에서 전격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울산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민주노총 울산본부 차원의 총투표가 울산 북구 주민들의 의견과 다를 수 있다는 진보신당의 제기에 대해 우위영 대변인은 “동의한다”면서 “민주노총 울산본부를 설득해서 울산 북구로만 한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등에 대한 참여 여부도 우위영 대변인은 “총투표 대상에 비정규직을 광범위하게 참여시켜서 진행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김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중참여경선제를 절대화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진보신당에 대해 여론조사 방식에 의한 단일화를 절대시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는데 동의하며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조승수 후보는 참세상과 전화통화를 통해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