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위원장 박인상)이 내년 총선에서 정당제휴를 통해 20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17일 정치개혁 토론회를 가진 이후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토론회를 개최하고 10월6일∼8일에는 정치교육양성 세미나를 갖고 정치활동에 대한 조합원 교육을 강화시키는 한편, 어떤 정당과 제휴할 것인가를 선택하기 위해 기준을 정하고 정당들의 의견을 타진, 연말까지는 제휴 대상을 확정할 방침이라 고 밝혔다.
이러한 방침은 이미 97년 대선 국민회의측과의 정책연합을 추진하기에 앞서 밝힌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00년 대선에서 20의석 확보하고, 2004년 중산층까지 포함하는 범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의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
*후보 개인 지지 아닌 정당과 제휴
한국노총의 2000년 총선 방침이 기존 정치방침과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정당과의 조직적 제휴를 통해 선거에 뛰어들겠다고 밝힌 점이다. 즉 기존에 ‘노동자 후보’로 지칭되던 친노동자적인 인물에 대해 그 후보의 소속 정당을 막론하고 지지해 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조직 대 조직간의 제휴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 그동안 노동자 후보 선정 기준이 중앙 차원에서 지침으로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보통 지역본부 차원에서 지역적 특징을 감안해 지지할 후보를 선택하다 보니 여야, 무소속 등 정당은 혼재돼 왔었다. 정강 정책 중심의 선거를 주장하면서도 노동계 스스로 인물 중심으로 지지 후보를 선택해 온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방침은 기존의 인물 중심의 선거참여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노총 임원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조직적 승인을 받지 않고 개별적으로 정계에 진출한다면 한국노총과는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나간 것으로 치부될 것”이라는 것.
한국노총의 이러한 방침은 민주노총이 (가칭)민주노동당 창당이라는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통해 정치활동을 벌여나가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총 현기환 정치국장은 “한국노총 내부에 노조의 정치 세력화, 정치활동에 대한 필요성은 광범위하게 동의돼 있으나 현재의 노조의 조직역량이나 조합원들의 의식, 정치에 대한 불신, 여기에 제도적 제약 등 주객관적 환경을 고려해 볼 때 독자적인 정당 건설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고 말했다. 따라서 2004년 독자적인 정당 창당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홀로설 때까지 ‘기대기 전술’을 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노총은 누구와 제휴할 것인가?
벌써부터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의 정책연합 상대인 여당과 하자는 안도 있고, 보수적이지만 그래도 야당과 해야 한다는 주장, 새로 창당되는 진보정당과 하자는 안 등 각양각색이다.
이에 한국노총은 ‘정당제휴방침’을 확정해 그 대상을 선택할 방침이다.
제휴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중요한 조건은 원내 ’20석’ 이상의 의석을 보장하는 정당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 중선거구제, 정치자금 등 한국노총의 정치개혁 요구를 수용하는 정당이다. 세째 전임자 임금문제 등 이제까지 주장해 왔던 한국노총의 정책을 수용하는 정당이어야 한다. 특히 실제 당선이 가능한 곳에 공천하거나 앞선 순번의 비례대표로 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20석’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이와 같은 원칙에 근거해 조합원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기 위한 객관적인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10대 분야의 300대 과제를 정하고 각 당 후보자들의 점수를 매겨 당시 점수가 가장 높았던 김대중 후보를 지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각 정당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기준을 마련할 나간다는 것.
한국노총은 2000년 2월 20여명의 후보를 선정하는 일 또한 대중적인 공식 단위를 통해 벌일 계획이다. 후보 선정 과정에 공개성, 민주성을 높이기 위해 각 산별 연맹 대의원대회 이상의 공식 기구에서 한국노총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며, 조합원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한국노총 후보를 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개모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방침 둘러싼 내부 논란 나타날 수도
한국노총이 고려하고 있는 정당제휴 대상에는 주요하게 97년 대선에서 정책연합 상대였던 국민회의, 나아가 ‘신당’이 포함돼 있어, 이에 반대하는 산하 조직들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정간의 큰 쟁점으로 남아 있는 금융권 2차 구조조정이나 공기업 구조개편 문제 등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는 노동계로서는 불만이 아닐 수 없는 것이어서 벌써부터 노정 갈등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 그런데 한국노총이 이들을 정치적 제휴대상에 두고 검토해 들어간다면 조직 내부갈등을 겪게될 가능성도 있다.
벌써부터 그런 조짐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금융노련의 이용득 위원장은 “정부 여당이 노조의 요구를 무시한 채 금융권에 대한 2차 구조조정을 강행한다면 정부 여당 낙선운동을 별도로 진행해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은 한국노총의 정치활동 방안과 반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 일각에서는 몇몇 인사들의 정치적 진출을 염두에 둔 정치활동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박인상 위원장이 중앙위, 대의원대회 등 공식 석상에서 누누히 ‘정치권으로의 진출은 없다’고 밝혀 왔기 때문에 중앙 정치방침에 대한 기대는 더 높아지고 있다”고.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조합원 100%가 중앙 방침에 따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고, 전체 노동계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방침이란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방식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선거과정에서 노동자 후보 간의 연대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 상이한 방침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