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두 번의 선거와 한국사회
사회 : 선거 얘기를 해봤으면 한다. 2012년 두 차례 선거가 어떤 식으로든 한국 사회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 같은데?
선지현 : 소위 말하는 통합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통합이라는 화두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뭘까 보면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대립과 갈등이 사회를 관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 측면에서 통합이라는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그러다보니 2008년 이후 계속되는 투쟁들의 결과가 온건적인 정치로 수렴되어 통합으로 드러나지 않나 생각한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은 사실 강령 면에서는 별로 차별성이 없다. 당면한 정치 목표에서도 별로 차별성이 없다. 그러니까 민주통합당이 정권 교체를 이유로 통합진보당에 야권의 대통합을 제안하는 거다.
이 담론은 노동운동 안에서는 엄청난 재편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소위 노동 운동안의 일정한 우파 그룹들은 한국노총, 민주노총의 통합을 계속 이야기해왔다. 과거에는 지금까지의 정치운동이 노동운동이나 대중운동에 기반해서 정치의 변화를 추동했다면 지금은 정치운동의 변화가 대중 운동을 재편하는 상황으로 까지 온다는 것에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있는 것을 어떻게 조직하고, 재조명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 김규항 |
앞으로 1년은 어차피 보수와 자유주의의 선거판이 쓰나미처럼 사회를 덮을 것이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떤 정치 활동과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좌파 독자후보를 내든, 진보정당연석회의 같은 것이 뜨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야 하지만 앞으로 1년이 쓰나미를 맞는 기간이라는 점에 대해선 분명히 전제하고 가는 게 현명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우리를 정비하고 장기적인 활동을 준비하는 1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여유로운 태도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서영표 : 처음 문제로 다시 돌아가는데, 지난 학기 정치사회학을 강의했었다. 수업시간에 선거 내지는 박원순을 이야기하면서 중요한 건 (투표 같은) 그런 게 아니다 라는 말을 했다. 수업이 끝나고 남학생 한명이 찾아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지금 불만이 굉장히 눌려있다. 뭔가를 하고 싶다.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투표 밖에 없다”라고 하더라. 이게 뭘 말 하는 건가? 억누를 수 없는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투표 밖에 없다는 말이 좌파들에게 시사하는 봐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꺼리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존재감조차 주지 못한다는 것이 아픈 비수로 꽂히더라.
배성인 : 저도 수업 중에 여기 중에 사회주의자거나 사회주의에 관심 있는 사람 손들어보라니까 12명이 손들었다. 그 중에서 박원순을 찍은 사람이 많았다. 역시 당장 할 수 있는 게 그거 밖에 없다는 거다.
김규항 : 그래서 정치라는 것에 대해서, 정치가 무엇이냐는 것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 트위터에서 김여진과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고민 끝에 투표를 거부하는 것 또한 적극적인 정치 행동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라고 했더니 김여진씨가 불만을 표시했고 내가 다시 ‘하나의 대오를 강요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들은 투표와 선거가 소중한 권리라고 세상이 변화하길 바란다면 투표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초등학생도 아는 원론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투표와 선거가 대다수 노동자 서민의 삶을 반영하지 않는 정치놀음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할 수 있다. 위축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제도정치가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전제하는 것 자체가 사기 아닌가. 한국역사를 보면 해방 이후 주요한 정치적 변화 중에 제도 정치 안에서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 419, 민주화, 87년 노동자 대투쟁, 촛불까지 제도정치에서 해결이 안되니가 대중들이 길거리로 나가서 해결해왔다. 그런데 이 진보적 에너지가 선거라는 쓰나미로 쓸려가버린다. 최악을 막아야 된다, 비판적 지지, 현실적 진보, 이런 선동으로 대중들의 진보적 에너지가 대중들을 거리로 나가게 만든 제도정치로 헌납되어 버린다. 정치라는 것이 단지 대통령이 누가 되나, 어느 당이 집권하는가의 문제라는 건 적어도 한국에선 완전한 사기다. 이 사기극을 빠져나가는 게 우리의 숙제다.
