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에서 오래 해고생활을 했던 정윤광 전 노조 위원장도 짧지만 복직해 정년퇴직했다. 1994년 전지협 파업을 이끌었던 강한규 부산지하철 전 노조위원장도 지난해 연말 노사 합의로 복직을 기다리고 있다. 전노협과 민주노총 시절 내내 파업 때마다 대부분 피하지 않고 나섰던 부산지하철노조는 한때 수십명의 해고자를 낳아 노조 재정위기까지 겪었지만, 해고자를 버리진 않았다. 특히 부산지하철 해고자들은 다른 공기업 해고자와 달린 대부분 상급단체와 노조 상근으로 더 열심히 일하면서 그냥 놀고 먹지도 않았다.
한때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으로 불렸던 현상윤 전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도 KBS에 프로듀서로 복직해 지난해 정년퇴직했다. 이처럼 공기업이나 대기업 해고자들이 맘 편히 산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놀고 먹는 공기업이나 대기업 해고자들이 분명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기륭전자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해고는 곧 삶의 근거를 잃어버리는 죽음이다. 그래서 중소사업장이나 비정규직 해고자의 복직투쟁은 각별하다. 심지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조는 해고의 원인이 되는 파업 등 싸움 자체가 애틋하다.
언론사 노조 가운데선 MB 정권 이후 MBC노조가 가장 많은 파업을 했다. 같은 기간 KBS도 신, 구노조가 번갈아 몇 번의 파업을 했다.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YTN노조도 오래 파업했다.
그러나 나는 2012년 100일 넘는 파업을 벌였던 국민일보 노동자들이 가장 안타까웠다. 단 한 명의 오너가 제왕적으로 통치하는 회사에서 파업을 준비하는 노조 지도부는 해고는 기본이고, 영원히 그 업종에 다시는 발조차 들여놓을 수 없는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일보 기자들은 복귀 이후에도 회사의 보복 징계 등으로 편치 않았다. 그러나 파업의 효과는 있어 지면은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 특히 조중동과 한겨레로 대별되는 중앙일간지의 정파구도 속에 한국일보나 국민일보를 읽어야 그나마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
▲ 4월 6일자 국민일보 1면과 조선일보 10면 |
그런데 국민일보 지면이 최근 다시 망가지기 시작했다. 지난 5일 부활절 예배를 다룬 국민일보 6일자 1면 기사는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이란 큰 제목을 달았다. 국민일보 기사 제목대로 지금 이 순간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다. 그런데 국민일보 1면 톱기사 어디에도 세월호 유가족을 보듬는 목회자들의 설교 말 한마디 담지 않았다.
국민일보 1면 기사를 쓴 기자는 기사 앞부분에 ‘세월호 참가 1주기를 앞두고 열린 부활절 예배’라고만 안내한 뒤, 진보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오전 5시 서울 용산구 중앙루터교회에서 드린 부활절 새벽예배를 통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위로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날 국민일보 1면 보도에 언급된 부활절 설교 목회자 누구도 세월호를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이날 1면 머리에 부활절 예배 기사를 싣고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 사진을 썼다. 국민일보는 이날 1면 머릿기사와 함께 부활절 관련 기사를 25~26면을 모두 털고도 모자라 31면에 예장합동 총회장의 설교문까지 실었지만,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한 기독교계 일부의 부활절 예배와 행사는 26면 아래쪽에 싣고 말았다. 누가 봐도 이번 부활절 기사는 세월호에 맞춰야 했다.
같은 날 같은 부활절을 담은 조선일보 10면 사진기사조차 “명동성당은 올해 ‘부활 달걀’을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색으로 물들였으며 판매 수익금은 세월호 희생 학생들이 다녔던 경기 안산 와동성당 등에 보내기로 했다”고 썼다.
국민일보가 6일자 1면에 옮긴 순복음교회 부활절 예배 설교에선 “이 시대는 희망이 실종되고 절망 바이러스가 독버섯처럼 퍼”져 있다고 했다. 그 독버섯이 누구인지 되묻고 싶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국민일보 기자들의 건필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