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은 후보시절, 대선이 끝나면 쌍용차 사태해결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김무성 당시 선거대책본부 총괄본부장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공식석상에서 국정조사 실시를 확약한 바 있다. 그러나 당선 이후 새누리당은 이한구 원내대표를 필두로 국정조사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완강한 반대에 여야는 ‘6인 협의체’구성을 합의했다. 쌍용차 범대위는 “당사자가 빠진 ‘여야 6인 협의체’가 무슨 소용이냐”며 여야 협의체의 해소와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범대위는 “새누리당의 이 같은 몽니에는 박 당선인의 몽니가 작용했을 것”이라며 박 당선인이 애초의 약속을 지켜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쌍용차 사태해결에 대한 실질적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5일 오후, 인수위 앞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쌍용차 문제해결 없이는 출범식은 어림도 없을 것”이라며 출범식 전까지 박 당선인이 쌍용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무기한 끝장 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범대위는 “대선이 끝난 지 두 달이 다 돼가는 시점에 당선인과 인수위는 어떤 입장이라도 밝혀야 한다”며 “하다못해 당선 이후에 마음이 달라졌다는 고백이든, 원내대표의 의견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변명이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쌍용차 노동자들은 집권여당과 다수당의 약속에 바늘구멍같은 희망을 갖고 거리에서 살아가고 있다”면서 “박 당선인의 말처럼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쌍용차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우 지부장은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향해서도 ‘불통정치’를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매일같이 인수위를 찾아오는 노동자들을 바라보면서도 그들을 외면하는 인수위원장”을 지적하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정권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대위와 인수위의 불통은 기자회견장에서도 드러났다.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은 예정시각을 한 시간여 넘긴 후에야 진행됐다. 경찰은 인수위 앞에 경찰병력을 대거 배치해 범대위의 기자회견 물품 반입을 차단했다. 이에 범대위가 항의하자 경찰은 “기자회견은 허용할 수 있지만 범대위는 기자회견을 빙자해 농성을 진행하려 하는 것”이라며 저지 이유를 밝혔다. 경찰이 반입을 저지한 물품은 방송앰프와, 피켓, 현수막 등이다. 일부 기자회견 참가자들도 이십여 분간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후에 기자회견 장소로 들어올 수 있었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경찰의 기자회견 방해에 항의하자 “이런 일 하는 것이 경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기자회견 현수막 반입을 저지하는 경찰 |
▲ 김태연 상황실장과 종로경찰서 경비과장 |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찰의 이같은 행동에 유감”이라며 경찰의 행동을 성토했다. 김태연 쌍용차 범대위 상황실장은 “지금 경찰의 행동이 오히려 농성을 촉발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차라리 기자회견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농성을 진행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사회진보연대 사무처장도 박근혜 당선인의 불통을 힐난했다. “국정조사를 약속했으면서 무급자 복직이라는 카드로 사실을 호도하고 기만하는 태도와 기자회견을 방해하며 소통을 하지 않는 모습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지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가진자들과 입맛에 맞는 이들은 끌어안으며 정작 노동자, 서민들은 외면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국민 대통합”이라는 것이다.
범대위는 기자회견 이후 4시께부터 기도회를 진행한다. 종교계의 기도회 이후에는 촛불문화제와 행진을 예고하고 있어 경찰과의 마찰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