한형식 : 한국 진보운동도 마찬가지로 정치우위가 지나친 상황이다. 이해할 수 없는 합종연횡이 횡행하는 건, 정치우위적인 현재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아무리 좌파정치라 하더라도 선거 정치의 영향력 아래에서 결국은 움직이는 일이 벌어지지 않나. 결국은 제도 내에서의 의회정치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노동자 정치에까지 4년에 한 번 씩 긍정적이든 파괴적이든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특히, 정치우위에서 그 정치의 형태가 의회정치라는 것으로 획일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공천 구조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고 본다. 그래서 이쪽에서 내세우는 직접민주주의 성격의 강화라든지 이런 여러 가지 제안을 하면 상당히 급진적인 제안으로 내세우는 것들도 최종적인 정책적인 대안에서는 비례대표 강화라는 방향으로 귀결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좌파운동의 다른 근거지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상민주화의 시대, 좌파운동의 과제
▲ 김혜진 |
한형식 : 그 문제에 대해서는 좌파진영에서 경제학적 접근을 터부시한 영향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 15년간, 경제학적 접근을 하면 상당히 낡은 것이라거나 스탈린주의 심지어 경제결정론으로 싸잡아서 매도하는 경향이 좌파 내부에도 있었다.
일반인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보에 대한 그림이 뭐냐고 물으면, 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주류와 우파가 하는 거고, 진보좌파는 항상 문화, 윤리의 이야기를 하는 걸로 인식한다. 이 구도가 굉장히 강력하다. 거대한 자유주의 물결이 가능했던 것도 이런 것과 관련이 있다. 왜 자유주의자들이 진보의 탈을 쓸 수 있었나를 보면, 문화적인 이데올로기 담론을 선점했기 때문에 이게 좌파진보의 전부인 것처럼 선점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경제이야기는 주류들이 하는 이야기, 그리고 거기에 대해 비판하는 거는 아예 탈경제 비경제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하는 사람들이 좌파진보 제도 바깥에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대중적으로 일반화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진보진영 스스로가 거기에 종속되고 그래서 경제학적 접근을 폐기하고 문화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접근만이 신자유주의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틈이라고 선전하는데. 지난 15년 10년 동안의 좌파 진영의 내부에 널리 퍼져있던 풍조다. 이 과정에서 속에서 좌파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사라졌다.
▲ 배성인 |
선지현 : 경제문제를 이론적 접근만이 아니라 노동자 대중이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중의 행동들을 만들어내고 조직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2008년 이후에 나타나는 노동운동에서는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하는 과정이나 투쟁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자신들의 개별 자본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는 인식과 정권이나 시기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해 빠르게 성장한다. 하지만 정작 투쟁은 과거에 비해 빠르게 무너진다.
이 과정에서 급진적인 요구를 가지고 좌파단위들이 모든 것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왔었던 자본에 대한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타격하거나 공격할 수 있는 기제들이나 요구들 있다. 그런 문제들로 투쟁을 만들어내야 하고 체계가 완벽하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보는데, 그런 급진화된 요구들을 가지고 조직해가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 좌절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핵심적으로) ‘좌파운동의 지도력 문제’라고 생각한다. 조직 운동의 시스템, 사람, 운동이 표방하는 소위 좌파 운동이 지향하는 지향점 이런 것도, 민주대 반민주 수구대 개혁이라는 프레임을 넘어서려 했지만 여전히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 좌파 운동에 대한 정치적 지도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가 어떤 현상으로 드러나는가 하면, 노동자들이 자유주의로 빨려 들어가는 결과로 나타나, 소위 진보적이고 좌파적인 사고나 의식에 동의하는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정치적 비관주의와 무기력으로 귀결된다. 현장에 비타협적 활동가들이 많은데 활동가들 상당수가 국민참여당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지만 새로운 대안의 정치, 노동자의 정치보다는 무기력과 냉소로 온다. 그런걸 보면 지도력의 위기라는 문제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운동의 습성과 방식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그러다보니까 지금의 상황에서 일정하게 상층 지도부를 중심으로 갔을 때 그것이 바로 위기로 느껴지거나 정치 패배감이나 무기력이 느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다.
김규항 : 현장이 우려된다고 말씀하셨는데, 한편으로는 현장에 대한 개념 규정을 다시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기존의 조직된 노동자, 대공장 남성 정규직 위주로 한 이 질서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자본의 정규와 비정규 분리 지배 전략이 이미 상당히 먹힌 상태고 민주노총의 어정쩡한 행태는 그걸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추이로 보나 현실로 보나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가 현장의 중심이어야 하고 그에 걸맞은 우리의 활동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조직된 노동자는 노동자의 극히 일부이고, 그 안에서 모색을 넘어 노동자 계급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희망버스에서 희망적이었던 건 자신을 시민이라고만 생각하던 사람들이 비로소 자신을 노동자로 인식하는 모습을 발견한 거였다.
