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대우 구조조정, 선 채무조정 후 매각으로 방향 선회

대우 구조조정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발표에도 불구

하고 국내외 금융자본의 이해관계 때문에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자 정부는

대우 구조조정에 대한 방침을 선회하고 있다. 이것은 11월 10일 대우채권의 대

량환매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해 대우 계열사들의 워크아웃 시기를 앞당긴 것이

다. 그리고 대우 계열사들을 초국적 자본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부채조정을 하

려던 애초의 방침을 바꾸어 우선 채권단이 채무조정을 한 후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은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어서 금융시장

의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대우 계열사들 워크아웃 방안 앞당겨 발표

대우 채권단은 10월 내로 대우중공업, 쌍용자동차, 대우통신, 오리온 전기 등

7개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방식 및 일정을 확정짓고, 11월 6일에는 대우자동

차, (주)대우 등 5개 사에 대해서도 경영진교체와 출자전환 등 강도 높은 구조

조정안을 확정짓기로 했다. 대우전자는 15일까지 중간실사를 마친 부채탕감 등 구체적 구조조정안을 확정짓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길 방침이

다. 또 대우자동차는 자산실사가 거의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우선 실사인력

을 대거 투입해 이른 시일 내에 자산실사를 마친 뒤 본격적 워크아웃에 착수할

방침이다. 그리고 대우그룹 12개 워크아웃 대상 계열사 중 처음으로 대우중공업

의 워크아웃 방안이 이번 주중에 결정된다.

정부는 대우 계열사들의 워크아웃 방안을 조기에 발표하고 출자전환, 이자감

면, 부채탕감 등 채무조정을 한 이후에 해외 매각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대우 구조조정은 처음 워크아웃 방침이 발표되던 8월 26일에는 해외매각을 통해

외자를 유치하여 대우 부채를 해결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이제는 선 채무조정 후

매각으로 방침이 바뀐 것이다.

이렇게 방침이 바뀌게 된 첫째 이유는 해외매각이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왈리드엘로마 사에 매각되었다던 대우전자의 매각 협상은 중단되었

고, 대우정밀 새시부문과 대우기전에 대한 매각협상을 진행 중이던 미국 델파이

사도 매각협상을 중단하였다. 대우자동차도 헐값에 인수하려는 GM의 이해관계로

매각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이것은 대우의 자산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데 초국적

자본들이 매각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대우채권을 온전히 회수하려는 국내외 채권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금융시장이 계속 혼란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금융자본은 대우문제로 인

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면서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서 문제를 해결하는 압력을 계속 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이러한 국내외 금융자본의 압력에 굴복하여 대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대우 계열사들에 대한 선 채무조정, 후 매각으로의 방향 선회이다. 즉 대우 계

열사에 대한 출자전환, 부채탕감, 이자감면 등으로 대우 계열사들을 부채조정을

하고 ‘클린기업’으로 만든 후 해외에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대우 계열사들에 대한 이러한 부채조정은 필연적으로 금융권의 부실화를 초래

할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그리고 초국적 자본은 부채조정으로 대우 계열사들의 부채문제, 부실부분이 해

결된 후에 우량부문만 헐값에 사들이려고 할 것이다. 대우자동차와의 매각협상

을 위해 방한한 GM 관계자는 “11월 6일 대우자동차에 대한 워크아웃 방안이 마

련돼 경영진, 인원정리, 부채탕감 규모 등이 확정되면 대우자동차 인수전략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는 데서 초국적 자본의 이러한 입장이 잘 드

러나고 있다.

졸속 실사는 또다른 불안을 야기

정부는 대우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방안을 11월 6일까지 확정짓겠다고 서두

르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시간에 쫓겨 실사가 졸속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

다. 채권단 내부에서조차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식발표로도 부채규모

가 60조 원이 넘는 거대기업에 대한 자산부채 실사가 부실하게 진행되면 나중에

‘숨겨진 부채’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우전자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한빛은행 관계자는 “오는 15일까

지 자산부채 실사를 끝내기로 했으나 회사내용이 워낙 복잡해 실사에 어려움이

많다. 해외 70여 개 사업장에 지난 11일부터 실사인력을 투입했다. 15일까지 나

오는 보고서는 해외 현장조사를 거치지 않고 회계장부만 검토한 중간보고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전자 채권단은 오는 19일 예정된 채권금융기관 협의

회에서 정확한 자산부채 실사보고서가 아닌 중간보고서를 토대로 워크아웃 계획

을 짜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워크아웃 계획을 짤 때 “추가

부실이 나중에 드러날 경우 각 채권금융기관들이 이를 분담한다”는 단서조항을

삽입하기로 했다.

이러한 사정은 다른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우 계열사 중에서 부채규모

가 가장 큰 (주)대우와 대우자동차는 자산부채 내역을 파악하기 위한 명확한 자

료가 거의 없고 채권채무 관계가 복잡해 11월 6일까지 실사를 끝내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실사가 졸속으로 진행돼 부정확하면

우선 대우채권의 손실금액을 확정짓는 것도 졸속으로 된다. 그래서 나중에 추가

부채가 나올 가능성이 크게 되면 손실금액을 확정하더라도 금융시장의 불안은

오히려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대우 계열사에 대한 실사가 서면실사 정도

로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추가부실이 이미 예고되고 있다. 또 실사 결

과 부실규모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드러날 경우에도 금융시장의 불안은 확산될

것이다.

손실분담에 대한 정부의

12일 이용근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대우채권 손실분담에 대한 원칙을 밝

혔다. 판매와 운용을 병행하는 기존 투신사는 자체자금으로 해결하고 투신운용

사는 판매증권 사와 손실분담 비율을 자율적으로 협의해 결정하라는 것이다. 즉

투신운용 사는 자산운용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자기자본 내에서 손실을 부담하되

부족할 경우 대주주가 증자를 통해 메우도록 했다. 증권사도 대우채 편입펀드의

수익률이 높다는 점을 활용, 수익증권을 적극적으로 판매한 책임이 있는 만큼

판매수수료 수입 등을 감안해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합의가 이

루어지지 않으면 금융감독원장이 직권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신사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고 하는 정부의 발표가 계속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출 없이 24개 투신운용사가 그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증권업계는 여전히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는 투신사의 손실규모가

어떻게 될 지 살펴보면 잘 드러난다. 대우채권이 장부가격의 70%(손실규모 30%)

로 평가받을 경우 투신(운용)사와 증권사의 손실부담액은 최대 2조 5천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대우채권이 50%로 평가될 경우 그 규모는 4조 1천억 원으로 늘

어나게 된다. 이중 판매와 운용을 겸하는 투신사는 6개 사인데 한국투신과 대한

투신은 손실규모가 가장 크고 바로 공적자금 투입이 검토되고 있다. 운용만을

하는 투신사는 모두 18개 사인데 이들 회사는 증권사와 손실분담을 결정해야 한

다. 이 손실분담이 자율적으로 결정될 수 있을 지도 미지수이다. 또 결정났을

경우 은행계열 투신운용 사는 은행에 증자를 유도한다고 하나 은행들이 증자에

응할 리 없다. 이처럼 금융기관 간 이해관계의 충돌 때문에 투신사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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