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가 꿈이 아니듯,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사회도 우리 눈앞에 와 있다”

감시 시스템과 프라이버시 국제토론회

VER.RE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대안문화미디어모임 R.exe, riverexe@hanmail.net)

자신의 성생활이 비디오에 노출되어 상품화되기에 이른 한 탤런트는 세간의 지탄속에 사회적 매장을 당했다. 왜 그녀는 자신의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주장하며 당당히 싸울 수 없었을까.

그녀가 넘어선 사회적 금기는 자신의 성생활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았다는 순진함에 있다. 이는 프라이버시 노출에 대한 세간의 기피증과 나아가서는 사생활마저 공인다운 윤리적 미덕을 갖춰야 한다는 잘난 동방예의지국 후손들의 의식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즉,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무한복제가 가능한 시스템에 보관해서는 안된다. 머리카락 보일세라 꼭꼭 감춰야 하는 것이 우리의 프라이버시다.

모든 폭력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개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일어났다. 이를테면, 전쟁은 평화를 깨뜨리는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 군인과 경찰은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총과 칼로 무장한 채 십분대기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쟁의 역사와 국가의 애정어린 과잉보호는 수많은 국내 도감청시스템과 ‘에셜론’과 같은 전지구적 감시 네트워크를 낳았다. 이러한 국가의 감시와 통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명목이자,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어떠한 윤리적 정치적 빌미도 제공하지 않도록 일상속에서 자율검열해야 하는 굴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던컨 켐밸이라는 한 영국언론인이 십수년간 취재 조사해 유럽의회에 제출한 ‘위성을 통한 전지구적 감시시스템인 에셜론에 관한 폭로 보고서’에 기반해 지난 11월 18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주관으로 ‘감시시스템과 프라이버시 국제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온라인상에서의 표현의 자유 및 개인정보보호 문제, 그리고 지문날인 및 주민등록제 폐지 등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어 매우 열띤 토론이 진행될 수 있었다.

흔히 ‘감시사회’는 전체주의적 속성을 지닌 근대사회의 전유물로

이해하기 쉽지만, 오히려 정보기술의 발달로부터 원격 통합감시 등이 가능한 전자감시사회로 그 범위가 더욱 확장되고 범죄 예방 세금징수 불평등 시정 복지정책 확장 등 일종의 ‘평등에 대한 정치적 요구’로써 민주주의와 함께 더욱 팽창된다. 국가의 감시는 행정적 필요로 정당화되고 감시이데올로기는 총체적 보호이데올로기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홍성태(사회학자)박사는 국가에 의한 감시 문제는 정치적 민주화의 정도에 따라 해결되는 문제가 결코 아니며 사상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검열이 자기검열로 바뀌는 감시의 내면화 문제와 감시의 보편화 문제가 우리가 맞서야 할 지점이라고 주장한다. 현실적 대안으로 감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등록제 폐지와 감시자에 대한 국민의 ‘역감시’- 예컨대 ‘처벌조항없는 정보공개법’을 명실상부화 – 등 제도적 대책과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리버풀 항만 투쟁을 통해 구축된 영국 노동네트워크(Labor Net) 운영자인 크리스 베일리(Chris Bailey)는 기업과 국가의 도청이 주로 조직화된 노동운동 및 나아가서는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모든 사회운동 활동을 감시하며 외교관계 및 자유시장경제정책을 확장을 꾀하는데 쓰이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으로 최신 커민트 수단(도감청 시스템)에 대한 지식 확장을 통해 도청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이 있으며 또한, 미국의 도청법을 중심으로 정보수집대상이 자국의 시민이 아닌 경우 도청이 합법화된다는 내용의 국제법이 유럽에서도 사회정의와 국내문제를 위한 협의회에 의해 시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대가 진행되어야 한다. 크리스 베일리는 이후 국가 규제와 통신 첩보활동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인터넷 확장을 통한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논의된 흥미있는 사실은 현재 뛰어난 암호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이 암호기술을 부가가치 상품으로의 수출허용을 주장하고 있으며 자체저작권 뿐만 아니라 저작권을 보호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암호기술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방법으로 정부에서 암호해독 키를 관리하는 방안 등이 제안되기도 한다.