시민과 노동자라는 언어의 대결은 대단히 중요하다. 민주화가 되고 노동자라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박원순 이런 분들이 90년대 이후 대형 시민운동을 주도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모조리 시민이라는 허울을 씌워버렸다. 스스로 노동자라는 생각을 안 하니 노동자들의 투쟁이 나하고 관계없는 일이라 연대할 이유가 없고, 설사 관심을 갖더라도 불쌍한 사람을 돕는 불우이웃돕기식이 되지 않았나. 그런 점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특히 고학력 사무직 노동자들에게서 그런 현상이 도드라지고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다.
김혜진 : 비정규직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바인데 최근 몇 년간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노동자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어려워졌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있다. 민주노총이나 비정규직 단위에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전략조직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사업을 하는 이들은 중소영세사업장들에게서 뭔가 변화의 조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절실하게 변화를 바라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직 이들이 그런 변화를 직접적인 자기 실천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지만 그런 갈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갈망이 왜곡되지 않도록 다른 이들에게 활용되지 않도록 하려면, 그리고 그것이 급진적이고 사회적인 투쟁이 되도록 하려면 우리가 그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권리의 주체라는 것’이어야 한다.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의 자신을 인식하게 하면서 그런 변화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가 중심을 잡고 선다면 그런 변화의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 선지현 |
다른 한편에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 시민이라고 호명되는 노동자에 대한 전략적 운동의 고민은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하나의 측면에서 보면 소위 좌파 운동에서 예컨대 노동, 쉽게 조직돼서 흐름을 만드는 운동에 천착하다 보니까, 사회운동 부분에서 사회주의적 담론을 형성할 수는 없었다. 녹색, 여성 그런 지향에 걸맞는 주체 단위는 없는 상황이다. 지역, 부문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주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20세기 사회주의 운동이 아니라면 그것을 뛰어넘는 전략과 경로는 뭐냐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20세기 사회주의로 본다. 20세기 사회주의와 그렇지 않은 사회주의로 구분하는 것도 문제라고 보는데, 어떤 전략이 필요한 건지 의논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있었으면 한다. 선생님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런 전략적 중요성과 단기적으로 부딪히고 있는 문제와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뭐 때문에 집중하고 있냐면 통합진보당으로 가고 있는 진보운동 흐름에 맞서는, 뭔가 저게 진보정당이 아니라면 무너지고 있는 이 진보정치를 어떻게든 모아가지고, 당으로 모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항하는 연대적 흐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보정치라고 하는 건 실종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통합진보당은 민주노총의 상층부나 주요 간부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움직이는 게 있다. 노선적으로 우파냐 아니냐를 떠나서 그렇게 되니까 적어도 민주대오나 선거로 빨려 들어가는 된다. 일정한 흐름의 실천적 지향뿐만 아니라, 이론적 측면에서도 이런 다양한 영역에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한데, 개별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집단적 공동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떤 반론이 들어오냐 하면 “좌파는 분열로 망한다는데 너희 끼리 통합해서 같이 당 만들어라”는 압박으로 들어온다. 통합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큰 전선 안에서 자본주의 가치에 대항하는 넓은 의미에서 진보의 가치는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지금 현재 민주대오나 반MB로 활용되는 거대한 흐름에 작게라도 유의미한 일정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한 상황이지 않나 생각한다. 장기적인 의미에서 앞으로 본격화해야 되고, 13년 이후가 더 두려운 공포인데, 이를 예비할 수 있는 준비를 지금부터 해나가야 한다.
사회 : 2012년은 여러모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상황도 그렇고, 정치적으로도 그렇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활동을 중심적으로 해야 하나?
▲ 서영표 |
그래서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대패할거라 생각하지만 대선은 모르겠다,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복지, 사회적 자본, 책임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국에서도 보수당이 내세우는 담론이 뭐냐 하면 ‘큰 사회’, ‘빅 소사이어티’ 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자신들 당론에 위배되니까 실제로 재정지출을 늘릴 수 없으니까, 지역에, 마을에, 가족에 책임을 지우고 그게 바로 사회적 자본이고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라는 식으로 유포 시키고 있다. 재분배 할 순 없지만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지고 사회적 불안이 커지니까 이걸 어떤 식으로든 봉합해야 하는 이데올로기적인 뭔가가 필요해 진거다. 그게 바로 ‘소설캐피탈(사회적 자본)’로 들어온 거다.
