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스원 측의 영업직 특수고용노동자 1700명 대량해고를 규탄하며 삼성과 경찰의 유착 진상규명, 해고자 원직복직을 주장하는 50여 개 사회단체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발족 기자회견을 열자 경찰이 참가자들을 연행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19일 오전 11시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대위 출범을 선언하고 경찰청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기자회견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경찰이 참석한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소속 노동자들을 대부분 연행해버렸다.

경찰이 밝힌 연행사유는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기자회견 참석을 위해 도착한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소속 노동자들을 시작부터 인도에서 막아서는 등 민감하게 반응한 경찰측은 이들이 기자회견 장소 확보를 위해 경찰버스를 우회하자 곧바로 '도로교통법 위반'을 적용해 버린 것. 연행된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민주노총 경기본부, 공대위 단체 활동가 등이 포함된 14명은 서대문경찰서 등 세 군데로 나뉘어 이송됐다.

이날 오후 3시에는 '집회 불모지'인 삼성 본관 앞에서 최초로 합법적인 노동자 집회가 개최될 예정이라, 연행 사태가 집회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오근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위원장은 "오늘 3시에 있는 집회를 방해할 목적으로 연행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대위 소속 단체인 인권단체연석회의에서 참석한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경찰청 앞에서 수많은 기자회견을 해봤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의도적으로 3시 집회를 막으려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사태가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진 활동가는 "고질적인 남대문경찰서와 삼성의 유착관계 때문에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경찰이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조끼를 입은 모든 노동자를 연행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공대위는 노동자들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닌 사회적으로 경찰과 재벌의 유착관계를 폭로하기 위해 활동할 것이며, 경고방송 단 1회에 미란다원칙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오늘의 요식적이고 의도적인 만행을 결코 묵과하지 않고 지휘자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이 대부분 연행된 가운데 공대위는 항의 규탄발언과 함께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공대위는 "1700명 노동자 생존권을 빼앗은 삼성과 경찰청은 국민 앞에 사과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문에서 △삼성에스원 해고노동자 정규직 채용 △대량해고 사태를 저지른 질의자 공개 △법제처 해석에 따라 노동자 복직 △'삼성경찰'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