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 대한 1차 체포작전이 무산됐지만 법집행에 대한 의지는 훨씬더 강해졌다.

임휘윤 서울지검장은 12일 오전 정 의원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다고발표하고 “다중의 위력을 앞세운 불법 저항으로 부득이 법집행을 유보할 수 밖에 없었으나 앞으로 법질서 수호를 위해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을 만드는 현역의원이 정당한 공권력 집행을 악의적, 불법적, 물리적인 방법으로 방해한 것은 한마디로 법과 검찰권을 우롱한 것이라며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더이상 정치적 배려 등은 고려대상에서 배제됐고 오로지 법 집행상의 원칙만 따르겠다는 정공법이자 초강경 대처전략을 마련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임 지검장은 “조직적인 방탄국회를 열어 불체포특권을 악용해 왔지만 입법활동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강제수사를 자제해왔다”며 “그러나 이제 더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임 지검장과 임승관 1차장, 정병욱 공안1부장 등 서울지검 수사지휘부는 이날 새벽까지 긴급대책을 숙의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샜지만 그 어느때보다 굳은 표정은 결연한 의지를 엿보이게 했다.

특히 검찰의 입장에는 ‘긴급체포 사유서를 읽어본다는 구실로 수사관들을 속이고’,‘육탄으로 조직적으로 제지하고’ 등등 노골적인 표현이 들어있을 정도다.

또 검찰은 정 의원은 검찰권 행사 방해가 알려진 것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점도 적극 부각시켰다.

피고소. 고발사건이 9건에다 정 의원 자신이 한국BBS중앙연맹 사무차장 정모씨 등을 무고죄로 고소한 것을 비롯해 15건의 고소사건까지 모두 24건의 사건이 검찰청에 계류돼 있는데도 무려 23차례에 걸친 소환에 계속 불응해왔다는 것이다.

검찰주변에서는 수사지휘부가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여권과의 교감이나 또다른 정치적 고려 등이 작용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쉽게 잦아들지는 않고 있다. 검찰 내부적으로도 전날 밤 심야대치라는 긴급상황이 발생한 배경을 놓고 갖은 억측이 나돌았다.

반면 수사지휘부는 날짜를 택일했을 뿐 더이상의 고려는 없었다고 여러 의구심을 단호히 일축했다.

임승관 1차장은 “국회회기가 9일로 종료됐고 총선 공직사퇴 시한이 13일로 잡혀있어 그 중간의 날짜를 잡았던 것 뿐”이라며 “검찰 외부와는 일체의 연락이나 협의,교감이 없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수사지휘부는 전날 체포작전이 무산된데 대한 아쉬움도 감추지 않았다.

현장에서 일부 수사관들이 다소 미숙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만 앞으로 또다시 물리적 충돌을 감행해야 할지 모른다는 부담도 작용한 듯 하다.

검찰은 일단 체포영장을 무기로 2차 체포작전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물론 정 의원이 한나라당 당사로 피신해있고 은신장소가 공당의 사무실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연행작전이 쉽사리 성공할 지는 불투명하다.

아무튼 검찰은 정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기만 하면 동시다발로 일사불란한 수사에 들어갈 태세를 갖추고 있다.

서울지검 공안1부,강력부,형사3부,형사1부 등 4개 수사부서가 교대로 수사검사들을 투입, 15건의 피고소.고발사건을 일거에 처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일단 조사가 진행된다면 사법처리가 불가피함은 물론 현역의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 청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소환 불응과 물리적 저항이 증거인멸및 도주우려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혐의사실이 명예훼손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구속수사는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전날 심야대치 과정에서 불거진 공권력 집행방해에 대한 사법처리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 적용할 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대치과정에서 수사관들과 한나라당 당직자,경호팀 등 간에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진 것은 명백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법적 책임을 물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