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고맙습니다
그런데 의문은 지울 수 없습니다. 왜 잡아가지요? 법으로 정한 노사협상을 하다가 협상의 진전이 없어 법으로 정한 쟁의절차를 걸쳐 파업에 들어갔는데, 공권력이 나선 까닭은 왜일까요?
경찰은 경제적 손실과 인명피해가 우려되어 신속하게 진압을 했다고 하더군요. 언제부터 경찰이 사기업의 경제적 손실을 막는데 앞장섰나요?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이 세금을 낸 건가요.
인명피해를 내세웠는데, 그렇다면 실제 십 수 명을 차로 살상하고 뺑소니를 친 회사가 고용한 용역직원은 자수할 때까지 검거도 하지 않고, 구속조차 시키지 않은 채 풀어줬나요. 실제 인명피해를 일으키고, 이를 사주한 이들을 먼저 일벌백계해야 하지 않나요?
두고 보겠습니다. 부부싸움 하다가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는 남편이나 아내가 있으면 공권력을 투입해 문을 걸어 잠근 이를 연행하는지를.
가만 살펴보니 7천만 원 연봉을 받는 노동자의 파업이 문제라는 거 같습니다. 노동자, 특히 생산직노동자가 7천만 원을 받는 것에 대해 보수언론을 비롯한 경총, 정부의 장관까지 무척 열을 받아 열변을 토했더군요.
7천만 원 연봉, 무슨 죄로 처벌할까?
그런데 그 7천만 원 도둑질해서 가져갔나요? 재벌들처럼 불법 상속받은 주식으로 수천억에 가까운 부당 이익으로 꿀꺽한 건가요? 유성기업 노동자가 하는 일없이 기업이나 저축은행에 사외이사로 앉아서 ‘뒷일’ 챙겨주며 챙겨간 연봉인가요?
7천만 원 비난하신 분들? 당신의 자녀 큰 기업에 취직하여 남들보다 많은 연봉받기를 바라지요. 비난하신 언론들? 신문에 시도 때도 없이 억대 연봉 받는 이들 찬양하시는 글과 어찌하면 억대 연봉되는가, 비법 소개하시지요. 그런데 왜, 생산직은 7천만 원 받으면 안 됩니까? 당신들의 말대로 이들의 노동이 멈추자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초래할 정도로 휘청거리는 위대한 일을 한 사람인데요.
그것도 평생의 반은 야간에 일을 하며 땀을 흘린 사람인데. 주식이나 부동산 투기로 번 돈도 아닌데 왜 시기를 하시나요. 생산직 노동자는 최저임금이나 최저임금 더하기 10원만 받아야 된다는 법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죄인취급 당연합니다.
7천만 원 연봉 받았다니까, 실 수령액 140만 원짜리 급여명세서 내놓는 진보언론이나 노동운동가들도 한심할 뿐입니다. 이들의 흘린 땀의 가치를 보도할 생각보다는 7천만 원 4천만 원 논쟁하는 거, 혹 당신들도 생산직 노동자가 7천만 원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대한민국 경제 위기가 언제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 때문에 온 적 있습니까? 노동자 임금이 상승될 때, 한국경제는 호황이었습니다. 자동차, 많이 팔렸습니다. 2008년 위기, 노동자 임금 때문이었습니까? 금융자본의 투기 때문 아닙니까? 투기자본에 휘둘려 기업들 휘청거리고, 자동차 판매 부진했던 거 아닙니까? 노동자의 임금이 재벌이 챙겨갈 이윤을 줄였을지는 모르지만 자동차 팔리지 않는 경제위기 만든 적은 없습니다.
임금상승이 경제위기 몰고 왔나?
하지만 정작 문제는 기업이나 권력에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자본의 이익에 충실하고, 그 이익에 빌붙어 권력을 유지하는데, 이들은 당연한 충성하리라 여겨집니다.
문제는 내부에 있지 않나 여겨집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소속입니다. 금속노조 산별노조 맞죠?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단체협상의 체결권은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님께 있는 거 아닙니까? 올해 금속노조 핵심 요구안 가운데 지금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말한 ‘주간 2교대제’ 있는 것도 맞죠? 그렇다면 금속노조의 방침에 가장 충실하게 앞장선 유성기업 노동자는 금속노조 위원장이 목숨을 뺀 모든 걸 걸고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게 규약을 떠난 도리가 아닙니까?
물론 압니다. 금속노조와 박 위원장의 진실성. 공권력이 공장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해결책을 만들고자 열심히 뛴 노력. 이제 집회를 하겠지요. 조퇴나 휴가를 사용하는 파업이나 금속노조 집중 집회도 하겠지요. 성명도 낼 것이고, 법적 대응도 할 것이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도 밝히겠지요. 진심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진심보다 중요한 게 필요한 때입니다. 진심은 없어도 ‘쇼’라도 할 때입니다. 산별노조의 책임자로서 유성기업 노동자와 함께 정문 앞에 드러누워 잡혀가는 쇼를 할 때입니다. 진심으로 잡혀가고 쉽지 않더라도 앞장서 잡혀가는. 그래야 ‘진심어린 말로 가득찬 총파업’이 아닌 절박한 해결책이 생길 겁니다.
진실된 말보다 거짓된 행동이라도 실천이 필요하다!
도망가지 마세요. 이제는 진심의 말이 아닌 거짓된 행동이라도 실천이 필요할 때입니다. 장시간 노동에 얽매여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대한민국 노동풍토 이제 바꿔야 할 때입니다. 구미 KEC 노동자 투쟁 때처럼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면, 쪼개진 몇 명이라도 챙겨 금속노조 이름만이라도 지키겠다고 연연한다면, 산별 노조 필요 없는 거 아닙니까? 아예 기업노조라 돌아가서 금속노조 가입 때문에 챙기지 못하는 권리라도 챙기며 사는 게,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 아닙니까.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 하기가 힘든 나라, 법으로 보장된 파업마저 지탄이 대상이 된 나라, 이 나라에 법이 세워지고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받기 위해서는 꽥 소리라도, 제대로 된 소리를 내야할 때입니다. 이번 유성기업 공권력 투입의 문제는 한 사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노동조합 생존의 기로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