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의 한미FTA반대 파업을 비난하며 실력저지에 나선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이하 행울협)라는 시민단체 모임에 대해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행울협은 지난 6월 19일 금속노조의 한미FTA반대 파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이어 20일에는 금속노조를 방문해 파업철회를 요구하더니, 급기야 26일 오후에는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에 회원들을 동원해 물리력으로 파업반대에 행동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이런 행울협의 행보에 대해 민주노총울산본부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친자본. 반노동적인 극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울산본부는 26일 오전 11시 울산상공회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0만 울산시민을 기만하는 사이비 시민단체 행울협은 현대차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파괴하고, 노예상태로 되돌리려는 음모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50여명의 노동자들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울산본부는 '행울협'에 대해 "장사꾼 모임인 울산 상공회의소가 앞장서 현대차노조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왜곡된 기업사랑 운동의 핵심부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라는 자본가들은 파렴치한 보복폭행 범죄를 저지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구명운동에 나서고 있다"며 "자본가와 중소상공인들의 온갖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앞장서서 비호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와 투쟁에는 시민들을 동원해 반노동자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울산본부는 "겉으로는 상생을 내세우며 속으로는 노동자 죽이기에 앞장서는 살생의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사이비 시민단체 행울협이 지속적인 경거망동으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왜곡한다면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노동자들은 이두철 상공회의소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건물내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를 막는 직원들과 한때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미FTA 찬.반 토론하자'

울산본부 하부영 본부장을 비롯해 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두철 상공회의소 회장과 면담을 갖고 "행울협은 금속노조의 FTA반대파업에 대해 본질은 빼고 행위만 얘기하고 있다"며 "FTA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토론을 갖자"고 제안했다.

하부영본부장은 "시민들을 동원해 현대자동차 앞에서 집회를 하는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FTA체결로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밀려나면 상공회의소 간판 내릴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시민연대 소속의 회원은 "울산에서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해왔던 시민단체들이 있는데 마치 행울협이 전체 시민단체의 입장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FTA와 관련해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데, 이를 실력으로 저지할 게 아니라 FTA를 왜 찬성하는지 토론을 열어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두철 상공회의소 회장은 "상공회의소는 행울협에 들어간 한개의 단체에 불과할 뿐, 대표의 권한은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이두철 회장은 "막말로 얘기해 노조조직률이 몇%나 되느냐"며 "얼마 되지 않는 조직률로 울산이 파업의 도시란 오명을 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행울협' 현대차 본관 정문 등에서 집회 열고 '파업철회' 요구

한편 행울협은 이날 오후 현대차 본관 정문, 4공장 정문, 명촌 정문에서 6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현대차지부 파업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전세버스를 타고 온 이들은 집회 전 각 정문에 모여 도시락으로 점식식사를 한 후 오후 3시부터 '현대차 지역파업 철회를 환영한다' '우리는 현대자동차를 사랑한다' 등을 외치며 현대차지부의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사회자의 연호에 따라 구호를 반복했으며, 일부 기자들은 이들에게 구호를 다시 외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명촌 정문에 집결한 집회 참여자들 중 일부는 공장으로 들어오려고도 했다.
이들은 "점심 사주고 공장 견학시켜준다고 하더니 이게 무엇이냐"는 말을 해 이번 집회가 어떻게 준비됐는지 짐작케 했다.

한 참여자는 현대차지부 간부에게 "내가 20대에 북괴군과 총도 없이 싸워야 해 원통했는데, 이유도 모르고 여기에 와서야 이런 자리인 줄 알았다...내가 또 당했다"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집회 대오 정리를 위해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한 대학생은 집회 참여 이유를 묻자 "동아리 패장과 담당교수의 요청에 왔을 뿐, 이유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묻자 "반대한다"는 답을 해왔다. 이에 '금속노조 파업은 한미FTA 반대를 위한 것'이라 설명하니, 그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행울협의 파업 반대 집회에도 현대차지부는 28, 29일 파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정기애 정문교 기자)

'임금인상 파업은 이기주의, FTA반대 파업은 명분없다'
'울산에서 파업은 무조건 NO'

'행울협'은 울산상공회의소, 6.25 참전유공자회, 공장장협의회 등 울산지역 140개 단체로 구성됐다.

이들 단체들은 그동안 현대차노조의 파업시 '대책위' 등을 구성해 '파업반대'를 외치며 현대차 사측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민주노총울산본부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2년 1월 현대차 성과급 사태 당시, 이들은 울산범시민지역안정대책위를 구성해 울산시민들을 동원, 태화강 관제 데모에 나섰으며 극우세력 방송차로 공권력 투입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다녔다.

또한 2006년 5월에는 '현대차 정몽구회장 살리기' 범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해 범법자라도 기업인이면 살려야 하고, 노동자들에게는 법과 원칙대로 처벌을 주장해 노동계의 비난을 받아왔다.

이어 2006년 7월에는 '울산 기업사랑 실천 범시민협의회'라는 명의로 '현대차노조 파업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임금인상 요구는 이기주의'라는 요지의 주장을 했으며, 올해 초 현대차노조의 성과금 투쟁 때에도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어 파업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올해초에는 울산상공회의소 등 지역 32개 단체로 구성된 '현대자동차 사태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10만 시민 궐기대회를 계획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려고 했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이렇듯 현대차노조의 파업시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오다 지난 3월 2일 '현대자동차 사태 대책위원회'를 모태로 행울협(공동위원장 이두철 등)이 구성된 것이다.

이들은 행울협을 출범하며, 울산을 무분규 행복도시로 만들기 위해 분규조짐이 보이는 사업장의 경우 노.사 양측을 미리 방문해 파업자제 압력을 넣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할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