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해군기지찬성 사진전 사진 왜곡 의혹

강정마을에 “종북 폭도”...간담회 제안은 거부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NLL 사수 순국장병 추모 및 제주해군기지 건설 찬성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보수단체인 ‘애국주의연대’가 주최한 이 사진전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적법하며 “강정마을회가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 그리고 불법 폭력시위로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진전의 사진들은 강정마을회를 ‘막장’, ‘진상’, ‘폭도’ 등의 자극적인 단어들로 지칭하고 있다.

강정마을회 측은 애국주의연대의 사진전이 사실과 다른 날조이고 이를 통해 마을회와 해군기지 반대 활동가들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주장한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11일, 애국주의연대에 간담회를 요청하며 “사실과 다른 주장에 대한 진실을 밝히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애국주의연대는 간담회를 거부하며 오히려 “강정마을회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애국주의연대를 관변단체로 폄훼하는 등 명예훼손을 일삼았다”고 주장한다.

[출처: 애국주의연대]

애국주의연대는 27일 오후, 강정마을 농성촌 인근의 서울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국주의연대의 명예를 훼손한 점을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애국주의연대는 이어 “제주해군기지 반대 시위대의 무책임하고 비애국적인 망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강정마을회에 따르면 애국주의연대의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들은 출처를 알 수 없거나 설명이 왜곡됐다. 애국주의연대는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경찰을 위협하는 장면을 전시하며 “시위대가 대낮에 경찰을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정마을회는 “사진을 찍힌 장소도 알 수 없고, 사진에 등장하는 이도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상황도 출처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사진을 제시하며 강정마을회와 해군기지 반대활동가들을 모함한다는 것이다.

애국주의연대의 사진전에는 또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하는 사진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장면은 강정마을 일대를 행진하는 대오를 경찰이 폭행해 경찰의 사과를 받고 마무리한 장면이다. 더구나 이 사진에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얼굴이 여과없이 그대로 공개돼 개인에 대한 초상권 침해가 발생했다.


이밖에도 공사현장 진입을 막기 위해 활동가들이 공사차량을 가로막은 사진에 대해 ‘자해공갈’의 혐의를 덧씌우거나 마을의 들불놀이를 ‘방화’로 포장하는 사진도 전시돼 있다. 강정마을회는 전시된 사진들의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한 간담회를 제안했으나 애국주의연대 측에서는 이를 거부하며 ‘표현의자유 침해’와 ‘강정마을회의 거짓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애국주의연대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의 불법 폭력 시위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고 선동한다면 더 이상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밝혔다. 강정마을회의 간담회 제안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자거나 동영상을 제작해 사실과 다르게 음해하고 증거도 없이 전시된 사진 내용이 조작되었다는 왜곡된 내용을 언론을 통해 주장을 펴고 있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강정마을회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진실여부를 가리기 위한 간담회 제안도 거부하고 애국주의연대에 보낸 서한에 각 사진들을 적시하며 반박한 자료를 보냈는데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증거를 제시하라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강정마을회는 애국주의연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간담회를 통해 진실을 입증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애국주의연대 최용호 대표는 현재 “제주해군기지 반대 강정마을 시위대가 억지와 욕설에 대화 자체가 안되는 수준으로 사진이 조작되었다기에 자세한 설명을 해도 간담회 하잔다. 이런 자들과 무슨 간담회인가? 불법 천막부터 걷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간담회를 거부하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한 발 더 나아가 애국주의연대의 실체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애국주의연대는 강정마을회의 지속적인 접촉시도에도 답을 하지 않았고 마땅한 사무실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마을회는 또 “경찰과 주민들이 대치 중일때 찍은 것으로 보이는 일부 사진은 경찰과 해군 측에서 찍은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구도”임을 지적하며 애국주의연대가 경찰과 해군과도 일정한 연관을 맺고 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했다.

[출처: 둥글이 제공화면 캡쳐]

27일 애국주의연대의 기자회견에는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피켓과 현수막을 들었고 발언과 회견문 낭독, 진행은 모두 애국주의연대의 최용호 대표가 맡았다. 강정마을회 측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기자회견과 참가자들”이라고 말했다.

애국주의연대는 ‘2040 보수우파 시민단체’를 표방하고 있다. 이 단체는 반값등록금 반대, 곽노현 전 교육감 처벌촉구, 촛불시위 반대 등 각종 사안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애국주의연대 최용호 대표는 자유청년연대 대표를 지냈고 2008 베이징올림픽 반대 국민연대 공동대표와 노무현 사법처리 국민연대 집행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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