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는 인질 석방을 위해 처음에는 72시간 이내에 2억 달러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가 그 뒤 자폭 테러로 사형 판결을 받은 동료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유효한 대응에 실패해 결국 구속된 두 사람은 지난달 25일과 이달 1일 살해되고 말았다. 이 비극적인 소식에 일본 사회는 두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고 동시에 이슬람국가를 규탄하는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당일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리스트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그 죄를 묻기 위해 국제 사회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 고토 겐지 씨 참수 소속이 전해진 당일 저녁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시민들이 ‘애도와 항의의 관저 앞 침묵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일본 레이버넷] |
아베 정권의 인질 사태 대응에 대한 각계의 반응
아베 정권의 입장에 대해 연립여당 자민당과 공명당 그리고 극우 야당 ‘차세대당’은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보수적 자유주의 민주당은 정부의 대응에 일정한 이해를 나타내는 한편 “검증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유주의 우파의 ‘유신의 당’도 아베 총리의 카이로 연설이 시기적으로 적절한 내용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차세대당’은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동시에 무력에 따른 대응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산당, 사민당, 생활당 등 진보진영은 일제히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자위대 파견에 대한 경계를 표현했다. 또한 고토 씨 살해 전에 이케우치 사오리 공산당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국내외에서 생명을 계속 경시하는 아베 정권의 존속이야말로 언어 도단”이라고 아베 정권의 대응을 통렬하게 비판한 것을 두고 시이 가즈오 공산당 위원장은 “현시점에서 정권 비판은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에 구출에 전력을 다할 것을 요구하며 이케우치 의원은 트위터 글을 삭제하고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주류 언론사의 논조도 친정부 성향의 요미우리, 산케이 등은 대체로 아베 정권의 대응을 지지한다. 리버럴한 아사히, 마이니치 등은 비판적이지만, 여당 특히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이들 언론사는 정부의 대응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요미우리, 산케이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넘어, 자위대의 파견이나 무력 행사의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결국, 지금 국회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안보 법제 입법을 노리고 있는 아베 정권과 자민당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무력 행사에 관한 미묘한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은 피하고 있지만 여당 내에서는 이번과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무력에 의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요미우리, 산케이는 여당의 뜻을 받아 사전 여론을 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민사회도 아베 정권의 대응에 대한 입장은 지지와 반대로 나뉘어져 있다. 유카와 씨가 살해된 다음날인 1월 25일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권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와 ‘어느 정도 그렇다’는 모두 60.6%, ‘그렇지 않다’와 ‘별로 그렇지 않다’는 함께 31.2%였다. 동시에 조사된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52.8%,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31.9%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정부의 대응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고토 씨의 안위가 불분명한 단계에서 전면적으로 정부의 대응에 일임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있었다. 지금 여론 조사를 하면, 아마 일본 정부의 대응에 부정적인 응답이 많을 것이다.
노동조합에서 렌고(일본노총)는 특히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지만, 좌파계의 전국노동조합총연합은 사무국이 성명을 내 이슬람국가를 규탄하며 아베 정권의 군사 개입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나라들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고 테러와 빈곤, 차별을 없애기 위해 행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20일 살인 예고 후 보수 네티즌은 아베 정권의 대응, 특히 “테러에 굴하지 않겠다”,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발언을 환영하고 ‘자기 책임’, ‘자위대를 파견하라’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많은 진보적 네티즌들은 일제히 아베 정권 비판을 전개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이 이슬람 국가의 살인 예고 영상을 소재로 만든 패러디 콜라주를 인터넷에 퍼트린 것에 대해 “이슬람국가를 성나게 한다”는 부정적인 의견과 “패러디로 테러리스트 이슬람국가를 무력화하려 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남아 있는 문제들
이번 인질 사건은 지난해 8월 군사 사업을 위해 시리아에 들어간 유카와 하루나 씨가 이슬람국가에 구속된 것이 발단이었다. 중동 지역의 난민 처지를 일본에 전달하기 위해 온 기자 고토 겐지는 유카와 씨를 구출하기 위해 10월 이슬람국가에 들어가 구속된 것이다.
유카와 씨의 구속으로부터 반년이 지나 결과는 매우 유감스러운 것이 되어 버렸지만, 정부의 대응에는 의문이 남는다.
먼저 살해 예고 이전에 정부가 인식하고 있던 인질 석방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인질이 위험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중동을 방문하여 반 이슬람국가 세력에 대한 인도적 지원 계획을 발표해 이슬람 국가 측의 반발을 초래했는지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인도적 지원’이 어떤 것이든 그것은 미국을 비롯한 자발적 연합에 의한 이슬람국가 소탕 작전에 대한 협력이며, 아베 정권 권한으로는 이러한 협력을 통한 미일 군사 동맹 강화가 목적이다. 인질 석방 협상도 결국 일본 정부가 미국의 강경 대응 노선에 반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원을 계속해왔다고 하지만, 미국의 “테러세력과 직접 협상하거나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이슬람국가 측과 접촉하는 것을 피했을 수 있다. 살인 예고 이후 이슬람국가와 상호 작용하는 통로를 가진 언론인과 이슬람 율법 학자가 중재 의사를 표명했지만 정부는 이를 묵살했다.
또한 원래 아베 정권이 내건 ‘적극적 평화주의’에 기반한 중동 정책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일까? 이스라엘과 적대하는 중동 사람들은 중동 순방에서 일본과 이스라엘 간 방위 협력에 관한 논의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아베 정권의 공식적인 발언은 아니지만, 자민당 등 우익과 일부 국민들이 소란스럽게 외치는 이른바 ‘자기책임론’(스스로 위험지역에 들어갔으니 인질사태도 자신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도 일본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번 사건은 이슬람국가라는 극단적인 주의, 주장을 가진 세력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했다. 이슬람 국가의 행위는 비난받아야 한다. 그러나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적대 의식은 마찰을 높일 뿐이다. 우리는 이슬람국가에 대해 일본인들과 이슬람국가가 지배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좋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
이슬람국가에 의한 2명의 일본인 살인사건은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밝혔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적극적 평화주의’를 구실로 삼고 미국의 강압적인 중동정책에 따를 것인가? 아니면 무력적 해결을 거부하고 우리 평화헌법의 정신에 따라 중동지역의 평화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갈 것인가? 진보 진영의 선택은 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