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신구당권파 할 것 없이 총체적인 부정이 있었다는 1차 진상조사 결과가 검찰수사로 다시 확인되고 있다. 특히 민주진보진영은 검찰이 오옥만, 이영희, 윤갑인재 등 비례후보 출마자들과 이들을 도운 이경훈, 고영삼 씨 등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의 칼끝을 주목하고 있다.
통진당은 일단 자당 소속 당원들의 구속을 두고는 공안탄압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이번 구속자의 상당수가 진보정의당 쪽 인사들과 탈당파 인사들인 점은 내심 반겼다.
통진당 이정희 후보 선대위 김미희 대변인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유독 통합진보당의 경선 문제에만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편파적일 뿐 아니라 명백한 표적수사”라면서도 “이런 무분별하고 편파적인 검찰수사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조직적 부정행위’의 당사자가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김미희 대변인은 “통합진보당 사태의 발단은 7일 구속된 유시민계 오옥만과 영장이 신청된 이영희 두 후보의 비례경선 순위에 대한 문제제기로부터 비롯되었다”며 “오옥만, 이영희 등의 대리인을 진상조사위에 포함시켜 범죄자가 수사관 행세를 하며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나선 격”이라고 설명했다.
총제척인 부정으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를 주장하며 탈당한 인사들이 구속됐기 때문에 두 의원은 부정과 상관없다는 논리다.
김미희 대변인은 “이들의 구속 행렬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며 “정치검찰을 끌어들인 것도 이들이며, 당의 심장인 서버를 넘겨준 것도 이들 자신이다. ‘셀프 제명’에 이은 ‘셀프 구속’의 희극이 재연된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미희 대변인은 이어 “이번에 구속된 7명 중 5명은 이미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사람들”이라며 “통합진보당을 다시 추스르고 진보정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분들은, 경선 부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진보정의당은 구속되거나 영장이 청구된 인사들도 총체적 부정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후보직을 사퇴했기 때문에 통진당의 주장은 설득이 없다는 반응이다.
이지안 진보정의당 부대변인은 오옥만 후보의 구속을 두고 “이미 유시민 전 대표는 ‘비례 후보 한 분 정도만 빼고 각자 할 수 있을 만큼의 부정비리를 다 저질렀다’고 밝힌 바 있다”며 “누가 몇 프로 부정을 저질렀느냐가 이 사태의 핵심이 아니라 진보정당에서 용납할 수없는 총체적 부정비리 사태가 터졌으니 공동의 정치적 책임을 지자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 당권파 쪽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공동책임을 회피하면서 탈당 사태가 벌어졌다”며 “통진당은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뒤늦게 진실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기득권만 지키려한 구당권파의 잘못이 크다”고 반박했다.
통진당이 탈당파 인사들의 구속을 내심 반기는 사이, 광주지법은 9일에도 통진당 전남지역 당원 5명을 추가로 구속해 검찰이 신·구당권파 모두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음을 보여줬다. 일각에선 검찰이 현역 의원인 이석기 의원에게 수사망을 좁히기 위해 사퇴한 비례후보들에게 먼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나경채 진보신당 관악구 의원은 이번 사건을 두고 당 게시판에 “진보정의당 당원이자 통합진보당 전 최고위원이었던 오옥만 씨가 구속되었다”며 “이것으로 통합진보당 사수파든 탈당파든 비례대표 후보 선출과정에서 총체적 부정 부실이 있었다고 하는 최초의 고백이 사실이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진보정치는 조롱거리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통진당 사태 안철수, 문재인 캠프로 불똥
한편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영희 전 후보와 이경훈 현대차 전 지부장이 각각 안철수 캠프와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사실 때문에 야권 대선캠프도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은 9일 논평을 내고 “부정 경선으로 진보당 당원 수십 명이 구속됐으며,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 이석기·김재연 의원과 같은 이들이 국회에 입성하는 계기가 됐다”며 “한때 부정경선의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했던 유시민계 인사들도 검찰에 구속돼 진보당에선 주류든, 비주류든 모두 부정을 저지르고 민주주의를 유린했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이어 “진보당 부정경선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현재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 예비후보 캠프에서 각각 간부급 인사로 활동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며 “진보당 부정경선 세력의 문재인 안철수 후보 캠프 참여는 정체성도, 가치관도 다른 이런 저런 세력이 권력만을 좇아 부나방처럼 몰려드는 ‘헌 정치’의 모습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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