한형식 : 이미 몇 년 전부터 조직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최근에 복지논쟁은 지금은 시들한 편이고,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서 진보를 표방한 자유주의들이 사회적 자본을 집중적으로 유포시키기 시작하지 않았나. 좌파들이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전혀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히 많은 좌파들이 이런 담론에 수렴되고 있다. 연기금 사회주의 보다 더 심각한 이야기다 사회적 자본 담론은 미국에서 주류 중에서도 주류담론인데, 한국에서는 진보적인 담론으로 포장되어 시리즈로 계속 소개 되고 있다.
서영표 : 저는 소위 녹색을 사회주의와 어떻게 결합 시킬까를 고민하고 있다. 녹색의 담론을 빼앗겼는데, 녹색적 비판을 자본주의 시스템 비판으로 어떻게 가져갈 건가를 고민 중이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로컬한 수준에서 지역 정치를 할꺼냐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지만 부빌 언덕이 없다. 아주머니들하고 사회학 세미나 하고 맑스 저작도 읽고 있다.
▲ 한형식 |
좌파의 자유주의로의 전향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지금 다시 경제학적 담론으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은 기본적으로 그 사람들이 트랜드를 먼저 보는거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좌파들이 이런 문제의식에 둔감하고 자유주의자들이 경제 문제가 진짜 중요한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좌파들이 주도권을 선점 당하고 있다. 이 문제를 우리가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김혜진 : 지금까지 주류가 아니었던 운동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번에 학생인권조례 문제를 갖고 서울시청에서 성소수자 분들이 농성을 했다. 그런데 좌파들은 그 농성에 열심히 연대해야 한다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속되어왔던 많은 운동이 어떻게 사회를 변혁하는 운동과 만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운동들이 전체 운동 속에서 어떻게 서로 주고받는 힘으로 형성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주류 운동에서 이야기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운동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면서 나아가고 있는 여러 운동과 함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규항 : 고래가그랬어에서는 부모서명운동을 기반으로 한 교육운동을 준비하고 있는데 교육 상황을 짚어나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급진적인 지향 없이는 교육이 바뀔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이들이 이미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데 이렇게 된 게 이명박 문제가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합작의 문제라는 건 명백한 사실이니까. 교육 부분은 한국에서 신자유주의가 어떤 수준인지를 극명하고 정직하게 드러낸다. 좌파나 노동운동하는 사람들도 제 아이 교육에선 시장주의 경쟁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다. 한국에선 교육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 중 하나가 아니라 최전선의 문제이자 지배체제의 골간이라 말할 수 있다. 가장 반체제적인 사람들까지도 꼼짝못하게 만드는 문제니까. 현재 한국에서 교육문제는 한 사람의 사회적 상태를 가장 정직하게 드러내고, 반대로 말하면 교육문제에서 변화는 사회적 의식의 급진화와 이어진다. 죽어가는 아이들을 구해내야 한다는 숙제와 함께 향후 1년 우리가 맞을 선거 쓰나미를 내실있게 보내는 방법으로 연결해서 생각하고 있다.
선지현 : 2012년 이후를 어떻게 살아갈지를 가지고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세계공황이 더 심화될 것이고, 유럽의 위기가 어떻게 확산 될 것이냐를 봐야 하지 않을까. 특히 한국은 정부가 제출한 2012년 경제정책을 보면 내수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경제적 흐름을 보여주고, 정치적 측면에서는 선거 국면에 진보좌파가 민주대오로 쓸려 들어가는 상황에서 드러날 결과물은 예측하고 있다. 2012년 이후, 급변하는 정세에 맞춰 좌파 운동이 어떻게 갈지를 가지고 2012년의 과제를 정립해야 한다고 본다.
당장 공론화를 할 수 있는 기재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예컨대 쌍용차 노동자들이 희망텐트를 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는 의미도 가지지만, 정리해고자라는 주요하게 관통했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강화하고 발전시킬 거냐 같은 것들을 2012년에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 장시간 쉽지 않은 주제로 이야기 해주시느라 수고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