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전력산업 분할매각정책을 둘러싼 노정 갈등이 대결과 협상의 기로에서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지, 그리고 지난주에 설립신고서를 낸 민주노총이 이번에는 마침내 합법화될 것인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9일 전력산업구조개편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에 관한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노동계 또한 만만치 않다. 21일 한국노총은 보라매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전력산업분할매각을 강행할 경우 실력으로 저지하고, 내년 총선에서 심판을 하겠다고 나오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어느 쪽도 양보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놓고 노정이 정녕 정면충돌로 치달을 것인가?

앞으로 20여일 동안 그 해답이 찾아질 것이다. 실마리를 찾아보려면 우선 노정 양측이 안고 있는 고민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정부 여당 의 고민을 보자. 전력산업구조개편법안은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는 몇가지 난관이 있다. 요즈음처 럼 여야가 가파른 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정상적인 법안통과가 가 능할까?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주진 않을 까 하는 정부 여당의 고민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국노총을 중심으로한 노동계는 어떨까. 한국노총으로서는 전력산업분할 매각 저지에 하반기 투쟁의 무게중심을 상당히 실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전력산업분할매각의 당사자인 전력노조는 투쟁기금 갹출을 해놓고 ‘진짜로’ 투쟁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보면 정면충돌을 할 경우 한국노총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일차적으로는 정부가 심각한 위협을 느낄 정도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느냐 하는 문제부터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또 정면충돌은 정부여당과의 결 별을 의미한다. 한국노총으로서는 이 또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정면충돌은 정부나 노동계 모두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선택이라는 얘기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협상의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남은 20여일 동안 노정 양측은 그 가능성을 찾아 고심하지 않을까.

또하나 이번주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은 민주노총의 합법화 문제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보완요구에 대해 임원 전체를 기재해 다시 설립신고서 를 제출했다. 아직 노동부가 어떤 판단을 할 것인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설 립신고서를 놓고 망설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해석의 원칙은 지키되, 21세기의 노사관계 발전을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게다가 청와대 관계자가 민주노총에 성급한(?) 축하전화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하는 걸 보면 민주노총의 합법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민주노총이 합법화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민주노총 합법화는 노사관계 지형 그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이미 민주노총은 정치적으로는 합 법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노총은 이미 96년 노사관 계개혁위원회부터 노사정 3자 협의기구의 한 당사자로 인정을 받아왔다. 지금도 노동위원회 등 일부 위원회에 노동계 대표로 참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에게 합법화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적어도 민주노총으로서는 87년 이후 전노협시절부터 온갖 어려움과 탄압을 뚫고 성장해온 조직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대내외에 확인시키는 계기가 된다. 그것은 민주노 총의 정통성에 대한 확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 민주노총의 합법화는 그 자체로 ‘안정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물론 그 안정성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또 민주노총의 합법화는 민주노총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그동안 한국노총이 참여해왔던 정부 산하기구에 노동계 대표 몫도 일정 정도 나뉘어지게 될 것이다. 그 속에서 민주노총은 부분적이지만 정책참여의 가능성과 한계를 현실속에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들은 민주노총의 합법화가 한편으로는 ‘자부심과 정통성에 대한 확인’이지만 한편에서는 또다른 ‘시험’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것은 민주노총 설립신고필증이 교부된 다음의 이야기다. 이번 주에 노동부가 어떤 판단을 하는지 지켜보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