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월요일 날 배속에 6개월 된 아기랑 저를 위해 갔다 오겠다며 나갔는데 돌아오질 않아요. 자기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제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너무 답답해요. 언론은 며칠 보도하다 말거나, 사측 편만 들고... 그래서 여자들도 나서서 이번 일을 돕고 싶어서 나왔어요. 그 사람을 믿고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저희가 하는 일이 정당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예요.”
공장 점거투쟁 중인 조합원의 아내 이나리(가명) 씨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나리 씨 이외에도 한 곳에 모인 조합원 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걱정들을 얘기하며 서로 공감하기도 했다. 같은 절박함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모여든 20여 명의 가족들은 18일, 가족대책위(가대위)를 꾸렸다.
가대위의 구성은 비정규직지회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 발단이 됐다. 16일 사이트에 게재된 ‘낮 12시 정문 앞에 비정규직 가족 모입시다’라는 글은 17일 세 명의 가족을 모이도록 했고, 이들을 시작으로 20여 명의 가족들이 모여 가대위가 만들어졌다.
가대위 첫 번째 모임에 참석한 윤성은(가명)씨는 “힘이 돼 주고 싶어 나왔으며, 가대위에서 결정된 내용에 최대한 방향을 맞춰갈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4공장 조합원의 아내 강지연(가명) 씨는 “남편은 잘 지낸다고 말하지만 인터넷에 뜨는 사진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진작부터 나오고 싶었는데, 앞으로라도 힘이 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3공장 조합원의 아내 진재연(가명)씨는 “신랑이 맞아서 다쳤지만, 나한테 아프다는 소리조차 못하고 있다. 우리 열심히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4공장 조합원의 모친인 김수정(가명)씨 역시 자리에 참석해 “같이 용기를 내자”며 힘을 북돋았다.
자발적으로 모여든 만큼, 가대위에서의 역할과 계획은 일사천리로 논의됐다. 가대위의 대표는 2공장 조합원의 아내인 최은미 씨가 맡았다. 은미 씨는 지난 16일 지회 싸이트에 글을 올린 당사자로, 17일 모였던 3명의 가족 중 한 명이다. 역시나 두 아이를 데리고 온 은미씨는 “저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오직 신랑을 도와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여러분이 도와주시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라고 말했다.
부대표와 총무, 선전담당의 역할도 정해졌다. 각자의 역할이 정해진 가대위 구성원들은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논의했으며 유모차 부대 결성부터 천막 농성까지 다양한 얘기가 오고갔다.
우선 첫 모임인 만큼 매일 저녁 6시 가대위 회의를 진행하고, 7시에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가족대책위의 이름을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가대위간의 소통 공간인 인터넷 카페도 개설하고, 후원금 모금에 필요한 계좌도 개설하기로 했다. 이 밖의 가대위 차원의 독자적 움직임과 계획에 대해서는 이후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조이영자 민주노총 울산본부 총무국장은 “과연 홈페이지만 보고 몇 분이나 올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많은 가족들이 모였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함께 붙어 다니며 가대위차원의 독자적인 활동들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울산노동뉴스=참세상 합동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