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4대강사업대응하천환경공동조사단(4대강 공동조사단, 단장 김정욱 전 서울대 교수)이 확인한 결과,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이포댐에서 4월 말부터 10여 일간 내린 60~90mm가량의 비에 댐과 연결되는 문화광장과 어도가 유실되고 주변 제방이 붕괴됐다. 이 때문에 이 곳에서는 흙탕물이 계속 흘러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4월 8일, 유실 전 문화광장 조성공사 현장 [출처: 녹색연합] |
▲ 지난 5월 13일, 문화광장과 어도가 유실된 모습 [출처: 녹색연합] |
남한강 지천 곳곳에서도 하상보호공이 유실됐다. 4대강 공동조사단은 여주군 점동면 도리이 청미천과 원주시 부론면 홍호리 섬강의 남한강 합수지점에서는 강바닥 유실 방지를 위해 설치한 돌 바구니 형태의 하상보호공이 비에 유실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청미천에서는 대규모 준설한 지역에 모래가 다시 쌓였다.
4대강 공동조사단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16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발표하고 남한강의 이러한 ‘이상 현상’들이 “과도한 강바닥 굴착으로 의해 발생한 역행침식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본류 강바닥을 깊게 파 본류와 지류 접합부의 낙차가 커지면서 빨라진 유속이 강바닥 침식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위에 얹어진 제방이나 하상보호공 등의 구조물 붕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항진 여주환경연합 집행위원장은 “역행침식으로 유속이 2배 빨라지면 물의 파괴력인 소류력은 5배 정도 커지는데 그러면 강바닥에 시멘트를 발라놔도 유실을 막을 수 없다”며 “여주 지천의 15개 하상보호공도 현재 다 무너져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붕괴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이포보 붕괴 사실이 알려진 이후 현장간부들은 ‘어도를 만들려고 일부러 무너뜨린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공사 현장에 나가보면 이들은 폐콘테이너를 명박산성처럼 깔아놓으면서까지 유실을 방어하려 했고, 그랬는데도 다 떠내려간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당장 나와 대자연 앞에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이 정권의 끝을 자연이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 남한강 지류 중 하나인 한천. 이번 비로 제방이 가장 심각하게 무너진 곳이다. 준설이 거의 끝난 이 시점부터는 모든 지천에서 이러한 피해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녹색연합] |
▲ 남한강 지류인 청미천. 지난 4월 초 공동조사단이 청미천을 방문했을 당시 하상유지공이 반 정도 완성된 상태였으나 이번에 방문했을 때 하상유지공은 다 무너지고 그 앞에 모래톱이 생겨났다. 모래톱은 원래 있었던 것으로 준설로 사라졌었다. [출처: 녹색연합] |
4대강 공동조사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보와 제방은 쌓으면 쌓을수록 무너지게 돼 있고 모래는 파낼수록 쌓이게 되는 것이 4대강 공사의 현주소”라며 “이 공사는 절대 완공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어 “이제 우리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더 큰 재앙에 직면해 있다”며 “지금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복원하는 절차로 들어가 재앙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4대강 사업 준설로 인한 본류 침식 현상을 조사중인 4대강 공동조사단은 12일부터 14일까지 남한강 지천을 조사한 데 이어 18일부터 21일 낙동강 지천, 25일부터 28일까지 영산강과 금강 지천을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