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위기, 사회화 대안을 말하다

[참세상 특강](1) 자본주의의 위기, 사회화 그리고 국가독점자본주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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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한국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서 대중적으로 각인된 가장 인상적인 현상이라면 단연 자본주의 위기 자체와 이에 대한 국가개입일 것이다. 즉, 자본주의는 위기와 파국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위기와 파국은 국가개입을 불가피하게 요구한다는 것, 오늘날 자본주의는 국가개입 없이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 내재적인 경제위기를 부정하는 부르주아 경제학은 현실의 위기를 결코 설명할 수 없다.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부르주아 경제학의 위기가 극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가 위기를 가져온다는 것은 마르크스 경제학의 ABC에 속하는 기본 명제이고, 이 때문에 금융위기로 마르크스의 <자본>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내에서도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서로 다른 다양한 설명이 존재하고, 어떤 위기론이 진정으로 마르크스의 위기론인지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다. 지난 위기의 분석과 전망에 있어서도 마르크스주의자간에는 입장의 차이가 크게 부각되었고 논쟁이 될 수밖에 없었다.(이와 관련해서는 김성구, “신자유주의 금융위기와 주기적 공황”, <민주사회와 정책연구> 제17호, 2010; 김성구, “2008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위기 및 붕괴논쟁 평가”, <참세상>, 2014. 10. 19. 참조). 반면 위기에 대한 국가개입은 누구나가 주목하고 이런저런 발언을 하긴 했지만,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제외하면 마르크스주의 내에서도 이 현상에 대한 합당한 ‘이론적’ 설명을 보기가 어렵다. 물론 자본주의와 국가라는 일반이론의 차원에서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이 부재하다는 건 아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이 존재한다. 문제는 자본주의 국가일반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에 직접 개입하는 개입주의 국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여기에 이론적 공백이 있다는 말이다. 개입주의 국가론은 부르주아 경제학에서는 케인스주의에서나 볼 수 있고(그것도 개입주의 국가론이 아니라 개입주의 경제정책을 말하는 한정적인 의미지만),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서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론만이 독보적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에서 국가개입주의는 공적자금의 투입과 독점자본 및 금융자본의 구제 그리고 공적자금의 대중으로의 전가, 즉 손실의 사회화로 나타났다. 따라서 개입주의 국가론은 단순하게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일반적, 외적 조건을 창출, 유지하기 위한 자본주의 국가의 활동을 넘어 왜 자본주의 국가가 독점자본과 금융자본의 구제를 위한 경제개입과 손실의 사회화에 나서는가를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19세기 자본주의와 달리 왜 20세기 이래에는 경제위기시에, 아니 위기와 번영을 가리지 않고 일상적으로 국가가 경제과정에 개입하는가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이론에 입각해서 이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주고자 시도한 것은 아마도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 유일하다.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은 현실사회주의와 공산당의 현대자본주의론이었고, 현실사회주의의 붕괴와 공산당의 퇴조 속에서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현실사회주의의 붕괴와 관계없이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은 <자본론>에 입각해서 현실자본주의의 역사적 변화를 이론적으로 포착하려는 시도였다. 물론 국가독점자본주의론 내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고 스탈린주의에 의해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 억압되고 편향된 역사도 있지만, 다른 한편 정정과 발전의 역사도 중요하며(사실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역사 자체가 스탈린주의에 대한 정정과 논쟁의 역사이다), 현실사회주의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현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이론적 성과와 합리적 핵심은 견지되어야 한다.(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이론사적 발전과, 현실사회주의의 붕괴와 관련한 국가독점자본주의론 진영 내부에서의 평가와 논쟁에 대해서는 김성구, “제국주의 논쟁 다시 보기 - 현대 제국주의와 제국주의론의 현재적 쟁점에 대하여” <진보평론> 제8호, 2001 참조.) 특히 2008년 파국적인 세계금융위기와 국가개입주의의 현실에서 오히려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고유한 명제들의 올바름이 검증되었고, 국가독점자본주의론만이 이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이론임이 분명해졌다. 이런 점에서 금융위기와 손실의 사회화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의 위기와 사회화, 사회화와 이행, 이행에서의 국가개입주의의 이론적, 역사적 의의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개관하는 게 필요하다.

1. 사회화와 적응/이행의 형태로서 독점과 국가독점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 또는 생산의 사회화와 사적 자본가적 영유 간의 모순, 이 모순은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이다. 근본모순의 심화로부터 독점과 국가독점 같은 보다 진전된 사회화 형태, 이행의 형태가 발전한다.

