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말리키 이라크 총리 목 죈다

‘성과 내라’ 전방위 압박

이라크 말리키 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지 미 부시 대통령이 안달이 났다. 특히 엑손 모빌을 비롯한 초국적 석유 기업들에게 문을 열기 위한 새로운 석유법이 통과를 앞두고 해결의 기미가 없자 더욱 조급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 동안 이라크 사태의 진전을 평가하는 기준(benchmark)을 제시하고 안보 문제와 석유 판매 대금 분배 등을 포괄하는 부분에 대해 말리키 정부가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도록 압력을 가해왔다.

미 국방장관 말리키 직접만나
새 석유법 통과 압력


급기야 부시 대통령은 지난 주 목요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무부 장관이 이라크로 날아가 말리키 총리를 직접 만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미 이라크 대사를 지낸 존 네그로폰테가 함께 했으며, 중동 미군 사령관 팰론도 말리키 총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진보 미디어 <프로그레시브>는 13일 “말리키 정부가 하나씩 하나씩 기준을 만족시키는 데 실패하자 부시가 점점 필사적이 되어 가고 있다”며, 말리키를 만난 존 니그로폰테와 팰론이 “새 석유법의 통과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프로그레시브>는 “이 법이 엑손 모빌과 같은 외국기업에게 이라크 석유자원을 넘겨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 2월 26일 새로운 석유법을 승인했으나, 5월로 예상했던 의회 통과가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를 등에 업은 말리키 총리가 이라크 내의 세력 간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한 결과이다.

정부가 승인한 새 법안에 따르면 △외국 기업에 최장 30여 년간 채굴권 부여 △외국 기업의 개발·운송·정유·서비스업 전반 참여 △개발 결정권을 쥔 연방석유·가스위원회에 석유기업의 경영진 참여 등을 담고 있다.

뒤에서는 수니파와 손잡아

미 부시 대통령은 지난 4개월간 미국이 이라크에 3만여 명에 가까운 추가 병력을 파병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못한 것에도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이라크 주둔 미 사령부 지휘관들은 각 지역 수니파 지도자들과 ‘알 카에다에 맞서고 미국은 공격하지 않겠다’는 협정을 맺고, 일부 선택된 수니파 무장 세력들에게 무기와 탄환 및 연료 등을 제공하기로 약속해 말라키 정부는 부시 행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

미국은 이라크 점령 당시 후세인의 당이었던 바트당 핵심 세력인 수니파를 견제하기 위해, 후세인 당시 다수를 차지했지만, 지배를 받아왔던 시아파와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과도정부를 구성해왔다.

시아파 무장세력의 저항이 점점 거세지자, 더 이상 말리키 정부를 앞세워 이라크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면초가 말리키
‘이라크 수렁’에 빠진 부시


말리키 과도 정부를 세우고, 이것을 이용해 이라크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고 한 부시 정부는, 말리키 정부의 무능함에 크게 한계를 느끼고 필사적으로 석유자본만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전후방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부 쿠르드 지역을 비롯해 남부 시아파들도 이라크 정부와 독자적으로 석유 기업과 계약 협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는 모든 석유 자원에 대해 중앙 정부가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쿠르드 당은 지역의 석유 생산에 대한 통제권을 앗아갈 수 있는 어떤 헌법 개정에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시아파 저항세력의 공격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말리키 정부의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말리키와‘이라크의 수렁’에 빠진 부시의 돌파구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