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세계 대공황은 과연 오는가?

<보론>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는 일본 자본주의

: 수요창출을 위한 경기부양책 실패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일본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1월 중순경 달러당 108엔까지 올라가 초강세를 보였던 엔화가 달러당

120엔대로 급락하는 등 엔저(低) 기조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그리고 20일 개

최된 서방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달러화에 대한 엔화

의 이러한 약세현상이 사실상 용인되었다.*주1)

이는 큰 변화이다. G7은 작년 11월 회의에서 엔저(低) 저지에 대해 확고한 결

의를 표명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엔화의 가치하락은 중국 등 동아시아 통

화불안을 유발해 제2의 아시아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

문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G7이 일본의 경기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

로 엔저를 용인할 만큼 일본경제가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음을 엔화 약세 현상

은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가 올 성장목표를 0.5% 플러스 성장으로 발표했음에도 불구하

고 17일 공개된 일본은행 내부보고서는 일본경제가 올해 최악의 경우 성장이 마

이너스 5%로 추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주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19일 일

본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당초 0.2% 성장에서 “올해 마이너스 1∼2% 성장도 가

능하다”고 하향조정했다.*주3)

한편 일본 중앙은행은 16일 사상유례없이 단기금리를 제로수준으로 인하하겠

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 총재는 “단기시장 금리를 제로

로 해야 한다면 제로도 괜찮다”고 밝힌 것이다.

일본경제의 이러한 비상한 사태 전개는 무엇 때문인가? 여기에서는 90년대 들

어 장기침체를 겪어오다 작년부터 심각한 불황 양상을 보여 온 일본자본주의의

최근의 사태 전개를 구체적으로 추적해 보고자 한다.(일본 자본주의의 위기 상

황과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주간정세동향> 98년 10월 19일자 “태풍의 눈 : 공

황으로 치닫고 있는 일본자본주의”를 참조하시오. 여기서는 그 분석 시각의 연

장선 상에서 상황 전개를 살펴 보고자 한다)

1. 공공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이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작년 11월 16일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작년 6월에는 16조엔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이는

공급과잉 현상으로 인한 물가하락 → 기업 수익성 악화 및 기업부도 확대 → 투

자 및 소비 위축 → 수요하락과 물가하락이라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수요창출정책으로서 제시된 것이었다.

그 주된 내용은 총 17.9조 엔의 사업과 6조 엔 이상의 감세를 포함해서 23.9

조 엔 이상의 대책을 실시하고, 경제회생을 위해 2,000 회계연도까지 재정확대

정책을 실시해서 2,001 회계연도부터는 민간수요 중심의 안정성장 궤도에 진입

한다는 것이었다.*주4) 또 당장 99 회계연도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한다는 것

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부양책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그 효과를 성

장, 고용, 디플레이션 등에서 구체적으로 살펴 보기로 하자.

1) 경기부양책은 침체된 개인소비와 투자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 경제기획청에 따르면 GDP의 약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작년 10월 전

달에 비해 0.9%, 11월에도 1.4%가 각각 늘었으며, 12월에는 약간 줄어들 전망이

나 7∼9월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서 경제기획청은 1월 22일 오는

3월에 정식 발표될 예정인 98년도 3/4분기(10∼12월) GDP의 실질성장률이 전분

기에 비해 “약간의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만약 이러한 전

망대로 된다면 일본경제의 분기별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기는 97년도 2/4분

기 이후 5분기 만에 처음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기획청은 기업의 설비투자는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상당한 마이너스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작년 11월 소비가 한해 전에 비해 1.3%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었는데, 일본

인의 소비가 연간 기준으로 증가하기는 지난 13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이를 근

거로 일부에서는 일본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

되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11월의 소비세 회복이 일시적인 것이라면서 대

대적인 할인판매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소비는 전반적으로 여전히 침체

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98년 12월, 99년 1월에도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

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특히 가장(家長)의 소득이 작년 11월 2.3% 감소한

점이 강조되었다.*주5)

그리고 오는 3월까지의 98회계연도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2.4%에 달할 것으

로 예상되어 당초 예상했던 마이너스 2.2% 성장보다 큰 폭이 될 것으로 니혼게

이자이 신문이 1월 27일 보도했다.