생산력이란 생산할 수 있는 힘, 요컨대 과학기술, 생산수단, 노동력의 총합을 지칭하는 말이고, 생산관계란 이 생산력을 조직해서 생산을 수행할 때의 인간들의 관계를 말한다. 자본주의 하에서는 자본-임노동관계가 이 관계를 규정하는 생산관계다. 자본주의 하에서는 자본-임노동관계 즉 임금노동자의 착취와 이윤의 사적 영유에 기반하여 생산이 조직, 수행된다. 이 생산관계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상품교환(시장조절) 그리고 노동력의 착취에 입각해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공장과 기업 내에서 분업과 협업을 통해 계획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생산과정은 이미 사적이고 개인적인 형태가 아니라 결합노동이라는 사회화의 형태를 취한다. 반면 공장 및 기업 간의 사회적 분업은 상품교환에 의해 매개되며, 여기서는 생산의 무정부성이 지배한다. 즉 개별공장과 기업 내에서는 계획적이고 효율적인 생산이 행해지지만, 사회전체적으로는 무계획성과 무정부성 그리고 불균형으로 특징지워진다. 또한 임노동 착취와 이윤획득에 기반한 생산체제로 인해 생산과 소비간의 모순과 대립이 발전한다. 이렇게 기업간, 부문간 무정부성과 불균형, 생산과 소비의 대립적 발전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과잉생산공황의 토대를 이룬다.

생산의 무정부성과 생산과 소비의 대립은 자본주의 근본모순으로부터 발전한 것이다(엥겔스, <공상으로부터 과학으로 사회주의의 발전> 참조). 즉 임금노동자의 착취와 이윤의 사적 영유에 기반한 생산으로부터 이 두 개의 모순이 발전하고 불가피하게 주기적 공황이 발생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가 관철하고 자본주의의 장기적 위기도 전개되는데,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 또한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자본주의 하 생산력의 발전에 따라 생산관계와의 모순은 심화되고, 그에 따라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가 관철되고 주기적 공황들은 심화된다. 이 심화되는 위기들은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의 심화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이 위기의 극복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이 근본모순을 지양해야 한다. 즉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지양하고 생산력의 사회화에 조응하는 새로운 생산관계로 대체되어야 한다.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상품교환 그리고 임금노동자 착취가 폐지되면, 생산의 무정부성과 불균형 그리고 생산과 소비의 모순도 지양되며, 생산력의 발전이 이윤율의 저하로 나타나는 모순도 지양된다.

그러나 자본주의 하에서도 생산력의 사회화의 진전에 조응하여 자본주의적 사회화의 형태가 발전하고, 이 형태들을 통해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 및 위기들을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하게 된다. 독점과 주식회사, 국가독점은 바로 이와 같은 자본주의적 사회화의 형태들이다. 이 형태들은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기본요소들 즉 사적 소유와 시장적 조절에 대한 일정한 부정 형태다. 원래 사회적 소유와 계획은 사회주의 사회의 구성요소지만, 독점과 국가독점에서의 사회화는 자본주의 질서 내에서의 제한된 사회화일 뿐이다. 즉 이 형태들은 자본주의 질서 내에서의 자기부정이며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회화 형태를 통해서만, 즉 자신의 기본특징을 부정함으로써만 자본주의는 자신의 위기를 일정하게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다. 이는 자본주의가 발전의 정점에서 이제 노쇠한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화라는 미래사회의 요소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독점과 국가독점은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이행의 형태다.

우선 독점은 주식자본의 지배에 입각해 있고, 주식회사는 개인기업처럼 사적 자본가가 전적으로 기업을 소유, 경영하지 않는다. 주식회사는 수많은 주주들의 공동의 소유 즉 사회적 소유이고, 또 그 경영은 많은 경우 소유자로부터 분리되어 전문경영자가 맡는다. 그렇지만 주식의 소유 자체는 개인적, 사적 소유이며, 그 때문에 지배지분을 확보한 대주주에 의해 주식회사가 사적으로 지배된다. 이런 점에서 주식회사의 사회적 소유란 사적 소유에 입각한 불완전한 사회적 소유이다. 또한 카르텔과 트러스트는 동종 산업부문 내에서의 협정이나 병합을 통해 그 부문의 공급과 가격을 계획적으로 조절한다는 점에서, 이는 무정부적 시장조절을 일정하게 계획적 조절로 대체하는 것이다. 콘쩨른의 경우에는 주식지배를 통해 특정산업부문을 넘어 일련의 계열기업 그룹 내에서 그룹 차원의 계획을 도모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을 단일한 독점으로 모두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계획과 조절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계획과 조절은 독점의 범위 내에서 지배할 뿐이다. 독점 그룹과 독점 그룹 간에는, 또 독점과 다수의 여타 비독점기업 간에는 계획이 아니라 시장경쟁이 지배한다. 따라서 독점은 무정부적 시장을 지양하지 못하고 오히려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무정부성에 의해 지배당하게 된다.

