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화, 자본에게는 금덩어리, 노동자에게는 골치덩어리
한라공조 대전공장의 생산3부 F/S조립반, 이곳은 내가 2년 전부터 일하기 시작한 곳이다.
F/S는 팬과 슈라우드의 영문머릿글이다. 이 제품은 라이에타에 장착되어 바람을 불어주는 것으로 슈라우드에 모타를 조립하고 다시 팬을 조립하여 테스트를 거쳐 주로 ‘현대자동차’와 ‘만도공조’에 납품하는 지극히 단순한 조립품이다.
회사는 3년 전부터, 이 제품을 라이에타와 함께 묶어서 덩어리로 조립하는 모듈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우리 반의 작업자들은 얼마 안 있어 모듈제품을 만드는 공정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먼저 XD와 MS 등이 현대로부터 수주를 받은 뒤 개발하는 단계를 거쳐 외주처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2000년에는 EF와 FO 등의 모듈제품을 만들던 공정에서 F/S조립 공정을 떼 내어 외주처리를 했다.
우리 노동자들은 처음에는 이러한 모듈화가 전반적인 추세이고, 우리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것도 아니고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모듈화와 구조조정이 가지고 있는 ‘반노동자적인 성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당장 우리 ‘반’의 문제를 보더라도 회사측이 외주처리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얘기해서 우리 하청업체에서 우리보다 더욱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동차에서 만드는 것보다 1차 부품업체에서 만드는 것이 또 1차가 만드는 것보다 2차에서 만드는 것이 자본에게는 보다 많은 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윤이 사람보다 우선하는 논리’는 필연적으로 노동자에게는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다. 그 이유는 이렇게 축적된 이윤이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전환배치, 노동강도 강화 등의 고통을 낳고, 끊임없는 노동자들의 임금인하 압박을 낳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널리 양산해 낸다.
그동안 현장활동가들이 구조조정이니 모듈화의 반노동자성이니 얘기해 왔어도 작업자들은 별다른 관심을 가져오지 않았다. 사실 ‘정리해고’, ‘부도’ 이런 끔찍한 말들에 비하면 별 것 아닌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에 당면하며 ‘여러분들의 고용만큼은 책임지고 보장하겠다’고 이야기하는 회사측의 태도를 보고, 가만히 자신들의 앞날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지금 진행되는 모듈화는 얼마 안 있어 한라공조의 ‘단순조립작업’을 전부 외주처리 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고 그렇게 이곳 저곳에서 줄이고, 조이고 한 노동력들은 결국 어떻게 되겠는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모듈화, 그것은 자본에게는 보다 많은 이윤을 가져다주는 ‘금덩어리’요. 노동자에게는 고용불안과 임금인하를 강요하는 무기가 되므로 ‘골치덩어리’로구나. 이제 ‘정신 똑 바로 차리고 달려들어 싸우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
한라공조 조합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