일본 경제기획청은 1월 19일 99년 1월 경제동향보고서에서 일본경제에 일부

회복 조짐이 보이기는 하나 전반적인 상황이 “여전히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또 경기회복의 견인차인 “개인소비가 전반적으로 여전히 침체돼 있다”면서 “임

금하락세도 한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고용 여건이 좋지 않다면서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

다. 또 기업투자가 급격히 상최대인 4.4%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어서 실업률이 4.3%인 미국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또 심각한 경제불황으로 노숙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1월

31일 보도했다. 노숙자는 2만여 명 이상으로 추산돼 작년 여름의 1만6천여 명에

비해 25%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최근 실업이 증가하면서 도쿄의 번화한 긴자 상

업지구에도 많은 노숙자들이 잠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들 중 77%가 “직장을

잃었기 때문”에 노숙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2) 디플레이션

일본은행은 1월 8일 98년 평균 국내 도매물가지수가 97년에 비해 1.5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도매물가지수는 지난 97년 0.6포인트가 상승했으

나 이는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것으로 실질적으로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92년

이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하락했다.*주6)

3) 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적자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최대의 컴퓨터 반도체 업체인 NEC는 97 회계연도에 405억 엔의 흑자를 냈

으나 98 회계연도에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가 났는데, 당초 예상했던

350억 엔보다 훨씬 많은 1,500억 엔(12억 5천만 달러)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

고 있다. 이에 따라 가네코 히사시 사장이 퇴진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2월

27일 보도했다. 또 NEC는 판매감소와 막대한 적자를 이겨내기 위해 향후 3년간

1만5천 명(종업원 총원 15만 5천여 명)을 감원하고 경영진 임금을 10∼20% 삭감

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2월 19일 발표했다.

도시바도 당초의 120억 엔 흑자예상과 달리 200억 엔(1억6천700만 달러)의 적

자를 내 48년만에 첫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증권업계의 거

함 ‘노무라’ 증권도 작년 4분기 결산에서 76억 엔의 경상적자를 기록했다. 그래

서 노무라 증권 내부에서 조차 “노무라가 야마이치 증권의 전철을 밟아 폐업의

위기에 놓일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일본기업의 이러한 수익성 악화는 기업체 사장들의 연수입이 3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상징적으로 나타났다. 2월 12일 일본 민간노무조사기관인 정경연구소에

따르면 전국의 상장기업과 중소기업 3천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장의

작년 평균 연봉은 2천930만 엔으로 전년에 비해 3.5%가 감소했다.*주7)

4)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주요기업인들은 올해 일본의 GDP 실질성장 전망에 대해 정부가 기대하

고 있는 0.5%의 달성은 곤란하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

봤다.*주8)

또 앞서 보았듯이 일본 정부 자체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고, OECD는최근 마이너스 1∼2% 성장으로 하향 수정했다.

5)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으로 당장의 금융시스템의 불안은 모면될 것으로 예

상되고 있다

한편 부실채권으로 부실화된 일본은행들의 문제를 보자. 월 일본장기신용은행에 이어 일본채권신용은행을 공적관리(국유화)로 처리했다.

그리고 일본 금융재생위원회는 후지은행에 1조 엔 등 15개 은행에 결산기일인 3

월 말까지 7조 4,500억 엔을 지원키로 했다. 금융재생위는 2월 10일 은행의 불

량채권 처리를 지원하기 위해 은행이 작년 9월 신청한 것보다 1조 6,700억 엔이

나 많은 금액을 지원키로 결정하고 각 은행에 통보했다. 이번 지원액은 작년 3

월 말에 실시된 자본 투입액 1조 8,156억 엔보다 무려 4배나 많은 것으로 일본

은행의 부실화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미쓰이 신탁은행과 주요 신탁은행은 1월 19일 경영안정화를 목적으로 합병할

