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18일 토요일자 신문 5면에 뜬금없이 3단짜리 정정보도를 실었다. 보통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는 1단으로 구석에 처박는데 이번 정정보도는 내용은 짧지만 제목은 3단 짜리로 눈에 띄게 편집했다.
동아일보는 1년 반이 넘은 2013년 12월 26일자 기사를 정정했지만 이 때문에 동아일보가 입은 피해는 크지 않다. 1심 법원은 노조의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에 노조 승소 판결하면서 배상금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에 불복해 고등법원까지 재판을 끌었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고의영)는 지난달 27일 철도노조가 동아일보 등의 ‘하루 승객 15명인 역에 역무원 17명’ 보도와 관련해 동아일보, 동아닷컴 등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1심을 확정했다.
정정보도가 3단 제목으로 실렸다면 동아일보의 2013년 12월 26일자 원 보도는 어땠을까. 동아일보는 이날 1면 하단에 3단 기사로 철도파업을 비판하면서, 4면과 5면을 모두 털어서 철도노조를 맹비난했다. 동아일보가 이날 하루치 지면에 철도노조를 비난하며 쏟아낸 기사만 무려 6꼭지나 된다. 물론 사설은 뺀 것이다.
제목도 한결같이 자극적이다. 1면 하단엔 <철도노조 파업 키운 2005년 이면합의>란 기사를, 4면 톱엔 <독소조항에 기댄 노조원들, 승진-전보 걱정없이 불법파업>이란 제목을, 4면 아래엔 <노사가 철도고-철도대 한뿌리 / 자회사 설립안 이심전심 반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각각 실었다.
5면 톱에 문제의 기사가 <하루 승객 15명인 역에 역무원 17명>이란 제목으로 등장한다. 그 아래엔 <종교시설 방패로 삼은 철도노조 / 일부신자들 ‘나가라’ 거센 항의>, <시멘트업계 “철도파업 피해액 120억 넘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각각 쏟아냈다.
동아일보가 이날 4면 톱기사 제목으로 ‘불법파업’이라고 했던 철도노조 파업은 법원으로부터 합법으로 인정받았다. 법원은 지난해 연말에 2013년 12월 철도파업을 주도한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파업의 불법성 판단은 법원이 최종 판단한다. 그런데도 한국 검찰과 경찰, 정부는 한국에서 노조 파업 예고 때마다 일단 ‘불법 딱지’를 붙이고 본다. 나중에 법원이 합법 파업이라고 판결해도 행정부는 모른 체한다. 동아일보는 2013년 12월 철도노조 파업의 적법성 여부를 행정부도 아닌 사용자단체에 불과한 경영자총연합회(경총)의 입을 빌어 단정했다.
동일일보의 이날 5면 톱 <하루 승객 15명인 역에 역무원 17명>이란 제목의 기사는 문제가 된 태백선 쌍용역만이 아니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인건비가 수입보다 많은 19개의 역을 그림으로 제시해 철도노조를 파렴치범으로 몰았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여객 수입만 넣고, 화물 수입을 빼 버렸다. 문제의 쌍용역은 실제 2010년 인건비가 11억 3,900만 원인데, 여객수입 1,600만 원에 화물수입 95억 8,800만원을 더해 한해 수입이 96억 원이 넘어 흑자를 내는 역이었다.
국가의 기간교통망인 전국의 철도역 가운데 20여개가 적자를 내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 오히려 그동안 적자 역을 차례대로 폐쇄해 농촌 이용객들의 불편을 초래해온 코레일의 공공성 훼손을 지적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언론이라면 공기업 코레일이 알짜배기 노선만 증편해 도농 격차를 더욱 벌리는 걸 비판해야 옳다.
경찰은 2013년 12월 22일 철도파업 지도부가 숨어 있다는 이유로 1999년 합법화 이후 처음으로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