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통령후보다. 오늘이 유세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바로 대통령투표가 있는 날. 그래서 오늘도 1분 1초도 아까울만큼 바쁘게 움직였다. 아침 유세를 하기위해 시장으로 갔더니 이미 그곳엔 다른 후보가 유세를 하고 있었다. '이런 한 발 늦었네'. 잠시 그 후보가 하는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여러분, 한반도 대운하 건설 제가 해냅니다". 순간 놀랐다. 어떻게 저런 공약을 내세울 수가. 너무나도 훌륭한 공약이 아닌가. 난 왜 그 생각을 못했지하는 자책이 앞선다. 더 대단한 공약을 만들어야 하는데하며 머리를 굴리다가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다. 그리고 단상에 서서 이야기를 한다 "여러분,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어 각 가구당 한 대씩 무상 배포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래, 내 공약을 따라올 수 없지'라고 생각하며 우쭐한 모습으로 다음 유세장소로 움직였다.
그곳에도 벌써 어떻게 알았는지 다른 후보가 먼저 와서 유세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런, 오늘은 되는 일이 없군'이라고 생각하며 그 후보 앞에다 차를 세우고 유세준비를 했다. 앞에서는 '2020년 부산평양공동올림픽 유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공약이라면 익히 들어 알고 있어서 난 당황하지 않고 연설을 시작했다. "여러분, 저는 임기동안 남북통일 반드시 하고 한 달간의 국기기념일을 만들어 유급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는 되야지'
어떤 후보는 반듯한 대한민국을 만든다고 한다. 그만큼 얼굴도 반듯하게 생겼다. 여기 저기 날이 선 듯해 보인다. 그런데 좀 신기하다. 이제 반듯하다는 말은 유행지난지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니 말이다. 요즘은 옷들도 구김있는 옷이 유행이고 가격도 더 비싼데 말이다. 주름1개 있는 것이 몇 백만원이나 비싸진다는 강아지도 있지 아니한가. 난 시대의 흐름을 따라 제 멋대로 구겨진 그래서 반듯하지 않은 곳을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내세웠다. 아무리 봐도 내가 한 이야기를 아무도 따라올 수 없을만큼 훌륭하다. '이 정도는 돼야 자신감을 갖는 거지'.
이후 여러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내가 떨어지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내어놓은 공약들을 다시 훑어보며 마음을 놓는다. 군대폐지, 실업률0%-완전고용, 카드빚100%탕감, 농가부채 해소, 비정규직철폐. '그래 대통령감은 나밖에 없어'. 어떤 공약들을 보더라도 내가 내놓은 공약만한 것은 없다고 자부하면서 내일 있을 투표하는 날을 기다린다. '이제 곧 나는 푸른 기와집에서 호의호식하며 사는 거야'. 대통령만 되면 정년도 걱정없다고. 연금도 지급 당시의 대통령 보수 년액의 100분의 95를 받으니 먹고 살 일도 걱정없고, 교통·통신 및 사무실의 제공 등의 지원에 경호까지. 그뿐인가. 소득세도 내지 않아도 되고, 건강보험료도 적게 내는데... 이제 나도 전재산 29만 원밖에 없다고 큰 소리 치며 살 수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에 꼭 당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현재의 나를 돌아본다.
"88만원 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