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기업 명퇴금 지침, 현장에서 실효성없다

-정부지침이 우선하나, 단협이 우선하나…현실론과 법논리 충돌

일방적으로 내려진 정부지침이 현장에서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또 다른 노사갈등을 빚는 잠재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7월21일 기획예산위원회는 공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명예퇴직금제도를 대폭 손질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 개선안은 공공기관의 명퇴금을 공무원지급기준에 준하게 지급하도록 해 기존보다 대상자도 훨씬 적고 위로금도 축소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 이 지침을 하달받은 현장에선 정부지침과 기존 단체협약이 충돌하면서 갈등을 빚거나, 오히려 정부가 노리는 구조조정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다.

* 정부지침이 우선하나, 단협이 우선하나..현실론과 법논리 충돌

공기업들은 대체로 단협이나 사규를 통해 명예퇴직요건이나 위로금 지급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농수산물관리공사 등이 10년이상 근속자로 자격요건을 정하고 있고 공항공단, 고속철도공단 등 다수 사업장이 통상임금을 기준급여로 하고 있다. 따라서 20년이상 근속자로 하고 기본급을 기준급여로 하는 등의 기획예산위 지침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전체 임금중 기본급 비중이 50%에도 못미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차이가 크다는 것. 노조의 항의에 부딪치자 기획예산위가 지난 10월 월평균임금의 45%이하 수준에서 자율결정하도록 지침을 일부 수정한 것은 정부가 어느만큼 허술하게 지침을 만들었는지를 반영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에 공공연맹(위원장 직무대행 조희만)은 “공공기관 노조들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이라는 노동법 정신에 맞춰 단체협약을 통해 명예퇴직제를 노사합의로 개선해 왔다”며 “그런데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정부지침을 통해 공무원수준으로 일치시키려는 것은 노동관계법 위반”이라고 입장을 펴고 있다.

실제 아직 이 문제가 법정에 올라가진 않았으나 법논리상으로만 따지면 노조의 주장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와관련 서울고법은 지난 92년 한국방송공사에대해 문화공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았더라도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한 보슈규정의 불이익변경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노조가 강하게 반대하지 않는 경우 정부지침을 따르는 사업장이 생겨나면서 현실론엔 별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데서 특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명예퇴직제는 사측의 고유권한인 것 아니냐”, “명예퇴직제도 근로조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가” 등의 제기에 명확히 답변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 조폐공사노조, 대전지방노동청에 고소장

…정부 보완책 필요할 듯

여하튼 명퇴금 문제는 현재 대부분 공기업에서 잠재적 갈등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노조는 이미 지난 8월11일 기존 명예퇴직제도가 있음에도 불구, 사측이 정부지침을 이유로 신청자에 대해 일반퇴직을 강요했다며 단협위반으로 대전지방노동청에 고소장을 냈다.

회사쪽이 곤란한 지경에 처한 경우도 있다. 한국전력기술의 경우 지침대로 하면 희망퇴직금이 6개월치밖에 안되다보니 인원감축을 유도하기 힘들다며 현실적 수준으로 보상조치할 것을 기획예산위에 요청한 바 있다. 특히희망퇴직금의 경우 조합원들이 다수 포함돼 마찰도 크고 여러 가지 편법을 낳기도 한다. 공공기관인 S사의 경우 최근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는데 희망퇴직 6개월치에다 직원들이 급여반납을 통해 위로금을 보존키로 했고 이는 타

사업장에도 확산될 전망이다.

기획예산위의 지침에 이어 최근 정부는 공공부문 퇴직금 특별법 제정을 통해 보다 본격적인 삭감방안에 골몰하고 있는데, 이같은 현장의 목소리에 감안, 보다 신중한 제도적 고민이 필요한 때다.

[저 자] 황보연 기자

[출 처] 매일노동뉴스

[발 행 일] 1998.11.18

[발 행 처] 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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