것으로 공식 발표했다. 이렇게 합병할 두 은행은 총자본이 41조 8,000억 엔으로

시중은행 중 도쿄미쓰비시은행에 이어 제2위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합병은 즉각적인 파산처리보다는 총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병을 통해 금융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려는 일본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 공공자금 지원으로 금융시스템 불안문제는 일시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주9) 그러나 디플레이션이 계속 진행되고 경기침체가 회

복되지 않으면 기업부도나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채권이 추가로 양산될

수 있으므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고 향후의 경기상태 여하

에 따라 금융시스템이 다시 불안해질 소지는 여전히 안고 있다.

2. 경기부양책을 위한 재원조달 문제가 부메랑이 되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그로 인한 경기회복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

기도 전에 국채발행을 통한 재원조달 때문에 곧바로 심각한 역효과를 가져왔다.

국채 발행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이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일본 엔화는 작년 11월 G7 회의에서 엔저(低) 저지를 결의한 이후 엔화 가치

가 절상되었다. 이러한 엔강세는 99년 연초에는 유로화의 출범, 브라질 금융위

기 재발과 그에 따른 달러화 약세화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증폭되어 급등세를

타며 1월 중순경에는 1달러당 108엔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엔화 강세는 외

부적 요인뿐 아니라 국내적으로 대량 국채발행에 따른 장기금리의 상승에 의해

기본적으로 기인된 바가 컸다.

일본 정부는 초대규모의 긴급 경기부양책을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하려고 했다.(일본 정부는 올들어 국채상환과 이자지급 등

을 포함해 총 71조 엔의 국채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채권의 이러한 대량공급은

채권시장을 공급과잉으로 만들어 채권가격을 하락시켰다(동시에 장기금리를 상

승시켰다). 그래서 작년 9월경 0.6%까지 떨어졌던 국채의 금리가 2%대까지 상승

하게 되었다.

한편 장기금리의 이러한 상승은 주가하락, 엔고(高)를 동반했다. 장기금리 상

승으로 미 일 간 실질금리 격차가 좁혀지면 그만큼 자본을 일본으로 끌어들여

엔고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 자본을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이동시키

게 됨으로 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다른 한편 엔고는 수출산업에 타격을 주고 이것은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

를 야기하여 주가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동시에 금리상승은 기업의 설비투자를 냉각시키는 작용을 한다.*주10)

우선 주가변동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올해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하면서

일본 주가가 새해 증시 개장 첫날인 4일 대폭락했다. 엔화가치 급등의 영향으로

수출관련주를 중심으로 하락세로 출발해서 닛케이 평균주가가 지난 연말에 비해

426.28엔이 내린 1만 3천415.89엔으로 마감됐다.

경단련 등 일본의 경제 4단체는 1월 5일 급속한 엔고에 대해 “일본의 경기회

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디플레를 촉진하는 엔고를 피하지 않으

면 안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1월 11일 엔화는 달러당 108.21엔까지 절상되어 지난 28개월 사이 가장 강세

를 보였다. 작년 8월 달러당 140엔대 수준보다 무려 25%나 평가절상된 것이다.

그러자 12일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은 전격적으로 엔화강세 저지를 위해 약 10

억∼20억 달러로 추정되는 규모의 시장개입에 나섰다. 일본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 96년 2월 이후 2년 11개월만의 일이다. 그래서 엔화는 반락세로

돌아선 뒤 19일에는 114엔대로 떨어졌다.

3. 일본, 미국의 압력에 따라 재정확대정책에서 통화팽창정책으로 전환하다

이처럼 일본의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이 금리상승, 엔고 등으로 부메랑

이 되어 경기회복 효과를 상쇄시키자 1월 말부터 미국은 일본에 대해 통화팽창

정책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1월 29일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일본의 재정상황에 대해 “재정적자가

GDP에서 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며, 종합적인 경기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일

본정부의 금융문제 대응이 항상 뒷북을 치고 있다”는 견해를 표명해서 통화팽창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시사했다.

