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협정 체결 저지를 위해 25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대해 경찰이 하루 만에 간부들에게 출두 요구서를 발부했다.
출두 요구는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임원과 지부장 14명 등 중앙집행위원 전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는 25일 오전 경총이 금속노조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으로, 경찰은 고발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당일에 소환을 통보하는 민첩함을 보였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퀵서비스를 동원해 소환장을 전달하는가 하면, 노동조합이 수령을 거부하자 개인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소환을 통보하는 등 이례적인 수단을 동원했다.
금속노조는 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형식적인 소환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총은 금속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지도 않은 시점에 금속노조를 고발하고 경찰은 파업에 돌입하지 않은 지역의 지부장들에게도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비판했다. 첫날인 25일의 2시간 파업은 전북과 충청권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타 지역 지부장들에게까지 모두 소환을 통보한 것.
파업에 돌입하자마자 고발과 소환 조치가 이뤄진 것을 볼 때, 연일 노동조합 간부들을 대상으로 출두요구서가 발부될 전망이다. 노조 간부들의 움직임을 봉쇄함으로써 정부와 재계가 오는 28일과 29일에 있을 전국적 파업을 축소해 보고자 하는 의도가 역력하다.
금속노조는 기다렸다는 듯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한 경총에 대해서는 "탈세와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과 부정비리, 조직폭력배를 능가하는 폭력집단의 면모를 보여온 경총은 노동자와 민중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 온 금속노조를 고발할 자격이 없다"며 "재벌에 대해 봐주기수사, 비리사건 축소 은폐를 공모해 온 검찰과 경찰도 우리를 탄압할 자격이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노무현 정부가 예정된 각본에 따라 금속노조에 대한 전면적 탄압에 나선 것은 지난 4년간 실정의 책임을 노동운동에 돌리고 일방적인 한미FTA협정 체결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억누르기 위한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가 금속노조의 대화 제의도 거부한 채 '불법정치파업'이라는 악의적 선동으로 전면적 탄압에 나선다면 조직의 명운을 걸고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권역별 순환파업 2일차인 오늘, 수도권과 광주전남 지역 41개 사업장에서 2만여 명이 파업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