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4시10분 경북 칠곡군 약목면 관호리에 있는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중 약목 방면 8번 교각이 무너지면서 상판 한 개와 다리 위쪽 철구조물(트러스트)이 함께 붕괴됐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일제히 4대강 공사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강바닥을 깊게 파면서 교각이 부실해졌다는 것.
▲ 붕괴 전 왜관철교 모습 [출처: 녹색연합] |
▲ 25일 붕괴된 왜관철교 모습 [출처: 대구경북녹색연합] |
왜관철교 붕괴..."4대강 공사 탓"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왜관철교 붕괴 원인에 대해 “설계도면에 따르면 왜관철교 지점에서 강바닥을 약 4미터 정도 깊이로 준설을 했다”며 “그래서 이번 장맛비에 교량 밑바닥에 있는 모래가 세굴 되고, 교각이 기울어지면서 결국 상반이 주저앉았다”고 설명했다.
왜관철교가 노후화되어서 무너졌다는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2002년도 태풍 ‘루사’, 2003년도 태풍 ‘매미’가 전국토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때도 왜관철도는 버텼다”며 “이번 비는 말 그대로 일상적인 장맛비 정도 수준인데 그렇게(노후화가 원인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다리는 4대강 사업 직전 실시한 교량 안전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다.
상주보 제방도 깎여나가
경북 상주시 4대강 사업 33공구의 상주보 제방도 300m 정도가 강물에 깎여나갔다. 지난달 초 내린 비로 이미 100m 이상이 유실됐던 상주보 제방은 이번 비로 다시 경사면이 가파르게 깎여나갔고 제방 위 도로 일부도 무너져 내렸다.
▲ 지난 4월 상주보 모습 [출처: 녹색연합] |
▲ 이번 장맛비로 붕괴된 상주보 [출처: 녹색연합] |
환경단체들은 “기존 제방이 무너진 것은 추가 시공한 구조물이 무너진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성만 녹색연합 활동가는 “상주보 하류부분 제방은 지난 4월, 조경공사까지 끝난 상태로 거의 완공에 가까웠는데 이번 내린 비로 새로 보강한 부분은 물론 기존의 제방부분까지 무너뜨려버렸다”며 “새로 건설한 제방은 아직 안정화가 되지 않아서 쉽게 무너질 수도 있지만 과거에 만든 제방은 수십 년을 거치며 굉장히 안정화 된 상태인 만큼 그런 제방이 무너진 것은 강물의 영향이 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창근 교수는 상주보의 설계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상주보 가동보의 수문을 하천의 좌측 쪽으로 기울여서 설치를 하다 보니 상주보 수문을 열면서 물살이 빨라졌고, 빠른 물살이 기존에 있던 제방 밑둥을 쳐 제방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메아리가 서해안으로 빠지지 않고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비가 내렸다면 그쪽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상주에는 지난 24일 하루 144.9mm의 비가 내렸지만, 22~26일 사이에는 하루 강수량이 15.7~53.8mm에 불과했다.
4대강 사업 금강 구간 곳곳도 무너져내렸다. 25일 낮 12시30분 충남 공주시 쌍신동 금강 가로수길 옆 콘크리트 수로구조물 가운데 15m가 붕괴됐다. 수로 바닥을 준설해 쌓아 올린 흙이 급류에 유실되면서 흙 사면을 싸고 있던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갔다. 또 하상보호공을 설치해 물길을 직선화한 공주 월송천 합수부, 공주 산림박물관 앞 왼쪽 사면, 공주 대교천 다리교각 하상보호공 등도 무너지거나 일부 피해를 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장맛비였음에도 피해가 상당했던 만큼 본격적으로 ‘호우기’가 시작되는 7월부터는 대부분의 보 시설물이 이와 같이 무너질 것이며 인명피해를 포함한 더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는 수위가 내려가는 대로 4대강 주요 시설물에 대한 특별 점검에 들어가겠다고 26일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집중호우와 태풍 메아리로 인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 교량 등을 점검하고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취약 부분을 면밀히 조사ㆍ분석해 그 결과에 따라 보강작업을 실시해 추후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설물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