루빈 장관은 2월 4일에는 “일본의 불황탈출 방안으로 재정조치가 폭넓게 논의

됐으나 통화정책이야말로 또다른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일본의

장기금리 상승은 조기 경기회복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일본정부가 불황을 화정책으로 중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그는 또한 일본의 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화 하락세는 미국의 ‘달러강세’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미국의 이해관계를 분명하게 표명했다.*주11)

이러한 미국의 압력에 대해 일본정부 내 부처 간에 ‘국채논쟁’이 벌어졌다.

노나카 히로부 관방장관 등 정부측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처음에는 “일본의

금리상승을 막으려면 일본 중앙은행이 아닌 미국이 일본국채를 매입해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혔으나, 결국 “현재의 주가약세와 엔고가 심각하다”며 이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장기금리 상승을 막기 위한 일본은행의 국채매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행은 국채매입으로 시중에 돈이 풀릴 경우

악성 인플레이션을 유발, 중앙은행에의 신뢰가 상처를 입게 되고 중앙은행의 독

립성이 훼손당하게 된다고 반발했다.

일본재계는 일본은행의 국채매입을 요청했다. 일 경단련 이마이 회장은 2월 8

일 “일본은행이 국채매입을 통한 시장조작을 하고 있는데 이를 탄력적으로 해서

자금을 공급해 주면 좋겠다”고 매입확대를 요청했다.

단기금리를 인하했다. 일본은행은 12일 정책위원회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장

기금리 상승 등이 경기후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의해 단기금리의 인하유도 목

표를 0.15% 전후로 하는 금융완화책을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작년 9월 9일 단기

금리의 인하목표를 0.25%로 설정, 3년 만에 처음으로 금융완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현행 연 0.5%의 공정금리(재할인율)를 그대로 유지키

로 했으며 정부가 요구한 국채매입 규모확대에 대해서는 현행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여 사실상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일본대장성은 16일 장기국채 발행을 축소하고 국채매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

다. 또 같은 날 일본은행은 국내 경제회복을 돕기 위해 금융완화 조치를 한층

강화해 현행 0.15% 수준인 단기시장 금리를 사실상 제로로 끌어내리기로 방침을

결정했다.

대장성과 일본은행의 장기금리 억제 정책의 발표에 따라 17일 장기금리는

1.890%까지 속락했고, 단기금리(금융기관간 무담보 콜금리)는 0.08% 수준까지

내려갔다. 또 엔화는 달러당 118엔까지 떨어져서 달러당 108엔까지 급등한 것에

비하면 거의 10%가 평가절하되었다. 19일에는 달러당 121.30엔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일본증시는 엔화 약세 기조에도 불구하고 19일 0.34% 하락한 1만 498.04

로 마감됐다.

4. 일본의 경제불황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다

오부치 정권의 재정적자 확대(국채발행)를 통한 경기부양책은 일단 실패했다.

그 경기부양 효과는 미약한데 비해 국채발행으로 인한 장기금리 인상이 엔고,

주가하락을 초래해 그나마 미약한 경기부양 효과마저 상쇄해 버렸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16일 장기금리 억제조치를 발표함으로써 엔약세를 용인하고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새로운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통화팽창정책으로

의 전환이 일본의 경기회복에 효과가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선 정책수단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재정우선정책이 벽에 부

딪친 상태에서 일본은행이 한없이 제로에 가까운 금리정책을 펴나갈 경우 금리

조정책마저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일부 분석가들도

정부의 장기금리 억제 능력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장기금리가

억제되겠지만 장기간 동안 계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채발행 규모가 장기금

리 상승 압력으로 계속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금리가 올해 하반기에

3%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주12)

다음으로 통화팽창정책이 일시적으로 금리상승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

고 기업 부채 부담을 줄여주어 기업의 수익성 하락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화팽창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노동자 민중의 소득을

수탈하여 감소시킴으로써 경기회복 여부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소비수요를 더욱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이 일시적으로 신용압박에