이렇게 독점과 주식회사 제도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기본 특징(사적 소유와 시장조절)을 일정하게 부정하고 자본주의 내에서지만 사회적 소유와 계획적 조절이라는 미래사회의 요소를 자본주의에 도입하는 것이다. 왜 그런가? 그 이유는 자본주의 생산의 진전과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의 심화에 따라 주기적 공황이 심화되고 대위기가 전개됨으로써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내에서라도 생산력의 사회화에 조응하는 생산관계의 사회화를 통해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을 부분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본주의의 독점화와 주식회사제도의 일반화는 자본주의의 제1차 구조위기 시기인 19세기 말 20여 년 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 결과 자본주의는 자유경쟁자본주의 단계로부터 독점자본주의 단계로 이행하게 되었다.

독점과 주식회사를 통한 사회화가 이렇게 불충분하고 제한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독점자본주의 하에서의 일층의 생산력의 발전과 생산의 사회화는 다시 사적 자본 특히 사적 독점자본에 의해 지배되는 생산관계와 충돌하게 된다. 이로써 자본주의는 또 다시 공황의 심화와 대위기에 부딪치게 되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고도로 진전된 사회화의 형태를 요구하게 된다. 1930년대 제2차 구조위기가 다름아니라 이런 모순의 표현이며, 국가독점에 의한 경제개입이 전면화된다. 이는 자본주의가 독점자본주의 내에서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는 것을 나타내며, 이렇게 1940년대 말에 이르면 독점자본주의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로 성장전화하게 되었다.

국가독점은 독점과 주식회사에 비교해 보다 고도화한 사회화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새로운 형태의 발전은 자본주의 발전의 새로운 단계 즉 국가독점자본주의 단계를 가져온다. 우선 국가적 소유(국영기업)는 그 자체로 사적 소유와 대립되는 사회적 소유이며, 또 (국가재정을 통한) 국가의 계획은 사적 독점자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시장의 무정부적 조절을 계획적 조절로 대체한다. 이에 비해 독점과 주식회사에서 소유의 사회화는 형식적이고, 계획은 제한적이다. 이런 점에서 국가독점은 자본주의 하 사회화의 진전에서 독점과 다른, 질적으로 새로운 단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국가독점 자체도 근본적으로는 독점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질서 내에서의 사회화일 뿐이다. 자본주의 하 국가독점은 사적 시장경제를 모두 대체할 수 없고, 오히려 사적 시장경제라는 커다란 토대위에서만 존립하는 것이다. 또한 사적 시장경제는 독점자본에 의해 지배되는 경제다. 국가독점은 기본적으로 사적 시장경제와 독점자본의 지배를 보장하기 위해 기능하는 것이지 그 지배를 철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주의적 소유와 계획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고, 다만 ‘잠재적으로’ 이행형태일 뿐이다. 그 때문에 국가소유와 계획이라는 진전된 사회화도 자본주의 하에서는 시장경제의 무정부성과 공황 그리고 장기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그렇기는커녕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 비롯되는 새로운 모순들과 위기가 중첩된다. 다름아닌 케인스주의의 위기 즉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그리고 재정위기가 그러한 모순들과 위기의 표현이다. 1970년대 이래 현대 장기불황과 케인스주의 및 신자유주의의 위기는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케인스주의 형태든 신자유주의 형태든 자본주의의 근본모순과 위기의 심화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이상 자세한 내용은 김성구, “사회화와 이행”, 김수행/신정완 외,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사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08 참조.)

