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눈물의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직 조건부 사퇴를 내걸었으며, 각계각층의 시민사회 인사들은 ‘나쁜 투표 거부’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나섰다. 23일 서울시내의 각 지하철 역에서는 ‘나쁜투표 거부’ 1인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투표장에 나가지 말아주십시오”...대국민 호소문 발표
‘부자아이 가난한아이 편가르는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시민운동본부)’는 23일 오전 11시, 서울시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시민들에게 주민투표를 거부할 것을 호소했다.
배옥병 대표는 “선별적 무상급식이 부자아이와 가난한아이를 갈라놓고, 아이들이 평생을 열등감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서울시민들께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특히 지난 2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눈물을 보이며 시장직 사퇴를 내건 것과 관련해서도 시장의 본분을 저버린 정치쇼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이 시장직을 거는 바람에 정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투표장에 가지 않는 길만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시민운동본부 역시 “오 시장은 이번 투표를 위해 대선에 불출마 하겠다,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며 서울시민을 상대로 협박을 일삼고 시민들의 분열을 조장하고 정치쇼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결국 순수한 주민투표를 타락한 정치투표로 변질시키며 주민투효의 역사에 심각한 오점을 남겼으며,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주민투표라 해도 전혀 지나침이 없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이날 시민운동본부는 ‘아이들 밥그릇을 빼앗고, 아이들 보기에도 참 부끄러운 나쁜 투표장에 나가지 말아주십시오’라는 대 시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밥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친환경 무상급식을 지키기 위해 이 나쁜 투표를 거부해 달라”며 “자신의 정치적인 욕심을 위해 아이들의 밥상을 위협하는 못된 오세훈 시장을 서울시민들께서 투표장에 가지 않으시는 것으로 꼭 심판해 주시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관제투표”
서울시, 종교, 기업, 언론까지 ‘주민투표’ 홍보에 뛰어들어
이번 주민투표는 사실상 발의 초기부터 위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80만여명의 주민투표 청구인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서명부의 변형, 주민등록 및 명의가 도용되는 등의 불법 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열렸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기자회견 또한 문제가 됐다. 오 시장이 기자회견 과정에서 주민투표 문안(1)의 내용을 홍보, 지지했고 문안(2)의 내용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하해 기자회견이 불법투표운동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일부 종교단체나 기업의 노골적인 투표개입과 불법 행위도 이뤄지고 있다. 선관위마저 “최근 일부 교회 등 종교지도자들이 설교기간 등을 이용해 주민투표에 관한 편향된 발언을 하는 등 종교적인 특수 관계를 이용해 주민투표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귀뚜라미 보일러 회사 등 일부 기업들의 투표개입 역시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불법 선거 의혹에도, 일부 언론에서 주민투표 홍보에 발벗고 나서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방송 3사의 주민투표 관련 보도 모니터링 리포트를 발표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오세훈의 ‘시장 사퇴’ 발표에 방송 3사 모두 무비판적인 보도를 내보냈으며, 일제히 ‘오세훈의 눈물’을 적극 부각했다. 특히 KBS의 경우, 오 시장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판 조차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6.2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 보도를 홀대했던 방송 3사가, 주민투표와 오세훈 시장의 사퇴, 이명박 부재자 투표 참여 등은 기획기사처럼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며 “이 같은 주민투표에 대한 적극적인 보도는 사실상 투표 지원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