서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경기회복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통화팽창정책은 결정적으로 소비수요를 살려낼 수가 없기 때문에 경기회복책으

로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통화팽창 정책의 경기부양 효과는 미지수인 반면에 그것이 안고 있는

위험성은 매우 크다. 일본 금융전문가들은 경기부양이 될 정도의 통화팽창이 이

루어지면 엔화가치는 달러당 200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18일 보도했다. 이럴 경우 바로 중국 등 주변국의 통화가치

하락을 유발해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은 엔화가 135

엔대를 넘으면 위안화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고 선언해 놓은 상태이다.

또 통화 팽창정책으로 인해 유발될 인플레이션도 우려되고 있다. 2차대전 당

시에도 일본을 통화팽창정책을 구사했으나 결과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했

었다. 인플레이션 정책은 부실기업의 빚부담을 덜어주지만 고령화 사회인 일본

의 연금생활자들에게 저축액의 가치를 떨어뜨려 생활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정책이란 대중수탈 정책이므로 일본 국민 전반의 생활

수준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불만과 갈등이 커져서 일본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이다.

한편 일본정부는 통화팽창정책 외에 제조업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기회복대책

도 모색하고 있다. 오부치 총리의 지시로 마련된 ‘산업재생계획’은 기업의 남아

도는 설비를 처분하고, 정부규제 완화를 철저화하며, 정보화 투자를 강화하는

등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는 재정자금 투입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데 중점

을 둔 기존의 경기부양책과는 달리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공급측면의 구조개혁

에 중점을 둔 것이다. 이를 위해 요사노 통산성 장관과 이마이 경단련 회장은 1

월 18일 ‘산업경쟁력 회의’ 창설에 합의했다.

다른 한편 일본의 지배계급은 군국주의화를 일관되게 그리고 기민하게 추진해

왔다. 작년 11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계기로 해서 일본은 그것을 미사일 발

사라고 강변하면서 정찰위성 발사계획을 발표했다. 또 기존 평화헌법 가운데 9

조(전쟁 포기 및 교전권 부인) 등 일부 내용을 개정하기로 자민당과 자유당이

합의했다. 또 그리고 최근에는 대북강경책을 고수하며 자위대 행동반경을 확대하는 ‘미 일

방위협력지침’ 법안을 4월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미국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주13)

일본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한 경기부양책이 실패로 돌아가고 정책전환으로 곤

란을 겪고 있는 한편에서 미국 EU계 초국적자본은 일본의 구조조정을 강력히 압

박하고 있다.

압박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는 제3세계에서 보여지는 바와 마찬가지로, 초국적

자본세력의 첨병인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을 앞세워 일본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영국의 피치IBCA는 2월 10일 도쿄 미쓰비시, 미쓰이, 이토추 등 일본의 5개

종합무역상사의 신용등급을 각각 1단계씩 하양조정했다. 또한 미국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2월 8일 일본전기(NEC), 일본항공, 마쓰시타 전기 등 9개

일본기업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조정했다. 그리고 9일에는 미쓰비시, 미쓰

이, 이토추 등 일본의 5개 종합무역상사의 신용등급을 각각 1단계씩 하향조정했

다. S&P는 또 18일 아사히, 미쓰이, 스미토모, 야스다 등 일본 생명보험 4개 사

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주14)

미국.EU계 초국적 자본의 이러한 압박 속에서 일본 금융 기업들은 불황극복을

위해 외자유치 등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EU계 초국적 자

본의 투자가 급중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외국기업들의

일본투자규모는 작년 상반기 88억 달러로 97년 상반기에 비해 3배로 늘었으며,

올해 투자규모 역시 작년의 3배 정도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금융부문에서는 미국 메릴린치가 일본 제1의 증권사였던 야마이치 증권의 지

점을 대부분 인수해 일본 내 영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GE캐피탈은 일본 리

스업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인 일본리스의 리스 운용부문을 인수했다. 미국

시티그룹 계열의 트레블러스는 일본 내 제3위의 증권사인 니코 증권의 자본 중

25%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자산관리회사인 T.로웨 프라이스가 1

월 말 뮤추얼 펀드사업을 위해 다이와증권, 스미토모 은행과 계약을 체결했다.