2. 자본주의의 발전 및 위기와 사회주의로의 이행

이처럼 독점과 국가독점이란 사회화형태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자본의 적응형태이자 동시에 사회주의로의 (잠재적) 이행형태라는 양면에서 포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때만 자본주의가 위기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단선적인 붕괴가 아니라 어떻게 경제조절을 통해 파국을 모면하고 생존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의 위기극복은 미래사회의 요소에 의지해 자본주의가 연명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행에서의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역사적 지위도 인식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심화된 위기는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통해서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고, 독점과 국가독점은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과도기에 이행을 실현하기 위한 결정적인 물질적 토대를 이룬다. 따라서 독점자본과 금융자본의 사회화, 국가독점의 확장은 사회주의 이행강령의 핵심적 구성요소가 된다. 자본주의의 위기적 역사과정과 발전단계의 변화, 그리고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이행의 전체 역사는 다음 두 개 <표>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물론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역사파악에 근거한 것이다. 다른 어떤 마르크스주의 이론 또는 좌파이론(예컨대 장기파동론, 네오마르크스주의 이론, 역사적 자본주의론/세계체제론, 조절이론 등)도 자본주의의 발전과 위기 그리고 이행에 대해 국가독점자본주의론과 같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이론을 제공하지 못한다.(이에 대해서는 김성구, <현대자본주의와 장기불황>, 그린비, 2011, 제1장, 제5장 참조.) 우선 역사적 자본주의론/세계체제론이나 조절이론(영국형 발전양식-포드주의 발전양식-포스트포드주의 발전양식)은 발전단계론이나 이행론이 마르크스의 이론에 기반한 것도 아니지만, 그 설명도 이론적 정합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자본주의의 한 단계로부터 다른 단계로 어떻게 넘어가는지, 어떤 단계(예컨대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가 왜 자본주의 역사에서 마지막 단계가 되는 건지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 장기파동론이나 네오마르크스주의 이론도 이행론을 설명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장기파동은 이론적 근거없이 기계적으로 구성되었고, 어떤 장기파동이 왜 자본주의의 마지막 파동이 되는지 설명이 없다. (국가)독점자본주의를 부정하는 네오마르크스주의 이론에서는 이행의 형태를 인식할 수 없다. 여기서는 자본주의 자체가 이행형태고, 자본주의의 전체역사에서 구조의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요컨대 불변의 자유경쟁자본주의는 일거에 사회주의로 이행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역사가 정말 독점과 국가독점의 이행형태를 창출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이행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무수히 많은 개별자본을 일거에 사회화해서 계획경제를 확립한다는 것은 관념적인 사변가의 몽상이나 마찬가지다.


3.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본질, 형태, 기능

1)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본질

국가독점자본주의란 자본주의의 체제적 위기와 독점자본주의의 재생산의 위기에 대항하여 최대의 독점이윤과 독점자본주의의 재생산을 보장하기 위해 독점자본과 국가가 단일메커니즘으로 결합 또는 융합한 것으로서 독점자본주의 내에서의 새로운 발전단계(소단계)를 말한다. 20세기 이래 자본주의 국가가 공황과 금융위기로부터 자본주의 구제를 자임하고 나선 것도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본질적 성격으로부터 보면 하등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 문헌에서 자본주의 국가의 바로 이 역할 즉 공황구제와 손실의 사회화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은 앞서 말한 바처럼 국가독점자본주의론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여타 마르크스주의 논자들이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비판, 폐기하고 공황구제와 손실의 사회화라는 이 현상을 분석하려 한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본질 규정에 대해서는 통상 여러 비판과 오해가 있고, 또 이런 논란은 일정 부분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역사에서 스탈린주의적 편향으로부터 비롯된 측면도 있다. 차제에 현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관점에서 이런 비판과 오류를 정정하고 본질 규정의 의미를 다시 성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독점으로의 국가의 종속이라는 명제, 독점이윤을 위한 독점과 국가권력의 결합 또는 융합이라는 명제가 논란의 대상이었고, 이론사에서는 양자가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 논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가의 본질만이 아니라 그 형태도 고찰하고 또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도 고려하면 두 개의 명제를 새롭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두 개 명제가 대립되는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1) 독점과 국가, 두 개의 조직, 권력이 단일한 하나의 새로운 조직, 권력으로 통합된다는 것이 아니라 독점이윤 조절메커니즘에 두 개의 조직, 권력이 통합된다는 의미다.
(2) 독점이윤 조절메커니즘은 사적 독점의 시장적 조절과 국가독점적 조절의 모순적 통합이다.
(3) 국가는 궁극적으로 독점자본과 독점이윤에 종속되어 있지만, 국가는 사적 독점에 대해 상대적 자율성을 갖는다.(계급국가로서의 국가의 본질규정/ 시민일반의 국가라는 형태규정의 모순)
(4) 따라서 국가독점적 조절은 궁극적으로 시장조절에 복무하지만, 국가독점적 조절은 상대적으로 시장조절에 대해 자율적이다.
(5) 이 때문에 계급투쟁의 상태와 노자간 힘관계의 여하에 따라 국가와 국가독점적 조절의 성격과 방향 그리고 내용이 변화할 수 있는 상대적 공간이 존재한다. 즉,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역사에서 국가독점적 조절의 여러 변종(파시즘/뉴딜형, 케인스주의/신자유주의 변종)을 볼 수 있다.

