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정식참여를 결정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실시한 바로 다음 날이다. 정부는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발표를 서둘렀다.
정부는 이날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로 "대량파괴무기 및 미사일 확산이 세계 평화와 안보에 미치는 심각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2009년 5월 26일자로 확산방지구상 PSI 원칙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단 남북한 간에 합의된 남북해운 합의서는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 덧붙였다.
발표문을 읽은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단호했다. PSI 정식참여를 발표하는 데는 30초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문태영 대변인은 발표문을 읽은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바로 자리를 떴다.
정부, PSI 북한 겨냥 "부인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PSI 정식참여를 발표하면서도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기존의 논리를 바꾸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오해 소지가 없다"며 "북한을 겨냥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한 것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PSI가입을 선전포고라며 강경대응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북한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여론을 분열시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설명은 궁색해 보인다. 오히려 북한의 핵실험에 상응하는 조치로서 PSI가 발표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한 당국자는 이번 PSI 정식참여 발표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나온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2차 핵실험이라는 예기치 못한 불안한 상황으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위협 안되면 왜 가입하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북한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정부의 설명에 반문한다. 북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왜 하필 지금 PSI 정식참여를 발표하겠냐는 이야기다.
배성인 교수(한신대)는 "실효성에 대한 부분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면서도 "압박 수단이기 때문에 북한이 반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경제적인 이득을 얻는 것 중의 하나가 미사일 수출인데 PSI를 통해 미사일 수출을 막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배 교수는 한국 정부의 PSI 정식참여가 오히려 개성공단 재계약 문제, 현대아산 주재원 유씨 억류 문제 등 경색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배 교수는 국지적 도발 가능성도 우려했다. 북한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고수하며 남한의 PSI정식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배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이 북미간의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PSI 정식참여는 북한을 구석으로 몰고 가는 과잉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북한 핵실험 국제사회 제재 움직임 부각
정부는 이번 PSI가입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 움직임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PSI가입에 앞서 미국을 비롯한 주변 4개국에 가입사실을 알렸다. 특히 정부는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강력한 반대와 비난(stong opposition and condemnation)을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이번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 움직임이 커져가고 있는 것을 결부시켰다.
한국은 2003년 5월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일본 등 전세계 11개국의 발의로 시작된 PSI에 95번째로 가입하는 국가가 된다.
PSI에 가입하면 정부는 현존 국내법과 국제법에 근거해 영해 내에서 대량파괴무기를 운반하는 혐의가 있는 선박에 승선. 검색하거나 영공 내에서 대량파괴무기를 운반하는 의혹이 있는 항공기에 대해 착륙 유도 및 검색을 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