제조업 부문에서의 인수 합병은 이제 시작단계이지만 그 바람은 더욱 거세어

지고 있다. 세계 3위의 타이어업체인 굿이어가 스미토모 고무와 자본 제품 생산

에서 제휴키로 2월 3일 합의했다. 또 같은날 듀퐁사가 테이진과 폴리에스테르

필름사업 합작투자를 발표했다.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트럭업체인 닛산디젤의 인

수협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또 일본 제2의 승용차 제조업체인 닛산의 임원진은

자본의 50%를 외국기업에 매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전자업체인 도시바도

전체 자본의 1/3을 매각해 합작사업을 통해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계획이다.*주

15)

미국계 초국적 자본에 의한 이러한 인수 합병 추세에 대해 <비지니스위크>는

표지기사에서 “구조조정, 자산 해외매각 및 은행합병 등의 양상은 일본의 훨씬

더 큰 격변의 단지 서곡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면서 일본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은행합병, 기업매각 및 구조조정뿐”이라고 단호하게 논평하고 있

다.*주16)

현재 일본경제의 상황 전개는 이처럼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수단의 한계를 적

나라하게 드러낼 뿐아니라 일본 경제의 현 위기가 국가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

하다는 지극히 일본적인 현실, 일본적인 사회적 관계, 자본의 일방우위인 일본

적인 계급관계에서, 그리고 이러한 계급관계 위에서 동아시아를 비롯한 개발도

상국들과 비(非)호혜적인 관계를 맺어온 데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이러한 계급관계가 변화하지 않고는 어떠한 수단으로도 성장의 주요 동력인 소

비가 증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EU계의 초국적자본은 일본에 대해 시장개방 및 신자유

주의적 개혁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미국계 초국적 자본 세력은 일본 자본의 수

익성 악화를 매개로 하여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그를 통해 일본경

제에 파고 들어가고 있다.

일본 지배계급은 아직까지는 미국식 신자유주의로의 개혁의 방향과 전시동원

경제체제의 방향 모두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정적자

확대정책에 이어 통화팽창정책까지 무력화될 경우 더 이상 경기회복을 위한 정

책수단을 가지지 못하게 되어 경기회복이 어려워지고 불황이 더욱 심화되는 상

황이 오게 되면 일본 지배계급이 어느 방향을 선택하든 그 양상은 한층 극단화

된 형태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 주 ———–

1) 이번 G7회의에서는 일본 엔화 약세에 대한 구체적 입장표명은 없었다. 그러

나 국제금융계는 G7이 엔화 문제에 대한 업급을 회피함으로써 사실상 엔저

(低)를 용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식적으로 엔저 용인을 언급할 경우

엔 폭락사태를 빚을 것을 우려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일보> 2.22일자 참조.

2) 작년 12월 15일 열린 일본은행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록은 일본경제의 침체가

둔화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악재가 산재해 있는 것으로 우려하면서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5%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99

회계연도(1999. 4-2000. 3)에 일본기업들이 더 이상 주식시장을 통한 증자 기

대를 버려야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과잉설비와 과다한 인력을 본격적으로 줄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런 구조조정이 실행되면 일본 경제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면서 “아시아 다른 지역이나 유럽의 수요 확대도 기

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또 위원들은 미국의 경제위축이 일본에 대한 최

대의 위협요인이라면서 미국의 장기 성장세가 과연 어느 정도 이어질 수 있을

지를 우려한 것으로 회의록은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위원들은 에 나타나기 시작한 어두운 조짐, 미국의 낮은 저축률과 경상수지 적자 확대

를 근거로 제시했다. <중앙일보> 2.19일자 참조.

