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4월 총선부터 당론으로 제주 해군기지 공사중단과 사업재검토를 추진했다. 지난 8일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사업을 재검토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며칠새 민주통합당의 입장이 돌변했다.
국방위 민주당 간사인 안규백 의원은 13일, “당내에 해군기지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원안에 가깝게 처리하기로 여야 간사 간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캠프의 안보특별위원장인 백군기 의원 역시 “16일 국방위 전체회의 전 민주당 의원끼리 모여 원안에 어떤 조건을 붙일 것인지 결정할 예정”이라며 “민군복합항이라는 원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국토해양부 등 다른 부처의 예산도 투앱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려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의 급작스런 입장선회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산편성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러나 2011년 국회 예결위원회가 “15만톤 크루즈 선 입·출항 및 접·이안 안전성 문제를 제3의 기관을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하라”고 권고한 사항을 해군과 정부가 이행하지 않은 상태여서 예산편성에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강정마을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15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1년 국회 권고사항에 따른 철저한 검증 없이는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게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 보내는 항의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은 새누리당에 보낸 항의서한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새누리당이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야당을 정략적 차원에서 무차별적으로 비난하면서 묻지마식 사업 강행과 예산 배정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항의서한은 민주통합당에도 전달됐다. 이들은 민주통합당의 갈지자 행보를 비판하며 “민주당이 흔들림 없이 2013년도 제주해군기지 예산 2009억 원 전액 삭감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고 이의 관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국대책회의는 2011년 여야 합의를 통해 예산 삭감을 결정한 국회 예결위원들의 명단과 현재 예산안 통과를 추진하는 예결위와 국방위원들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2011년 국회 권고 사항에 대한 정확한 검증과 예산삭감을 촉구했다. 이들은 “2011년 예결위원이었던 현 예결위원 김성태, 김재경, 조원진,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도 검증 없이 예산을 통과할 경우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011년 여야합의의 당사자였던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에게는 “현재 국방위원장으로써 예산삭감 목소리를 종북좌파로 모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