일본의 진보네트워크인 JCA-NET 운영자 도시마루 오구라는 지난해 10월 국회가 감청법안을 인준해 야당 및 인권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됐으며 현재까지 위헌소송과 도감청에 대한 예산공개를 요구하는 투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 도청법의 골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요 민주국가들에서 도청 수사는 적법하다. 둘째, 국제적인 범죄를 다루기 위해서 일본경찰은 국제적 합동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셋째, 도청 수사는 효과적이고 따라서 조직적 범죄에 대항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이 법안내용은 앞서 제시한 미국, 영국 등의 도청법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곧 각 정부들이 그 존재자체마저 부정하고 있는 에셜론의 존재이유가 아닐까? 도청수사를 통한 조직적 범죄의 소탕은 거의 효과가 없으며 도청된 통화내용의 80%가 범죄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미국도청수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합동 수사 등의 그럴싸한 명목으로 전세계적 도감청을 합법화하기 위한 국제법 및 국내 도청법 시행은 거대한 사생활 침해이자 정치적 군사적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마루 오구라는 국가적이고 국제적인 감시가 멕시코 치아파스 원주민에서 동티모르 해방운동을 포함, IMF반대운동에서 WTO반대운동을까지 포함한 민중들간의 국제연대를 파괴하려할 것임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권력 감시 및 통제와 관련해서는 일반적 통제시스템인 주민등록제도에 의한 감시문제를 낱낱이 밝히며 1993년에 실질적인 도청허용법인 통신비밀보호법 제정이후 수사기관에 의한 무분별한 도청이 시행되었고 이중 국가보안법위반 범죄에 대한 도청은 몇 년간 지속되기도 하고 현재에는 전자우편 도청건수가 급속도로 증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프라이버시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 프라이버시권은 20세기 초부터 인정되기 시작한 것으로 혼자있을 권리로부터 출발해 현재는 신상정보를 통제할 개인의 권리이다. 일종의 인권인 셈이다. 이러한 프라이버시권이 동양사상의 공동체주의적 특성과 대립적인 경향이 있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는 프라이버시권이 서구중심적인 철저한 개인주의에 근거한다는 발상이다. 한국사회에서는 낯선 관계들의 일상의 대화속에서도 쉽게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예로 들었다.

또한, 감시와 통제가 내면화 되고 있는 원인인 주민등록제도에 문제제기를 하며 한 참가자는 전자지문날인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굴욕적이라며 위헌소송을 내서라도 개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에 대한 호소성 질문에 김기중 변호사는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에서 30여년간 시행된 것으로 그 제도를 기반으로 해서 축적된 사회보장제도, 운전면허 관리제도, 교육제도 등 숱한 행정업무를 변경하는 것에는 많은 연구와 비용이 들것이며 정보 몇 개를 변경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만 유일하므로 폐지하자는 주장도 빈약할뿐이다. 유전자에 각인된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제 시작한 것 뿐이며 앞으로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하여 그 위험성이 강화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요즘 온라인 쇼핑몰 등 악의적인 목적에 의해 인권들이 침해받는 부작용때문에 감시체계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에 대해서 크리스 베일리의 경우 완전자율화되면 인권침해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상에서 통제는 어떤식으로든 존재해야하지만 통제문제에 시민단체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같은 질문에 홍성태 박사의 경우 개인정보 상품화에 대한 저항 및 규제 요구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통신질서확립법 개정안에서는 사업자의 규제를 더욱 완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에 인터넷에서만 폭력과 문제가 심각하게 이뤄진다는 식의 여론이 형성되는데 인터넷이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실명이 가진 폭력을 규제하려는 행동과 공간의 역할을 가진다는 점도 염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직업이 경찰관인 한 참가자는 국가기관이 미치지 못했을 때 생기는 사이버 범죄 피해를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의견을 밝혔고 이에 대해 정보수집능력을 키워서 막을 생각하지말고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해서 막을 생각을 하라며 권력은 타고난 속성상 자체 성장하므로 시민사회의 제어는 계속있어야 한다고 짤막하게 답변한 바 있다.

토론회에서 언급된 내용중 커민트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접하며 처음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휴대폰, 전자우편 도청이 노트북 하나로 쉽게 이루어질 수 있고 흔히 접하는 N체계라고 하는 교통감시체계가 고도의 카메라로서 컴퓨터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운전자의 얼굴까지 찍을 수 있으며 100마일 멀리서도 컴퓨터 화면내용을 복귀시킬 수 있는 커민트도 있다. 게다가 에셜론은 전 세계의 모든 도청기지를 하나의 체인망으로 연결한다는 것은 상상을 불허했던 사실들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두려운 것은 우리가 일상적인 사생활 침해에 무감각해져 있다는 사실,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는 감시를 보편적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검열 통제하는 등 내면화시켜왔다는 사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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