3) 이렇게 하향조정한 근거로 공공지출 프로그램의 제한된 효과와 금융위기 해

소 노력 미흡 등이 제시되었다. 또 그 동안 엔 환율이 일본 경제회복에 예상

보다 덜 기여한 점도 언급되었다. 반면에 OECD는 미국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

망치를 당초 예상했던 1.5%에서 “근 3%에 이를 수 있다”고 상향조정했다. 또

유럽연합의 경우에는 기업투자감소 등을 이유로 당초 목표인 2.2% 달성이 어

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일보> 2. 21일자 참조.

4) 17.9조엔의 사업으로는 금융시스템 안정화에 주력하는 한편 중소 중견기업에

대한 대출을 강화하기 위해 신용보증제도 강화에 5.9조엔 투입, 주택투자 촉

진을 위해 1.2조엔 투입, 고용대책에 1조엔 투입, 사회간접자본 정비에 8.1조

엔 투자, 개인소비 진작을 위해 0.7조엔의 상품권 발행, 아시아 각국을 지원

하기 위해 1조엔 투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6조엔의 감세에는 4조엔 규모의

개인소득세 감세, 법인세 감세 등이 포함되어 있다. LG경제연구원, <주간경제

> 494호, 98. 11. 26일자 참조.

5) <중앙일보> 99. 1. 9일자 및 1. 24일자 참조.

6) <중앙일보> 99.1.9일자 참조.

7) <중앙일보> 99.2.13일자 참조.

8) 교도통신이 1백개 주요기업의 최고 경영진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

면 99년 성장률을 0∼-1%가 57개 사, -1∼-2%가 11개 사, -2% 이상이 2개 사

로 전체의 70%가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다.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내다 본 기업인들은 “개인소비 등 내수회복을 기대

할 수 없다”는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했다. 정부가 작년 11월 내놓은 24

조엔 규모의 않을 정도의 효과”, “선심성 공공사업 위주의 대책으로는 효과가 한정적”이라

는 비판적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중앙일보> 99. 1. 5일자 참조.

9) <매일경제신문> 99. 2. 10일자 참조.

10) 1월 6일 일본의 민간경제연구소인 일본총연은 달러당 엔 환율이 110엔, 닛

케이 평균주가가 1만 3천엔, 장기금리가 1.9% 전후로 1년간 계속될 경우 기업

의 이익이 연간 7.5% 감소하고 실질경제성장률이 1% 정도 낮아지며 실업자가

64만명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특히 장기금리 상승으로 금융기

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의 가치가 떨어질 경우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재연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소는 최근의 엔고와 주가약세는 99년도 예

산에 대폭적인 국채증발이 포함돼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있는데 기인하고 있다

고 지적하고, “정부가 국채의 상환기간 다양화 등의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급

선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99. 1. 7일자 참조.

11)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의 한 소식통은 “미국 재무부는 일본이 통화

공급 확대조치를 통해 여신 압박을 완화해 주기를 바라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고 말했다. <문화일보> 99. 2. 16일자 참조. 또 일본의 장기금리 인상이 미국

의 이해관계에 가지는 의미에 대해 금융관계자들은 “일본 장기금리가 상승할

경우 일본경제회복이 지연될 뿐 아니라 미 일간 실질금리차가 좁아지면서 일

본기관투자가들이 미국국채를 매각해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들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99. 2. 6일자 참조.

12) <문화일보> 99.2.18일자 참조.

13) 보다 자세한 내용은 <주간정세동향> 98. 11. 16일자 및 99. 2. 8일자를 참

조하시오.

14) <중앙일보> 99. 2. 11일자 및 19일자 참조.

15) <매일경제신문> 99. 2. 9일자, <중앙일보> 99. 2. 9일자 참조.

16) <비지니스 위크> 99. 2. 15일자 참조. <비즈니스 위크>는 그 근거로 일본

금융 기업의 부실화를 충당할 수 있는 재원이 국채발행뿐인데 이는 재정파탄

을 가져올 위험 때문에 한계가 있어서 결국 외자도입밖에 길이 없다고 제시하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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