(3) 국가와 독점자본간의 인적 결합도 기본적으로는 독점이윤 조절메커니즘을 보완하는 간접적 결합형태다. 미국 재무부/연준/국무부와 월가의 인적 교류도 금융그룹 CEO와 장관/의장 직책을 동시에 갖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하에서는 정치와 경제의 분리형태 때문에, 국가독점자본주의도 자본주의인 한, 직접적 결합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가독점자본주의하에서 점차 직접적 결합의 형식도 발전한다. 예컨대 각종 정부위원회 구성에 독점자본의 대변자들이 참여한다.(물론 중립적 국가라는 형태, 외관 하에서 노동자계급의 대변자들도 참여한다.)

2) 국가독점자본주의하 국가의 성격과 기능

자본주의국가는 ‘자본가계급의 위원회’로서 총자본가계급의 계급지배를 실현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자본가계급은 자본주의국가를 직접 장악해서 통치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본주의국가는 계급지배로서의 국가의 본질규정과, 정치와 경제의 형태적 분리라는 형태규정(의회민주주의 국가)과의 통일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이 국가는 총자본의 계급이해의 담지자인데, 이를 엥겔스는 ‘관념적 총자본가로서의 국가’라고 표현하였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본주의국가는 어떤 특정한 개별자본의 이해가 아닌 총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며 그를 위해 직접 재생산과정에 개입하지 않고(즉 관념적으로) 자본주의생산의 외적 조건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한에서 개입한다. 이들 외적 조건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작동에 불가결한 조건이지만 시장경제는 그 자체의 운동 속에서 이들 조건을 창출하지 못한다. 따라서 총자본가로서 국가가 이를 조직하는 한에서만 시장경제가 작동할 수 있다. 관념적 총자본가로서 국가는 다음 조건의 창출과 유지를 위해 개입한다.

(1) 법률적 정비: 헌법(생산수단의 사적소유와 시장경제의 원칙적 승인)과 민법(사적소유와 계약관계 등의 법률적 재가)과 형법(이에 대한 형사적 처벌)
(2) 화폐제도의 정비: 중앙은행에 의한 화폐발행의 독점과 화폐량 조절
(3) 계급관계의 재생산: 자본주의형성기에 국가는 법률적 제재를 통해 무산계급을 노동자계급으로 실제로 구성하였고(konstituieren) 또 그 성립기에도 표준노동일의 제정이라든가 계급봉기를 억압함으로써 계급관계의 재생산을 유지하였다
(4) 사회간접자본의 확립
(5) 군사적 정비: 상비군제도

이에 반해 국가독점자본주의 하의 국가는 자본주의생산의 외적 조건의 창출, 유지만이 아니라 독점적 재생산의 위기와 계급모순의 심화, 체제위기에 직면하여 독점자본의 이해를 위해 직접적으로 재생산과정에 개입한다. 물론 국가는 여전히 총독점자본으로서, 나아가 총자본가로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며, 특정한 개별자본 또는 특정한 독점기업의 이해를 직접 대변하지는 않는다. 엥겔스에 따르면 국가는 이로써 관념적 총자본가로부터 실질적 총자본가, 보다 구체적으로 실질적 총독점자본가로 전화하였다.(<공상에서 과학으로의 사회주의의 발전>) 즉 현대의 국가는 관념적 총자본가의 성격 위에 실질적 총독점자본가의 성격이 중첩되었다. 따라서 국가독점자본주의하 국가의 경제개입도 관념적 총자본가로서의 역할, 즉 계급관계의 재생산과 화폐의 조절 그리고 사회간접자본의 확립을 넘어 실질적 총독점자본가로서의 역할 즉 계획화와 성장정책, 구조조정과 산업정책, 조세정책, 신용정책, 군수정책, 과학기술정책, 소득/가격정책, 사회정책(교육, 의료, 보험, 노동, 주택 등), 공황구제와 반순환정책, 외환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한다. 바로 국가개입의 이 포괄적 영역과 그 기능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국가독점자본주의론 외에는 감당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여타 마르크스주의 이론에는 실질적 총(독점)자본가로서의 국가개입주의를 설명하는 이론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부르주아경제학에서 국가개입주의의 상징적 이론인 케인스주의도 앞에서 열거한 현대국가의 포괄적인 개입주의 정책의 제한된 부분만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손실의 사회화라는 금융위기시의 인상적인 국가개입도 케인스주의는 결코 설명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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