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용 철도노조 위원장은 16일 03시 20분 경, 서울수도권 파업 전야제가 열리고 있던 용산철도기지에서 공식적으로 “파업 유보와 현장투쟁 전환” 지침을 내렸다.
위원장 지침에 조합원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07투쟁 승리하자”를 외치며 발길을 돌렸다.
엄길용, “그 어떤 안을 내도 구조조정과 맞바꿀 수 없다”
엄길용 위원장은 파업유보와 현장복귀 지침을 발표하면서 내내 힘겨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엄길용 위원장은 “두 달이 넘게,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투쟁을 진행했지만 단 하나의 결과도 도출해 내지 못했다”라며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며, 냉정한 평가와 비판을 받도록 하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엄길용 위원장은 교섭 과정에 대해 “오늘 저녁에 되어서야 실질적인 교섭이 진행되었다”라며 “실무교섭에서는 손배가압류와 해고자 문제에는 일정정도 의견 접근을 봤으나, 구조조정 문제와 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는 끝까지 의견접근을 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교섭 중단은 철도공사가 의견 합의를 본 사항까지 모두 철회하면서 이뤄졌다. 또한 노조 측은 사안 별 분리합의까지 열어놓고 최대한 의견조율을 하려고 했으나 철도공사는 일괄타결 입장을 고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엄길용 위원장은 “사측에서 최종적으로 구조조정 수용을 요구했고, 노조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을 굽힐 수 없었다”라며 “앞으로도 사측이 그 어떠한 안을 내도 구조조정과 맞바꿀 수 없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철도노조가 최종적으로 파업을 유보한데는 기관사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를 많이 조직하지 못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기관사들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파업의 파급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엄길용 위원장은 “정면 돌파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라며 “다시 현장으로 복귀해 현장투쟁을 통해서 이후 투쟁을 재조직해야 할 것”이라고 조합원들의 결의를 호소했다.
유례없는 철도공사의 탄압과 언론의 악선동,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 속에서 예상을 깨고 1만 여 명에 가까운 조합원이 모였던 철도노조-화물연대의 공동파업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한편, 화물연대는 철도노조가 파업 유보를 결정함에 따라 산개투쟁을 결정하고 산개했다. 화물연대의 경우 30개의 요구 안 중 20개의 요구안에 대해 건교부와 합의를 이뤄낸 바 있다. 이에 화물연대는 즉각 파업선언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후 계획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