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영석밴드에게 부치는 노래 - 태초에 분노가 있었다

[맑스코뮤날레](기고) - 제3회 맑스코뮤날레의 기쁨을 공유하며

태초에 외침이 있었다
태초에 비명이 있었고 분노가 있었다
"50시간 60시간 70시간 80시간 뺑이치는" 노동자 가슴엔 분노가
빨간 토마토처럼 알알이 박혀 있었다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할 줄 아냐” 불끈불끈 외치는
비명이, 외침같은 비명이, 외침같은 분노가
땅거미처럼 내 삶의 시간을 잠식해 들어와 버린 임노동
임노동의 안방이 되어 버린 내 마음의 공간 속에
분노가 있었다
노동을, 정규직, 비정규직, 중규직으로 처절하게 갈라놓는 자본에 대해
분노가 있었고
그 분노는 연영석의 밴드 소리에 빨갛게 숨어들었다
밴드 소리와 나의 뇌가 마주치는 순간, 밴드 소리가 내 신체를 건드리는 순간
내 삶에 그림자 드리운 먹구름 하늘 떠다니듯
“korean dream"에 배반당한
분노의 방울들이 내 신체 안을 허겁지접 떠다니다가
분노의 분자들로 변하기 시작했다


태초에 분노가 있었다
내 삶을 결정하고 나의 운명의 방향타를 휘어잡은 자본과 국가의 폭력 앞에,
내 운명을 거머쥐고 내 창조의 시간, 내 사유의 시간마저 거머쥐고
내 운명과, 내 창조의 시간, 내 사유의 시간을 7월의 햇살 아래 녹이며
내 발과 내 머리를 갈라놓으며
시간으로 잴 수 없는 나의 정서까지도 상품으로 만들어 강탈해가는 자본의 폭력 앞에,
분노가 있었다
자본과 국가를 가로지르며 자본을 한계로 몰아가고 국가를 벼랑으로 몰아가는
분노가, 태초부터 있었다, 7월의 먹구름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아파트가 사유화되고 토지가 사유화 되어가며
영어가 초월신으로 우리를 굽어보는 이 시대
영어가 국가화 되어 우리의 사유를 짓밟는 시대
돈 없고 권력 없고 백 없고 강철대오의 힘이 없는
나 - 노동자의 가슴 속에 분노의 장미가 만개해 있다
밤거리 공장 불빛 밑에서 신체를 탈진해가고
길거리 노동자 파업 투쟁 뜨거운 태양 아래 온 몸을 달구어가는
내 머리 위로 분노의 번개가 번득인다


분노의 강화, 분노의 조직, 분노의 질서화
사유는 번개처럼 국가와 자본의 폭력 심장부를 겨누고
다시, 분노의 강화, 분노의 조직
분노들의 접속, 분노들의 네트워크
우리들에게 썩은 물 강요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우리들에게 미국 산 미친 소고기 마구 먹여 처참하게 죽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
국가와 자본이, 국가와 초국적자본이 접속의 강화, 접속의 조직을 통해
내 삶을, 빈민들의 삶을, 노동자의 삶을 비틀고 뒤틀리게 하는 이 순간
나의 정신을 나사로 죄며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게 하는 강제의 시간
경제적인 전체주의의 시대, 21세기에
나는, 노동자는 제국 안으로 미친 듯 빨려 들어가고 있다
멈추게 하라! 분노여
멈춰 서게 하라, 분노의 노랫소리, 분노하는 노동이여, 노래 - 노동이여


태초에 분노가 있었다
맑스주의의 본질은 분노 아니던가
56억짜리 아파트가 존재하는 세상 옆에서
나를 구더기처럼 살게 만드는 또 다른 세상에서
느끼는 것은 분노
조직할 것은 분노


노동권이 저 깊은 땅 속에 몸을 눕힌 세상이지만
시시각각으로 접속하는 노동자 - 당신의 탈진한 눈동자에서
분노는 7월의 햇살을 녹이고 있었다


태초에
태초부터
분노는 살아 움직여왔다

  맑스코뮤날레 문화행사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영석밴드
덧붙이는 말

이득재 님은 대구카톨릭대 교수로, 본 지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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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영석 , 맑스코뮤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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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직 노동자

    그런데 왜 분노를 멈춰야 하나요?
    이제는 노동자의 분노도 관리의 대상이 되나요?
    흠~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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